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터키사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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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하면 생각 나는 것은? 

  터번, 콧수염, 이스탄불, 2002 월드컵 3위, 갈라타사라이, 그리고 이을용? 맞다. 6.25참전국. 칸카르데시, 코레가지. 이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최근에야 알게 된 것들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터키는 유럽에 속한 팀으로, 아시아에 속한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란, 이라크보다 더 먼 나라이다. 알고 있는 것도 거의 없고, 터키를 형제국가라고 부를 때 왜 그렇게 부르는지도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셀주크 투르크, 오스만 투르크, 메메드2세, 콘스탄티노플 함락, 슐레이만 대제같은 민족, 인물,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들이 전부 터키 역사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국사도 선택으로 가르치는 마당이니 세계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드물고, 세계사라고해도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세계사에서 번두리 역사로 취급받는 터키사에 대한 입문 소개서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간혹 터키사를 소개한다고 해도 딱딱한 학술 서적이나, 이슬람 역사처럼 중동과 이집트, 그리고 터키를 뭉뚱그려 한꺼번에 다루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니 터키사라는 말자체가 낯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던 차에 나온 처음 읽는 터키사는 내 시선에 포착되기 딱 좋았다.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책들을 주문하면서 같이 끼워서 주문했다. 이미 주문한 로마제국 쇠망사와 갈리아 전쟁기, 내전기와 함께 읽으며 로마의 세계에 흠뻑 빠지리라 작정을 했다. 시간상으로는 가장 나중에 읽어야 하는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순전히 쉽기 때문이다. "처음 읽는"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정말 쉽게 풀어 쓴 책이다. 혹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특히 터키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터키사에 입문하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중고등학생들이 읽어도 무방하고, 초등학교 5~6학년이 읽어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15000원의 가격으로 출판된 책이지만 일반 교양 도서라는 느낌보다는 교과서같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각 단원을 편성하고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터키사를 풀고 있다. 그렇지만 1400여년이라는 긴 시간을 채 300페이지가 안되는(후주와 연표를 제외하고 순수한 내용만을 계산했을 때) 적은 분량에 그것도 그림까지 곁들여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주마간산식이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 때문에 조금 자세한 교과서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가치는 철저하게 "처음 읽는"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것을 기억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쌍화점에 나오는 회회상인들이 터키계 사람이라는 것도, 돌궐이 사실을 투르크라는 그들의 이름을 얕잡아 본 중국식 명칭이라는 것도, 애거서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도 실은 터키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위에서도 밝혔듯이 주어진 분량에 비해 너무 긴 세월을 다루기 때문에 설명이 간략하다는 점(물론 교과서에 비하면 엄청나게 자세한 것이겠지만)과 터키사를 너무 미화했다는 점이다. 첫번째 예는 십자군의 예루살렘 정복과 살라딘의 예루살렘 회복이다. 단 몇줄로 표시되어 있지만 예루살렘 정복은 1차 십자군 원정의 결과이고 살라딘의 예루살렘 회복은 3차 십자군 전쟁의 결과이다. 시간상으로 100년의 차이가 나는데 이것을 단 몇줄로 표시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장구한 시간을 300페이지에 담으려 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이나 연표를 더 자세하게 기록해 주었다면 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서구 중심의 세계사관에서 벗어나 터키를 중심으로 쓰다 보니 그들이 벌인 정복 전쟁의 잔인함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십자군이 터키군에 대하여 한 것만큼 터키군도 십자군에 대하여, 그리고 유럽인에 대하여 잔인한 행동을 취했다. 터키에 대항하던 성요한 기사단의 모토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음을 기억한다면 터키 또한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넓은 포용력을 보였다고 말하지만 이교도에 대하여 특별 인두세를 물렸다는 사실은 포용력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예니체리 군단 또한 마찬가지다. 예니체리 군단이라는 것 자체가 기독교도 소년들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떼어내어 개종시킨 것임을 기억한다면 터키사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자칫 오해할 소지가 있음이 이 책을 보면서 느기는 또 다른 아쉬움이다. 

  어찌 되었던 읽기는 재미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혹은 화장실에서, 혹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에, 딱 그 정도의 분량이다.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꼭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ps. 43페이지 바울에 관한 설명 중 "십자가형을 받고 순교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실수이다. 교회사에 의하면(그래봐야 전설이겠지만) 바울은 로마 시민권을 가졌기 때문에 십자가형이 아니라 목이 잘리는 단두형을 받았다. 십자가 형을 받은 것은 또 다른 사도인 베드로라는 것이 교회 전통에 따른 설명이다. 아마도 바울과 베드로를 혼동하여 생긴 실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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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1-05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aint236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saint236 2019-01-12 18:58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잘지내시죠?

ㅇㅇ 2019-01-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십자군 전쟁이 잘 소개가 안된 이유는 살라딘은 당시 오스만제국의 지방 군벌이었고, 딱히 중요한 정계인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십자군전쟁은 오스만제국 입장에서는 지방군벌이 중앙정계에 진출하기위해서 서양 침략자와 별 중요하지 않은 지역을 두고 싸우는 것으로 판단했죠. 호들갑떨고 성전이다 하면서 유럽만 난리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