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교양강의>를 리뷰해주세요.
사기 교양강의 -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 돌베개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한국 사람에게 역사의 시작을 묻는다면 단연코 고조선 단군 할아버지부터 시작할 것이다. 곰과 호랑이가 어느날 환웅을 찾아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원을 말했더니 쑥과 마늘을 주면서 동굴에 콕 박혀서 햇빛을 보지 않고 이것만 먹으면서 100일을 버티면 소원을 이룰 것이라 말했다. 그래서 괌과 호랑이가 함께 동굴에 들어갔으나 호랑이는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오고, 곰은 사람이 되어 단군왕검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군설화이며 이것을 우리나라의 시작을 설명하는 설화로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배웠다. 그리고 요즘도 배우고 있다. 그러나 배우고 있지만 고조선 역사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만들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삼국시대일까? 아니며 고려시대일까? 그것도 아니면 조선시대일까? 삼국시대와 남북조시대, 고려시대가 두루 영향을 끼쳤겠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와 생각과 감정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은 조선시대가 아닐까?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서 확실한 증거를 댈 수는 없지만 오늘날 벌어지는 유교식 사고와 권위주의, 집단 이기주의와 민족주의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형성된 것이 아닐까? 

  그럼 삼황오제라는 전설은 뒤로 제껴두고 중국인의 의식과 역사를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은 어느 왕조일까? 전설상의 성군이라 일컫는 요순우탕일까? 아니면 주지육림의 걸주일까? 그것도 아니면 전국시대? 단언컨대 한나라가 아닐까? 전국시대에 백가가 쟁명하면서 중국의 거의 모든 사상이 출현했다면 그것들이 모이고, 짝을 이루고 변형되면서 정착된 것은 단연코 한나라일 것이다. 진나라를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국가이긴 하지만 사상을 정착시키고 발전시키기에는 너무나 단명한 왕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첫 통일 왕조라는 의미는 지대할 것이다. 그래서 사마천이 삼황오제부터 시작하지만 사기에 통달했다고 하는 한자오치는 전설상의 앞부분을 과감히 생략해 버리고 진시황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참고로 한족이라는 말이 한나라에서 유래했다는 그럴듯하고, 유력한 설이 있는데 이는 중국 사람들이 대대로 한나라를 얼마나 자신들의 뿌리로 여겼는지 알려 준다.  

  이 책은 진시황으로부터 시작된다. 전설상의 삼황오제는 물론이요, 요순우탕, 주 문공, 춘추전국시대의 사공자 등 고사성어로 알려진 수많은 이야기들은 과감하게 생략한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략했다기보다는 이 책에 기록된 내용만 발췌햇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130편이나 되는 방대한 불량 가운데 고작 10편 남짓을 뽑아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문제를 제기할지 모르지만, 일단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왜 사기의 전문가라 불리우는지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 많은 내용가운데 사기의 기본을, 그리고 기록 목적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엮으면서 자신의 정치 철학을 풀어내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패도인가, 덕치인가, 법치인가? 그도 아니면 무위자연의 도치인가? 전국 시대 많은 정치철학이 등장했고 그 중 두각을 나타낸 것은 노장의 무위의 치와 공맹의 덕치, 한비자의 법치, 그리고 난세의 패도가 아닐까? 물론 패도와 법치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다니지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고 정치가 시작된 이래 올바른 정치체제에 대한 탐구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시각으로 사기에 접근한다. 사마천의 시각을 빌려 정체에 대하여 논하지만 결국 저자의 생각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저자의 생각은 지극히 중국적이다. 시작은 패도와 법치로, 정착은 덕지로 해야 국가가 오래 유지되며, 창업자를 도운 공신들의 최고의 처세술은 황로사상이며 수성자를 돕는 대신들의 처세술은 변형된 유교라는 것이 중국인의 사고에 딱맞는 정치이념이 아니겠는가? 물론 이것이 단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말이다. 사마천의 궁형 자처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 아니겠는가? 의와 충이라는 정치 이념 가운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란 뻔하지 않는가?  

  사기가 오늘날까지 영향을 기치고 있고 애독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좀더 확실히 말하면 사기를 왜 읽어야 하는가? 다른 어느 책보다 우리에게 역사를 판단하는 힘을 길러 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충실히 모아 여기저기 배치한 사마천의 노력은 우리로 하여금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판단하게 해주며, 각 인물의 장단점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게다가 그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체세의 방법들은 복잡하고 불안한 시대, 합리주의와 냉정한 계산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시대에 이익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간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어서 기분은 좋지만 오탈자가 많다. 내가 발견한 오탈자는 대충 이렇다. 

136p 밑에서 두번째 줄, 유방의 공세=>항우의 공세
139p 맨 마지막 줄, 항우의 아버지=>유방의 아버지
140p 10번째 줄, 누가한테=>누구한테
196p 맨 밑 줄, 소화는 첫 눈에=>소하는 첫 눈에
207p 밑에서 두번째 줄, 연나라로=>연나라를
228p 12번째 줄에는 수비대장이 "상인의 아들"인데 121p 16번째 줄에는 "백정의 아들"로 나오는데 원전이 잘못된 것인지 궁금한다. 225p 지도 5번 설명에는 고등=>고릉이다. 

  연도에 관한 것들은 살펴보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이니 다음 판본에는 수정을 했으면 하고, 책을 만들 때 한번은 더 수정을 해줬으면 좋겠다. 오탈자가 많은 관계로 별점을 하나 삭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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