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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희망이다 -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김수행 외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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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책을 집어 들면서 어이없는 실수에 혼자서 피식 웃어본다. 바로 옆에 있는 표지 때문이다. "거꾸로 희망이다."라는 제목을 알고 있고 표지 디자인이 이렇게 되어 있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도 항상 책을 거꾸로 집어들게 된다. 뒤집힌 것에 대한 강박적인 거부감 때문이가, 아니면 뒤집어짐에서부터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인가? 곤두박질치는 모습보다야 거꾸로라도 들어서 하늘을 향해 펄쩍 뛰어 오르는 모습이 더 활기차 보이고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표지를 보면서 참 기가막힌 디자인이라고 속으로 찬탄해본다.

  이 책은 시사IN에서 6강에 걸쳐서 행했던 세미나를 착실하게 정리해서 내놓은 책이다. 얼마나 착실하게 정리했던지, 책의 중간 중간에 "청중 웃음, 청중 박수, 청중 잠시 후 박수" 이런 식으로 강연장의 분위기 마저 전달해주려 하고 있다. 어찌 되었건 이런 노력 때문에 이 책을 접할 수 있는 거겠지 생각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품어 본다. 

  이 책에 나오는 12명의 사람들은 이 시대의 삐따기이다. 뛰어난 지성과 학식과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는 명예와 권력과 부마저 무시한 채 사회를 향하여 삐딱한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다.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심하면 색깔이 뭐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고 빨갱이다, 좌파다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남들이 모두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 든든한 일이다. 물론 왕따를 당하겠지만 말이다. 

  동생이 희망 공작소 위촉 연구원이었다가 지금은 정식 연구원이 되었다. 맞나? 어찌 되었든 그 덕에 박원순 변호사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듣는데, 얼마 전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이 국정원의 개입으로 무위로 돌아갔던 사건이 있었다. 경향신문 일면에 났었다고 했는데 나는 동생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요즘 뉴스를 끊어서 그런가보다. 내 기억에 그 당시가 한참 이명박 대통령께서 서민들을 살리기 위하여 마이크로 크레딧같은 시스템을 구상해보라는 명을 내리셨던 때로 기억된다. 그리고 한나라당에서 특별 위원회까지 구성해서 개떡 나눠주던 때가 맞을 것이다. 대통령이 외대 골목길에서 떡볶이 사먹으면서 아이를 안아주던 때가 맞을 것이다. 이런 때에 희망 공작소에서 시작하려던 마이크로 크레딧 프로그램을 국정원의 개입으로 무위로 돌려버린 것은 참 개떡같은 짓이다. 아마도 그런 것은 민간 단체인 희망공작소보다는 권력을 쥐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그것도 아니라면 컨닝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것인가?  

  동생이 나에게 그런 말 안하는데 언젠가는 희망 공작소 회원이 되어 달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거기 대표가 유명한 사람인데 회원이 그렇게 없냐?"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동생이 "미운털 박혔잖아."라고 씁쓸한 한 마디를 했는데 참 의미 있게 다가왔다. 

  매일 뉴스를 들으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뉴스를 끊어야지. 그래야 오래 살아." 이런 생각을 해본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와 그 후폭풍, 그리고 샌드위치 경제라는 위기 의식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이 나라의 방향키를 맡겨 주었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경제만 살리면 되지."라는 황당무계한 말이 이 나라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가장 큰 동인이 되었다는 것은 참 쪽팔린 일이다.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잃어버린 10년을 돌려드립니다라는 구호 아래 청와대에 입성한 분들은 80년대말 90년대 초로 돌아가려는 듯이 질주를 시작하셨다.  

  국민과의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명박산성을 광화문에 쌓으셨다. 이순신장군도 꽤 오랜 세월을 광화문에 서계시면서 이런 일들은 처음 보셨을 것이다. 약주 한잔 하시고 알딸딸한 상태에서 브리핑을 하시는 똥관이 형님, 미국 유력 일간지의 첫 머리를 장식하셨던 리먼브라더스에 필적하는 한국의 리만브라더스(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의 황당무계하고 무모한 금융정채과 외환정책을 비꼬는 말. 이건 미국 유력 일간지에 기재되어 있던 기사의 내용이다.), 매일매일 선전했다는 놀림을 일본 네티즌들에게 당하면서도 고한율 정책을 유지하는 우리 만수형님. 결국 심한 태클에 우리 만수 형님은 뚜껑이 열리셨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된지 2년이 지났건만 그동안 탱자탱자 노시다가 이젠 실업대란이라는 말로 1년 6개월을 연장하자고 한다. 경제 5단체는 선심쓰듯이 일단 그것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하신다. 건물하나 올리기 위하여 비행기 활주로를 바꿔버리시고, 강을 살리기 위하여 먼저 죽이는 일에 들어갔다. 잔디가 누렇게 떠서 죽으니까 초록색 페인트로 잔디를 칠하는 몽준이 형님의 기발한 발상에 힌트를 얻어 콘크리트로 강을 덮고 초록색 페인트로 칠하는 녹색뉴딜을 이야기하신다.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지원 없이 열심히 공사해서 이 땅을 푸르고 푸르게 만들겠다는 상식을 파괴하는 착상을 하신 분은 천재이거나 바보이거나 둘 주의 하나겠지? 1년이 지났지만 747공약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른다. 747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듯이 경제를 바닥에 안전하게 끌어 내리겠다는 것이 747 공약의 핵심인가? 아니면 보잉 747기를 살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7%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 747정책인가? 어찌 되었던 대통령과 동명이면서도 딴지를 거는 명박씨를 옭아 매기 위하여 오늘도 한나라당은 김비서를 내세우고 옆동네 N씨의 지원을 받아 PD수첩은 포르노 디스크 수첩이라고 자의적인 해석을 내린다. 그리고 이런 일이 두번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안을 상정해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겠다고 조중동씨를 통해 선전한다. 작은 mb는 어느 편을 들어야 할까 가만히 눈치를 보면서 팝콘을 튀기고 계신다.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야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면,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이 모여서 3당 합의라는 것을 내렸다고 하는데 왜 내 눈에는 그놈이 그놈으로 보이는가? 차라리 합쳐서 "우리 한나라당"을 만드는 것은 어떨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검열하시고, 악성댓글로 몰아 처벌한다. 그러면서도 알바생들을 풀어 지역 감정을 조장하고 색깔 시비를 건다. 멀쩡한 강을 죽이기 위해 삽질을 시작했으며, 낙동강에서 뻘을 퍼올리는 뻘짓도 서슴지 않으신다.이걸 보고 있으면 역시 삽질에는 프로요 뻘짓에는 따라갈 사람이 없는 독보적인 삽질정부요 뻘짓정부라고 감탄하게 된다.

  공정택씨는 여전히 상고중이며, 대학은 5년은 필수요 6년은 선택이 되었다. 기업은 내수 시장을 포기한 것인지 비정규직과 인턴을 양산하고 있다. 도대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정규직과 인턴의 차이가 무엇인가? 하는 일이 다른가? 아니면 사람이 다른가? 단지 월급 명세서만 다를 뿐이 아니던가? 이러면서도 국산품 애용을 외치면서 S와 H는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다고 당당하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니들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지 아니면 우리나라 국민이 니들을 먹여살리는지?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에서 자국산 자동차를 덮어 놓고 사주는 나라가 어디있으며 외국보다 비싼 값에 더 저질의 휴대폰을 충성을 다해 사주는 나라가 어디있는가? 정말 덮어놓고 사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자국 소비자들은 봉이 맞는갑다. 심심하면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의 도발에 미쿡에게 이른다면 쪼르르 달려가는 소심함. 

  도대체 이런 거지 발싸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는가? 더 이상 바닥이 없을 정도로 내려갔는데 어디서 우리는 희망을 볼 것인가? MB노믹스 이후, 근혜이즘과 재오 노믹스까지 봐야만 하는 것인가? 불안하다. 도무지 진단이 나오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도 혹시 검열 당하는 것 아닌가 불안하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보는가? 다들 위기라고 하는데 왜 이들은 거꾸로 희망을 말하는가?  

  예전에 한 청년이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제 신앙심이 바닥이예요." 처음에는 이 말이 무척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그 말이 희망으로 들리더라. 바닥이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오면 되기 때문이다. 진짜 무서운 것은 이만큼 내려왔는데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불안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를 것이다. 지금 이 나라를 바라보는 내 모습이 딱 그렇다. 바닥인가? 아니면 아직 바닥이 아닌가? 난 바닥이길 소망한다. 그래야 희망을 볼 수 있고, 치고 올라갈 것이 아닌가? 이 책의 강연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이것이 아닌가? 

  우리는 희망을 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니 우리라는 말도 책임을 회피할 수 있으니 나로 좁혀보자. 절망의 시기에 희망을 말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모든 선거는 필히 참석한다. 솔직하게 난 교육감 선거는 안했다. 아직 아이들이 1살 2살이라서 그런 것도 있었는데 후회한다. 둘째 뉴스를 끊지 말자. 듣기 힘들고 암울해도 두 눈을 부릅뜨고,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자. 셋째, 책을 읽자. 올해 50권 목표로 읽고 있는데 지금 32권을 읽었다.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 사고를 키우자. 그리고 산성 너머에 숨어 듣든 안듣든 쓴소리를 하자. 넷째 희망 공작소 후원자가 되어야 겠다. 내가 내는 회비가 이 사회에 진정한 서드 섹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좀더 희망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내 아이들에게 근혜이즘과 재오노믹스를 유산으로 물려 줄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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