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리뷰해주세요.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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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통해 받은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인간의 마음을 계속 누르고 일상생할에 어려움을 가져오는 것을 외상후 스트레스라고 한다. 말로만 들었던 외상후 스트레스를 직접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MMPI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한계에 대하여 배웠고, 그것을 보완할 목적으로 PAI라는 심리검사에 대해서 배우고 실제로 실습하는 가운데 있었던 일이다. 강의를 같이 듣던 한 분이 불안을 나타내는 지수가 꽤 높게 나왔는데 누가봐도 그럴 사람이 아니었던 까닭에 관심을 받았고, 그 이유에 대하여 알아가던 가운데 몇 주전에 교통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기에 병원에 퇴원했지만 그 이후로는 운전을 하고 가다가 자기 차 뒤에 다른 차가 멈춰서면 긴장이 된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사람이 자기 뒤에만 서 있어도 긴장이 되고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본인도 모르고 있었는데 외상후 스트레스였다. 증상이 가벼워 몇 주가 지나고 없어졌지만 만약 그 상처가 깊었다면, 그ㅐ서 몇 주 지나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아마 한 사람의 인생이 평생 고통 가운데 빠져 살아야 하지 않을까? 병명도 잘 모른채로 말이다. 

  이 책은 영화를 통하여 우리에게 트라우마에 대하여, 그리고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촉발 기재인 트리거에 대해여, 그리고 트라우마를 해소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영화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사는 특성 때문에 트라우마를 한번도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으며, 언제 문제를 만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가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트라우마 해소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을 소통과 대화와 신뢰, 지지라고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치료법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밑받침되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저자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군대에서 수없이 많은 상담을 통해 얻은 결론도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득 이 책을 보다가, 지금 대한 민국은 트라우마 가운데 제대로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려오는 소식들이 우리를 공황 상태에 빠뜨리고, 의지와 활력을 깎아 내리는 것들이다. 얼마전 미디어법이 통과 되었을 때 그것을 바라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동생도 그렇다고 한다. 어떤 분은 소주 한잔 하고 답답함에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다가 내 글을 발견하고 들어왔다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하는 글을 달고 가셨다. 어떠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떠나가고 싶다고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한나라당, 민주당, 국회 이런 단어를 들을 때마다 그것들이 트리거가 되어서 내 마음에 답답함을 불러 일으킨다. 때론 대한민국 국미니라는 것이 창피하다는 자괴감까지 불러일으킨다. 

  비단 이뿐이겠는가? 쌍용차 사태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밖에서 봉쇄하는 전경들은 전경들대로, 농성하는 이들은 농성하는 이들대로, 밖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은 또 그 가족들대로, 사측은 사측대로 각자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 각자의 트라우마를 보듬고 치료하지 못하니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더 악에 받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단계까지 왔다면 단순히 정치의 논리 경제의 논리만은 아니라고 본다. 신뢰, 소통, 대화, 지지가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해법이라는 말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인가? 그러나 쌍용차 사태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아니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들의 방"에 등장하는 가족들처럼 서로의 문제를 감싸 안기에만도 힘겨워 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해결해야 할까? 누가 트라우마에 갇힌 대한민국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으라? 누가 문제에 직면하여 대화로 하나씩 풀어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청와대? 국회? 경제계? 노동계? 국민?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꽤 오랜시간 대한민국의 트라우마는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공권력의 투입, 국회, 민생, 경제, 민주주의라는 정치적인 말들이 트리거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짓누를 것 같다.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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