인기 절정의 여가수 아이비가 남자 문제로 추락했다. 하던 모든 활동을 접으면서 자신은 피해자라고 강변해 보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요지부동이다. 그동안 조신한 척 해왔던 그의 모습과, 감히 박태환을 사촌이라고 사기 쳐왔던 대담함. 거기에 더하여 국민적인 인기와 자극적인 야동 소문이 절절하게 버무려져서 인기 절정의 아이비를 사회에서 묻어버렸다. 그러나 이대로 묻힐 아이비인가? 오양 사건 이후로 백양 사건, 그리고 아이비양의 동영상 사건을 거치면서 대중은 대중대로 도덕적인 충격보다는 호기심에 더 이끌리게 되었고, 당사자들은 당사자들 대로 복지부동하다가 적절한 시기에 치고 나오는 처세술을 배웠다.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되었는데라는 느낌이 적중했다. 드디어 아이비가 과거의 아픔을 딛고 대중들 앞에 다시 선 것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팬들의 신뢰감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먼저 어려움을 딛고 복귀한 그의 용기와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왠지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오늘 인터넷 뉴스를 통하여 그녀의 뮤직비디오에 관한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다. 선정성 난란 때문에 SBS와 MBC에서 방영 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KBS는 아직 판정 전이긴 하지만 불가 판정 받을 확률이 크다고. 소속사에서는 뮤비를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서 손보지 않고 아이비의 섹시한 매력을 그대로 보여 주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뮤비에 대한 기사의 골자이다. 이에 궁금한 본인은 인터넷에서 아이비의 Touch Me라는 뮤비를 수소문헤서 시청했다. 물론 성적인 호기심에 그런 것은 분명히 아님을 밝혀둔다.(이런 젠장. 이렇게 쓰고 보니 꼭 그런거 같잖아.) 물론 약간의 호기심이 동한 것은 사실이다. 약 4분짜리 뮤비를 시청하면서 머릿 속에 드는 생각은 "노이즈 마케팅!"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성적으로 문란해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정도로 18금은 아니다. 그럼에도 방송불가 운운하면서 대중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결국 아이비의 섹스 동영상의 출처에 대해서 아직도 왈가왈부하고 있는 이들을 타겟으로 삼아 아이비의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스캔들이 터지기 전 그녀의 이미지는 섹시였다. 물론 Touch Me를 통하여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도 섹시미이다. 과거 스캔들 때문에 이미지에 아직도 큰 타격을 안고 있는 그녀를 대중들의 뇌리에 순식간에 각인시키는 전략이 바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로 섹시하고 성적인 뮤비가 아니겠는가? 못믿겠는 사람은 그의 뮤비를 한번 보시라. 엉덩이를 흔들어 대는 카라와 브아걸도 멀쩡히 나오는데 이정도가 못나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결국 뮤비는 복귀라는 절박한 상황 앞에서 아이비가 꺼내든 최고의 카드가 아니겠는가?
아이비 뮤비에 대한 기사를 보다가 문득 세종시 논란이 이와 매우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세종시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나다. 행정수도 이전은 알고 있었지만 세종시를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물론 말이 된다. 나는 행정수도는 한나라당의 결사반대에 부딪혀서 헌재까지 오르고 결국 없던 사건으로 처리가 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야당일 때는 본인의 기득권을 위해서 반대했던 행정수도이지만 자기들이 기득권이 되고 난 다음에는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상황이 바뀐 것이다. 자칫 행정수도 문제를 없던 것으로 처리해 버린다면 오매불망 여기에 목을 매고 있는 충청도민들의 민심과 이미 그곳에 땅을 사두고 땅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땅부자들(결국 그들이 강부자 고소영이 아닐지)의 반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오만함으로 충청도민의 민심과 반발감 정도는 잠재울 수가 있겠지만 문제는 내려가기만 하는 지지율에 치명타를 줄 수가 있다는 데 있다. 자칫 잘못하면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행정수도는 계륵같은 존재이다. 먹자니 그렇게도 싫어하던 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요 버리자니 정권 재창출이 불안하다. 결국 그들은 행정수도를 세종시라는 새로운 포장지로 포장을 해버렸다. 그리고 연일 세종시를 띄우고 있다. 예상치 못한 정운찬 총리 카드를 뽑았고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 쌈박질이다. 지경부 장관이 상관에게 박근혜를 반대했다고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출장보냈냐는 발언을 하면서 하극상을 일삼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내세우고 있고, 홍준표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당에서 이끌어 가야 한다고 하며, 정신나간 모 의원들은 국민 투표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스에선 온통 세종시, 세종시 한다. 그런데 왜 나는 그것이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까? 아이비의 노이즈 마케팅과 닮은꼴이라는 생각이 들까? 세종시나 행정수도 이전이나 결국 같은 사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헷갈린다. 한나라당이 헌재에까지 고소한다고 난리치며 반대했던 것 또한 쏙 들어가버렸다. 오히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치미를 뚝 뗀다. 세종시를 통해, 박근혜, 정운찬, 홍준표, 박희태, 안상수의 이름이 부각되었다. 박근혜의 부각은 마치 차기 대통령으로 부각된 것처럼 보인다. 미디어법도 묻혔고, 헌재의 이상야릇한 판결도 묻혔다.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하여 날치기로 통과시켰던 김형오 의원의 품위있는 정치인이 되자며 야당을 비난하는 코미디도 묻혔다. 이 정도면 최고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겠는가? 한나라당은 제대로 된 카드를 하나 뽑아 든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아이비의 복귀를 묵묵히 바라보는 사람 가운데에는(물론 나를 포함하여) 아직 그녀의 과거 스캔들과 말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세종시 논란을 바라보는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대단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모든 사람을 속일 수는 없는 것을 분명히 그들이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