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 인디언 연설문집
시애틀 추장 외 지음, 류시화 엮음 / 더숲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류시화의 책이다. 류시화랑 내가 잘 안맞는다고 도마 복음 강의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 때만 해도 이해할만 하다. 인디언들의 생각와 철학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알게 해줘서 감사한 마음까지 품고 있으며, 나로서는 류시화에 대한 극찬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출판사의 독자 친화적이지 않은 만행 때문이리라. 책이 꽤 두껍다. 도마 복음 강의와 마찬가지다. 하드 커버도 아닌 소프트 커버, 그리고 어떤 알라디너가 지적했듯이 가독성이 떨어지는 판형!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조금 쉽게 이야기하자면, 책 안에 많은 것을 억지로 꾸겨 넣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면 되려나? 나도 과거에는 포켓 사이즈를 선호했던 적이 있다. 책을 들고 다니기 쉽게 편집되어 있는 판형들을 선호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책 옆에 있는 여백은 그다지 필요없는 종이 낭비라고 생각했기에 그러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다보니가 본문 옆에 있는 여백은 그냥 종이 낭비가 아니었다. 거기에 무엇인가를 끄적이는 용도로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다. 그 부분이 얼마나 적절하게 존재하느냐에 따라서 책을 읽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후에 "유레카"를 외쳤던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내용과는 무관하게 상당히 불친절하다. 게다가 900페이가 약간 넘는 어마 무시한 분량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단 기가 질린다. 물론 이런 책을 책꽂이에 꽂아 놓는다면 상대방 제압용으로 좋기는 하겠지만 그런 의미로 사용할 것이라면 하드커버로 되어 있는 전집을, 그것도 영어나 일본어로 되어 있는 책을 꽂아 놓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만약 이 책이 제압용이 아니라 독서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900페이지를 손에 잡고 읽는 것도 쉽지 않고,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도 부담이 된다. 학생도 아니고 기것해야 핸드백, 아니면 노트북 가방을 들고 다니는 성인들에게 900페이지의 책을 들고 나니는 것은 고역이다. 책을 소분해서 한 2~3권으로 만들었다면 어떨까?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것은 인디언들의 사고 방식을 인정하는 다양한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겠는가? 모든 것을 백인 지배층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그래서 인디언들의 삶을 야만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 다음 수순은 야만의 인디언 문명을 파괴하거나 계도해야할 대상으로 보게 된다. 인디언 문명이 사라져 버리고 보후 구역 안에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이 책은 이렇게 사라져 버린 인디언 문명의 외침이다. 너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처럼 나도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이며, 네가 발언하는 만큼 나도 발언할 권리가 있다는 피맺힘 외침이다. 다만 그들의 목소리가 정말 인디언들의 목소리인가라는 점에서는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서 언급할 때 인디언들의 연설이 백인들을 통하여 기록된 만큼 그 원래의 의미가 왜곡되커나 쇠퇴해 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품는데, 나도 여기에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인디언들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들려지도록 보존되었다는 점에서만큼은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씁쓸한 점은 그들의 이름을 영어로 기록한 부분을 보면서이다. 인디언들의 이름이 영어로 번역되어 기록된 부분이 그들의 원래 이름보다 더 귀에 익고, 그 이상한 이름을 들으면서 낄낄댔던 모습이 생각이 나서 더 씁쓸하다.


  여튼 출판사 관계자들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책을 냄에 있어서 조금은 더 독자 친화적이고, 가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책을 편집했으면 좋겠다. 같은 작가의 책을 보더라도 편집에 따라서 받아들여지는 강도가 다르다는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가능하면 독자들이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0-02-18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천페이지가 넘은 하드커버책의 경우 읽기가 참 조심스럽습니다.예를 들면 제가 주석달린 셜록홈즈(전 2권)를 가지고 있는데 천페이지가 넘고 거의 여성잡지만한 크기여서 솔직히 읽을 엄두가 날질 않더군요.이후 6권으로 분권된 주석달린 홈즈가 나왔는데 책장에 놓기에는 구판이 멋지지만 실제 책을 읽을려면 분권된 주석달린 홈즈가 훨 읽기 쉽지요.
출판사 입장에선 분권에서 팔기보단(혹 님 말씀처럼 읽기가 쉽지 않다면 1권말 살수 있으니) 한권으로 파는것을 더 선호하지 않나 싶어요.

saint236 2020-02-19 10:39   좋아요 0 | URL
출판사의 입장과 독자의 입장! 그 차이가 이런 무식한 책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그래도 출판사에서 조금만 생각하면 이렇게 두꺼운 책을 사는 사람은 분권을 해도 보통 다 산다는 사실이지요.
늦었지만 카스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