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대중 1, 2>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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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김대중 2 - 행동하는 양심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가 좀 들렸다.
인물 중심이니 무협지처럼 제목을 붙여볼까? 이런 생각에 제목을 붙이니 1권이 그럴듯해보여서, 2권에도 제목을 붙여보려고 잠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칠전팔기, 영웅출세"라고 적고보니 정말 그럴 듯하다. 칠전팔기라 함은 그의 정치여정이 무척이나 험난했음을 의미하는 말이요, 영웅출세라 함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박정희의 라이벌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매우 그럴듯해 보여서 혼자 자화자찬 해본다. 실없는 이야기는 이즘에서 마치고 2권은 부산 정치 파동으로 인하여 정치를 바로 세워보겠노라 풍운의 뜻을 품고 정계에 투신한 이후부터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웅은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 정치에 큰 뜻을 품고 정계에 투신하지만 그의 길은 쉽지만은 않다. 대기만성이라는 말도 있다지만 그의 시작은 너무도 초라했으며, 너무나 늦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3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4번째가 됭서야 간신히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당선의 기븜도 잠시 군부 쿠데타로 인하여 그의 당선은 무효가 되었고, 그의 정치 인생은 다시 고난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의 숙적 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악연과 정치적인 대결은 그를 민주화의 상징으로 만들었으며, 그도한 민주화를 의식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비결이 되었다. 물론 그 대가가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마 박정희 정권 시절이 김대중에게는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였을테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때가 김대중에게 가장 영광스러웠던 날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라 홈삼트리오라는 비난을 들었던 대통령의로서의 시기보다는 민주화의 상징이자 순수하고 청렴한 정치인으로 인정받았을 그 때가 바로 그에게 가장 좋았던 시절이 아닐까?
아마 몇 년전이었을 것이다. 할 일이 없어서 주로 영화관에서 살던 때가 있었다. 벌써 7년쯤 지났다. 그 당시 영화를 닥치는대로 봤었는데 김대중 대통령 납치 사건을 내용으로 일본 사람이 감독한 영화가 있었다. 배역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시나리오가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어서 그런지 매우 현실감이 잇는 영화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이 정말 쪽팔렸다. 말로는 민주주의 국가네, 북한보다 우월하네 하면서 결국 뒤로 해왔던 일들이 파쇼정치가 아니었던가? 아마 내가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삐딱하게 봤던 경험일 것이다.
각설하고 2권을 읽으면서 문득 선덕여왕의 한 부분이 생각난다. 9월 21일 월요일 상영 분 가운데 문노와 비담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문노가 비담에게 묻는다. "왜 그랬느냐? 왜 승부를 조작까지 하면서 유신을 풍월주로 만들려 했느냐?" 그러자 비담이 말한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왜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갑니까?" 그러자 문노가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를 한다. "어리석은 녀석아 쉽게 갈 수 없기 때문에 대의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 떠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더 큰 목적을 위해서는 버릴 줄도 알고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한다. 대를 위해서는 소를 희생해도 된다고 한다. 국가를 위해서는 국민이 희생해야 하고,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착취당하는 것쯤은 참아내야 한다고 한다. 모두가 대의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대의란 무엇인가? 2권에 나오는 김영삼과 김대중의 모습을 보면서 대의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다음 대 대통령을 위해서 타협하는 김영삼, 무식하게 들이받는 김대중. 역사는 과연 누구를 대의를 다라간 사람이라고 평가하는가? 후자가 아닌가?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도 결국은 대의를 위하여 우직하게 묵묵히 한 걸음식 옮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2권을 읽으면 나는 단언한다. 2권이 기록된 시기야 말로 정치인 김대중의 고난의 시기이자 최고로 영광된 시기였다고. 그리고 정치인 김대중이 가장 깨끗했던 시기이며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2권을 영웅출세라 부르고 싶다.
마지막으로 1권에서 지적했듯이 만화의 한계이겠지만 설정이 너무 단순하다. 김대중은 선하다. 박정희는 약하다. 김영삼은 얍삽하다. 이 책이 배트맨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