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리뷰해주세요.
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핀란드라? 솔직하게 나는 핀란드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핀란드하면 막연하게 두개가 떠오르는 정도랄까? 하나는 휘바를 외치면서 춤을 추는 광고로 우리에게 익숙한 모제과회사의 껌 자일리톨이며, 다른 하나는 사우나이다. 이 두가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정확하게는 잘 모른다. "핀란드에서는 광고대로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나보다. 습식 사우나를 핀란드식 사우나라고 부른다더라." 이정도가 핀란드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전부가 아니겠는가? 아! 하나 또 있다. 휴대폰 업계의 선두주자 노키아! 물론 많은 사람들이 노키아를 일본 기업으로 착각하지만 분명히 핀란드 기업이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의 영미식 복지제도의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북유럽식 복지국가라는 정도?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밑도 끝도 없이 핀란드에 대한 동경을 심워줬다. 마치 그곳에서 오래 산 것처럼 그리움까지 느낄 정도이니 이 책이 주는 영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핀란드의 상품을 소개한다. 그러나 그 상품이 얼마짜리인지 소개하는 맥심 광고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 얼마짜리 상품인지가 아니라 이 상품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의 의미가 무엇인가하는 의미의 문제에 천착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란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 겉모습을 좋게 포장하는 것이라 생각하던 나에게 이 책은 가히 충격적이다. 디자인은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전략이나 포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요, 철학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참신하다.  

  오랫동안 핀란드에서 살아온 저자는 핀란드의 디자인을 소개하면서 핀란드의 철학과 문화를 소개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단순한 디자인 책이 아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핀란드의 철학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고 최소의 한도내에서 사람의 손길을 가미한다. 새들과 사람이 계절을 번갈아가면서 쓰는 헬싱키의 선착장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환경을 생각하여 물건을 재활용하는 글로베 호프의 디자인, 공원의 벤치하나 바꾸는 것도 오랜 시간을 들여 설문조사를 하고, 시장조사를 하여 천천히 바꾸어가는 모습들, 과거의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그것들을 후대에 남겨줄 문화 유산으로 생각하는 도시계획과의 디자이너들의 모습은 너무나 부럽기만 하다. 에코 디자인, 공공 디자인, 철학을 담는 디자인을 통하여 핀란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답으로 저자의 글을 한토막 옮겨 적는다. 

   난 오랫만에 찾은 서울에서 광화문 거리를 지나친다. 그리고 무언가 섬뜩한 변화에 갑자기 혼돈하게 된다. 아! 난 나무 그림자를 잃었다. 그곳에 멋들어지게 있던 나무가 뽑혀 버렸다. 그리고 어색한 시멘트 덩이들이 태양 빛 아래 곤혹스러운 얼굴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 어디선가는 물이 넘쳐 흐른다. 사람들은 물놀이를 즐긴다. 대낮에 도심 한복판이 어색한 놀이터로 변한다. 나무 그림자 사라진 도로 한복판에 놀이터가 생겼다. 물은 차 다니는 도로까지 철철 흘러넘친다. 사람들도 차들도 서로 엉켜 있다. 그곳이 놀이터인가? 놀이터가 어찌 차 다니는 도로 한복판에 있단 말인가? 왜 사람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사적인 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일까? 차도로 흘러넘치는 물을 보니 난 갑자기 목이 마르다. 온 세계가 가까운 미래에 극심한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지금! 난 순간 묻고 싶어졌다. 그 공간 디자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금 다른 사람들처럼 그곳에서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일까? 진정으로 그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즐길 마음으로 나무 그림자를 지워버린 것일까? 디자이너가 어떤 공간 디자인을 해야 한다면 디자이너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곳을 먼저 생각하고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디자인한 공간에서 진정으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랑스러움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좋을만큼 겸손해야 한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 사람가 사람 사이에서 늘 통하기 때문이다.("나 홀로 벤치" 중에서 인용) 

  한국의 공공 디자인에 대한 일갈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이 무엇인가? 과연 그 안에 마음을 담았는가? CF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 안에 마음을 담았는가? 하나같이 네모 반듯한 한강변의 아파트에 자연이 담겨 있는가? 랜드마크랍시고 고층빌딩만 주구장창 지어대는 모습 가운데 자랑스러움이 있는가?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그 위에 물을 흘려 보내면서 청계천 복원이라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운가? 시민에게 닫혀 있는 서울 광장이 정말 자랑스럽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인가? 디자이너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하여 수도없이 그곳을 찾아와 살릴 것은 살리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가? 창피하지만 아니다. 걸리적 거리면 무조건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박정희식 경제발전 이후로 한국의 디자인이 포기하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창피함이 아닌가? 기껏 공공 디자인이라는 것이 해마다 도로를 갈아 엎고, 표지판 바꾸는 것, 유모차와 하이힐 신은 여자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돌로 포장하는 미친 짓이 아닌가? 

  다이나믹 코리아, 오고 싶은 코리아,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을 기치로 걸고 관광산없 육성을 위해 목숨을 건다. 그러나 기것 한국에 와서 뉴욕과 비슷한 모습을 본다면 굳이 올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한국적인 문화와 철학과 생활을 포함한 디자인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디자인은 함께 즐길 공간을 만드는 것이고 그 안에 마음이 담겨 잇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ps. 이 책 자체도 하나의 멋들어진 디자인 작품이다. 사진과 글자의 배치, 그리고 풍경과 디자인 물품의 배치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일상 생활과 번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펴보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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