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대중 1, 2>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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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김대중 1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꽤 늙은 나이에 한쪽 다리를 절룩이면서 힘겹게 등장하는 대통령 김대중!
그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보수우익에서는 빨갱이라고 말하면 선거대마다 색깔론을 제기했으며, 진보측에서는 민주주의의 상징이요 선생님으로 불리운다. 한 인물을 바라보는 간극이 이렇게 큰 것은 어찌된 일일까? 참으로 많은 부침을 당하고 이승을 하직하고 떠난 故 김대준 전대통령의 삶을 만화로 그린 책이 나왔다. 바로 이 책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와 거의 동시에 책이 나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 대통령의 서거에 편승해가는 만화인 줄 알았다. 그래서 구입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차에 알라딘에서 서평도서로 받았기 때문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1권의 내용은 선조로 거슬러 올라가 선조의 정신나간 농담 한마디에서부터 시작되는 하의도의 수난에서부터 시작한다. 일반 섬과는 달리 하의도는 농사를 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하여 넉넉한 편이지만 실제 하의도의 역사는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엇다. 이중과세의 문제 때문이다. 풍산 홍씨집안에 하사된 농지 20결의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권리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만나 섬주민들을 working poor의 상태로 만들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자기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하의도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자세하게 기록하면서 혼란한 한국사의 모습과 농민들의 각성과 저항, 그리고 권리찾기를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왜 작가는 하의도 주민의 삶과 애환을 그렇게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인가? 하의도 주민들의 삶과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이 동일선상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가?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하의도 주민들의 각성과 저항, 그리고 권리찾기라는 역사적인 뿌리가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평생동안 투쟁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걸출한 인물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김대중이라는 인물의 출발점은 핏속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조상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열정과 어린 시절 겪은 삶의 경험이 아니겠는가? 그를 궂이 하의도의 인동초로 지칭하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 아니겠는가?
1권은 우리에게 혼란한 조선말과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 그리고 통일 후 이승만 정권의 혼란한 부정부패의 시기를 지나면서 하의도에서 핀 인동초가 어떻게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말해준다. 여운형의 건준, 조선신민당, 한민당을 거치는 다양한 정치적인 스펙트럼은 김대중이라는 인물에게 정치에 대한 안목을 심어주지 않았겠는가? 아마 그의 뛰어난 현실 감각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았겠는가?
또한 1권은 한국 현대사의 면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이 태어난 시기였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걸으며 정치에 투신하게 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풍운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린다. 마치 삼국지 1권과도 같은 기분으로 책을 넘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1권은 만약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간단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눈에 거슬리는 것을 한가지 지적하자면 인물 평전이고,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을 꼼꼼이 읽었다는 저자의 말때문인지 약간은 편향적인 모습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잘못과 과실도 있을 것인데 마치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고 초반부터 영웅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마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처럼 김대중은 선하고 박정희는 악하고 김영삼은 얍삽하다. 물론 이 구도는 2권에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이것이 아마 만화의 한계가 아닐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