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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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정윤수
주연 : 김주혁, 손예진

누군가는, 영화는 도덕의 잣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어떤 영화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버젓이 썩소를 날리기도 하지 않는가? 이것이 현실에서 가능하기나 한 것이란 말인가? 그래도 그건 영화려니하고 보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뭐란 말인가? 사실 도덕의 잣대로 보지 않는 것이 영화라면,  모든 영화는 마음을 비우고 봐야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킬링타임용 영화라면 모를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주, '이거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이야?'를 남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가능하냔 말이다.  

아무리 능력있고, 세련된 직업을 가졌으며, 남다른 가치와 사고 방식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남편을 두고 또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지금의 남편이 싫어져서 이혼을 하고, 다시 재혼을 하는 거라면 이해를 할 수가 있다. 또 가끔, 이혼할 자신이 없으니까 바람을 피우거나, 배우자 몰래 동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결혼을 또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뭐 그냥 우스개 소리로, "거 누군지 참 남자 복도 많다."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제 3자니까 그렇지, 이것을 선듯 찬성할 배우자는 없다. 이것에 대해 이 영화의 여주인공 주인아(손예진 분)는 당당하게 맞선다. "내가 뭐 하늘의 별을 따 달래? 달을 따 달래? 그저 남편 하나 더 갖겠다는 것 뿐인데 그게 뭐 그렇게 어려워?" 꼭 사춘기 여자아이가 스마트폰 사 달라고 아버지에게 징징거리는 것 같다. 결혼이 그렇게 어느 대리점에서 스마트폰 사는 거처럼 쉬운 거라면 누군들 못할까? 이쯤되면 좀 정신에 문제있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징징거리면 아무리 쇠고집이어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들어주고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뭐 잘못했나? 자신을 의심하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영화는 이렇게 여주인공의 도발적이고 엉뚱한 언동에 점점 갈등하고, 타협하고, 그러다가도 뭔지모를 미로속을 헤메는 것 같은 남자주인공 노덕훈(김주혁 분)의 심리를 그리 무겁지 않으면서도 통속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혼도 하지 못하면서 아내의 새로운 결혼을 지켜 봐야하는 덕훈의 심정이 어떨지 감히 짐작이 간다.  그건 단순히 질투라고만 말할 수도 없다. 그것은 결혼의 순결성에 대한 도전이고,  숨이 턱턱 막히는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덕훈에겐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가 열리는 것이기도 하다.  원래 세상을 넓고 깊게 보는 경험은 좋은 것에서 얻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은 쓰디 쓴 경험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법이다. 자신은 바람을 피우면서 아내의 바람기는 참아내지 못하는 친구의 푸념은 자신이 느끼는 이 황당한 상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기가 잘못해서 아내가 바람이 난 것을 누굴 나무라냐며 용서해 주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영화는 이렇게 기존의 결혼에 대한 도덕 관념 내지는 사람들의 인식을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한다.  또한 아내가 그렇게 두 집 살림을 하면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며느리 노릇을 완벽 잘하는 것을 보면서, 덕훈은 어머니에게 묻기도 한다. 아버지랑 그동안 어떻게 살았냐고. 의외로 돌아오는 답변은 간단하다. 악착같이 살았다고. 누구 좋으라고 이혼하냐며.  그게 결국 결혼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서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이혼하면 지는 것이다. 

 

사실 덕훈도 덕훈이지만 주인아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두 집 살림하는 것이 영화에서처럼 쉬운 일인가?  지구상에서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가 유지되는 종족은 극히 드물다. 영화속 인아는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통의 능력이 아니면 두 시어른의 눈을 완벽히 속여 가면서 두 집 살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여자가!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현재의 배우자와 이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한 가지만 잘할 수 있지 두 가지 이상을 잘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영화는 언제나 가정을 잘하는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예로부터 두 집 살림은 남자가 잘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것은 알고보면 영역 표시하기를 좋아하고, 사냥을 좋아하는 수컷의 본능일뿐 문화적으로 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 역할은 주인아처럼 여자가 더 잘할지도 모른다. 여자의 뇌는 멀티 플레이를 잘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남자는 그럴 수 있어도 여자는 그럴 수 없다는 건 사회적 인습이 그렇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도덕이란 건 남자들에게 유리한 인습을 둔갑시킨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영화속 덕훈은 그 말도 안되는 결혼 생활을 꾸역꾸역 해 나가고 있었고, 한 여자를 두고 두 남편이 공유할 수도 있다는 걸 새롭게 인식해 갈 무렵, 인아는 아기를 낳고 이들의 결혼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는, 그 아이가 누구의 핏줄이냐는 것이다. 덕훈 자신의 것이냐, 아니면 아내의 남편의 것이냐. 즉 핏줄의 문제. 현대에 있어서 일부일처제의 결혼이 유지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핏줄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씨냐는 것은 오랜 가부장제를 관통해 온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에 TV를 통해 소개된 아프리카 원시 부족인 '조에족'이 생각이 났다. 그 부족은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가 허용된 사회인데, 특별히 일처다부제인 경우 여자가 낳은 아이가 정확히 누구의 핏줄인지를 모른다고 한다. 단지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남편들이 공동으로 육아에 참여한다고 한다. 그래야 그 부족은 종족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종족 보존의 나름의 합리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도 보면, 아기가 갑자기 열이 나고 병원에 급히 데려가 봐야하는 상황이 생기고 만다. 하지만 하필 덕훈은 다리를 다쳐 병원에 데려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아내의 남편이 그야말로 바람 같이 나타나 아기를 안고 병원엘 데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면서 아이의 건강뿐만 아니라 이렇게 범죄가 많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아이를 지켜줄 존재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핏줄을 보존하는데 유리하면 유리했지 결코 불리할 것은 없어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들었다.  단지 그 아이의 정체성의 문제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것뿐이지.

             

 이렇게 이 영화는 기존의 결혼을 헤집어 놓는다.  무겁지 않고 상큼하게. 그리고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인가?'란 이 짜증도 알고보면 그동안 내가 영화를 얼마나 도덕적 관념과 기존의 인식의 틀을 가지고 볼려고 했는지 반성(?)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 결혼의 형태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화 초반의 인아의 덕훈에 대한 요구는 얼마나 황당한가? 중혼이라니? 하지만 일부일처의 결혼제도에서 음성적으로 파생되는 결혼의 모순과 상처를 생각할 때 차라리 인아의 요구는 오히려 정당성을 얻을만 하다. 앞으로 이런 결혼 형태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벌써 부성을 거부하고 모성에 의한 자녀 양육의 형태나 동성부부간의 자녀 양육의 형태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영화는 결혼의 새로운 논리를 펴고자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결혼에서 여자가 얼마나 상처 받을 수 있는지를 남자에게 고스란히 덮어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한 남자가 조강지처를 두고 딴 여자를 얻는 경우 그 여자들은 형님, 아우의 존칭을 나눠 갖는다. 그것이 이 영화에서는 고스란히 두 남자의 몫이 됐다. 그것에 대해 덕훈은 얼마나 낮간지러워 하던지. 웃긴다. 상대를 이해하는데 역시사지의 논리만큼 좋은 것도 없으리라. 그러면서 동시에 영화는 결혼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위로까지 해 주고 있다.  

히 이 영화는 대사가 좋은데, 엔딩 때 김주혁이 나레이션으로 읊조리는 대사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미운 사람이 사라진다고 하여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 주는 환상을 가지고 결혼하지만, 그렇게 결혼은 핑크빛 사랑 보단 수없이 반복하는 애증속에서 미워하지 않는 방법 아니 미움을 끌어 안는 법을 깨달아 나가는 과정은 아닐까? 결혼은 해도 후회고 안 해도 후회라지만 그건 확실히 결혼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싸우더라도 혼자인 것 보단 같이가 나은 법이니까.  

감독의 세련된 연출과 완급 조절 능력이 좋은 것 같다. 덕훈 역의 김주혁이 왠지 차갑고 묵직한 이미지 때문에 찌질한 역이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 의외로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는 생각이 든다. 여우 같은 이미지와 청아한 이미지를 함께 갖춘 손예진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조금 야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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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1-0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거 소설 읽구 너무 화딱지나서 영화는 볼 생각두 안 했어요.
남성 작가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공감이 하나두 안 가요.
언니 같으면 시댁 두개 갖구 시플거 같아요?
거기다 여주가 엄청나게 남편들에게 잘 하고, 집안 살림 잘하고,
시댁에게도 잘 하고, 회사도 다니고, 밤일도 잘 하게 나오잖아요?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남편 둘 가지고 시플까?
완전 남성 시각이예요,, 윽. 시러.

그러나 리뷰는 좋네요! ^^

stella.K 2010-11-05 16:2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가?
하지만 영화에서 덕훈이 많이 당하잖아요.
영화는 영화일뿐. 정말 인아 같은 인물이 있겠어요?
영화니까 가능하지.
난 이쯤되니까 책도 보고 싶긴한데 영화가 더 잘 만들어졌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축구 얘기 얼마나 능청스럽게 굴려 먹는지
시나리오가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이조부 2010-11-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의 원작소설도 상당히 인기 있었던걸로 기억해요. 저는 읽어보지도 않고

축구매니아인 동생한테 권했더니, 소설과는 거리를 두는 친구인데 재미있게 읽었ㄷㅏ고

하더군요.

리뷰를 보면서 찔금 읽다가 치운, 이갈리아의 딸들 이 떠올랐어요. 리뷰가 무척 좋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ㅋ

stella.K 2010-11-06 10:46   좋아요 0 | URL
오호! 이갈리아의 딸들이 이와 비슷한가요?
오래 전 읽어 볼까 하다 그만둔 건데 관심이 가네요.
가끔 리뷰가 좋다 생각되시거든 추천 쿡!도 해 주세요.ㅋㅋ

프레이야 2010-11-07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책도 영화도 재미있게 본 거네요.
손예진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잘 어울리고 적격인 거 같았어요, 제 눈엔요.ㅎㅎ

stella.K 2010-11-06 12: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손예진은 정말 물이 오를데로 올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우미와 청순미를 어찌 그리도 두루 갖췄는지 째끔 부럽다는 생각을...ㅎㅎ
그런데 책은 어떤가요? 좀 끌리긴 하는데...

프레이야 2010-11-10 21:13   좋아요 0 | URL
축구와 그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조합되어요.
전 재미있게 봤어요.^^

순오기 2010-11-06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영화도 재밌게 잘됐지만...
정말 여자가 두 남자 거느리고 그렇게 피곤하게 살고 싶을까는 알 수없는 영역!ㅋㅋ

stella.K 2010-11-06 10:49   좋아요 0 | URL
원래 세상의 모든 이치는 하나 좋으면 하나가 나쁘잖아요.
결국 선택의 문젠데 그러고 사는 것도 그녀에겐 좋은가 보죠.
저도 두 집 살림은 못할 것 같아요.ㅋㅋ

다이조부 2010-11-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사소한 궁금증인데, 추천을 하면 뭐가 좋은가요? ^^

아무도 제가 쓴 ㅎㅓ술한 글에는 추천을 안해줘서 몰라서 말이죠~

좋아하는 가수가 얼마 전 쓰러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는데, 결국 세상을 떠났네요.

사람은 떠났지만, 결국 음반만 덩그러니 남았네요. 속이 상하네요. 쩝

stella.K 2010-11-06 13:05   좋아요 0 | URL
헉, 누군데요? 어쩌다...?

추천은 그냥 기분이에요. 그래도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많이 다르죠.
내 글에 대한 자존심을 인정해 달라는 거랄까?
누군가 내 글에 관심있다는 건데 그럼 기분 좋잖아요.
근데 추천하셨네요. 잘하셨어요. 토닥토닥~ㅋ
저도 좀 전에 매버님 글에 추천하고 왔는데.
어때요, 기분 좋지 않아요?^^

다이조부 2010-11-0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제가 스텔라님처럼 밀도 있는 감상문을 쓰지는 않아서 십중팔구 추천은 0 이랍니다.

달빛요정만루홈런 이진원씨가 오늘 사망했네요.

후유증이 주말 내내 계속될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stella.K 2010-11-06 15:04   좋아요 0 | URL
방금 들었어요. 전에 들어본 것 같기도하구...
안 됐네요. 아직 젊은 사람인데.

매버님도 밀도 있게 쓰세요. 그럼 제가 백만 개쯤 날려 드릴게요.ㅎㅎ

다이조부 2010-11-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은 빈말을 안 하시는구나 ^^

보통이라면, 매버님도 밀도 있게 쓰는걸요~ 할텐데 말이죠 ㅋ

아무튼 재미있네요 ^^ ㅎㅎ

스텔라님도 고종석 좋아한다는 것은 무척 반갑네요. 저는 그 아저씨 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stella.K 2010-11-07 16:26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야 했던 건가요?
사람이 가끔 마음에 없는 소리도 해야하는 건데
이게 전 잘 안되요.ㅎㅎㅎ
하지만 제가 누구를 칭찬을 할 땐 아낌없이 하죠.
그러고 보면 매버님도 예리한데가 있어요.ㅋ

고종석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 좋은 건 아는데 뭐하느라
그의 다른 책들을 못 읽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니 낮간지럽네.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ㅠ
 
프랑켄슈타인 - Frankenstei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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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우드표가 다 그렇지. 눈을 사로잡는 마력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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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0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옆에 있는 4단 서재에서 지성에서 영성으로 없어졌네요.

요즘에 그 책을 읽고 있어요.

모임에 나갔다가 그 책을 두고 와서 후배한테 소포로 부치라고 했는데 이 녀석이

차일피일 미루네요 ㅋ

stella.K 2010-11-03 15:22   좋아요 0 | URL
ㅎㅎ 가끔 님은 전혀 상관없는 란에 댓글을 다세요. 여기는 영환란인데.ㅋ

그책은 저도 감명 깊게 읽은 책이어요.
그렇게 부족할 것없이 완벽할 것만 같은 어르신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었다는 게 너무 공감이 가고,
다시 한 번 이 분의 지성이란 상당한 경지구나 싶어요.
지성을 통과해야만 영성이 보인다는데 공감은 가지만,
그렇게만도 얘기할 수 없는 게 영성이고, 신앙 같아요.
한마디로 오묘한 거죠.
 
 전출처 : stella.K > 인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재현 저자 강연회에서

지난 10월 28일, 지인 한 분과 함께 정독 도서관에서 <두더지 지식 클럽>의 저자 강연회가 있어 다녀왔다.  
글쎄, 왜 거길 갈 생각을 했을까? 사실 나는 정독도서관 올라가는 그 길을 좋아한다. 거리가 워낙 멀어 일부러 가기는 뭐하고, 이렇게 갈 기회를 만들었으니 오랫만에 거리가 주는 정취가 좋다. 게다가 함께 한 지인이 평소 내가 좋아라 하는 분이라, 시간을 넉넉히 둬서 그분과 함께하는 저녁시간도 내겐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강연회의 부제가 매력적이다. 인문학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지 않는가? 혹했다. 작고한 이윤기 씨는 그의 책에서, 곳곳의 거리 간판에서 신화의 흔적을 알려준다는데, 저자도 그런 식으로 일반 대중이 쉽게 인문학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지 않을까? 호기심이 발동한 것.  

 

 

一生懸命

그런데 웬걸, 막상 시작을 하고 보니 도통 무슨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몇개의 사진이 넘어가고, 뭔가 심오한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 어렵다던 인문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지 않을까란 나의 기대는 물건너 갔다. 하긴, 저자가 얼마나 어렵게 공부한 학문이겠는가. 나라도 그것을 호락호락 가르쳐 줄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리는 완전하진 않지만,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구나가 (대충) 파악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날, 저자는 첫 시작을, 어느 초등학교 교문에 걸려있는 표어를 보여주면서 강연을 시작했었다. 이를테면, 그 표어는 "6학년 목숨걸고 공부하는 기간" 이란 것이었다. 이게 어느 학부모에겐 반가울 수도 있지만, 사실 알고보면 살벌한 표어다. 고3 수험생에게라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제 초등학교 6학년에게 저런 표어를 적용하기엔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비슷한 의미로 유태인 집단수용소 정문엔 이런 구호가 있다고 한다. Arbeit macht frei(Work makes you free)을, 한자성어로는 一生懸命(일생현명: 일어로는 '잇쇼오겐메')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목숨 걸고'란 뜻이란다. 다른 말로하면 필사적으로 열심히란 뜻이겠는데, 문제는 이것이 자발적이면 좋은 일이지만, 정부가 이것을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처참한 비극이 일어났는지는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나중에 그 초등학교의 문제의 표어는 철회되었다고 한다. 뭐 이런 심오한 뜻을 깨달아서 철회된 것 같지는 않고, 학부모의 반발로 떨어졌다나 뭐라나.  

하긴,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나라에서 교육을 담당해 왔다. 아니 그보단 학생을 관리해 왔다고 해야할 것이다. 나라가 학생들을 가르고 결국 그것을 위해 一生懸命을 주입시켜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나라할 수 있는 일이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그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 말은 그 유명한 예수님이 율법학자들과의 논쟁에서 말씀하신 것이다. 말하자면, 헌금을 가지고 이것을 누구에게 바치는 것이 좋겠냐는 율법학자의 우문에, 예수님은 현답으로 하신 말씀이다.  

사실, 그날의 저자의 강연은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았다. 뭔가 아는 것도 많고, 준비해 온 것도 많은데 1시간 내에 강연을 하자니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청중이었던 나의 느낌일 뿐이지, 저자는 그것에 대해 난감해하거나 쩔쩔매는 것은 없었다. 그냥 주어진 시간안에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었다.(좀 더 신랄하게 말하면 '따라 올테면 따라와 봐' 하는 식이랄까?) 그런데 학문에 파벌이 있어서는 안되겠자만 왠지 저자에게선 좌파적(?)인 느낌이 강했다. 이를테면 학문의 장벽을 허물고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하기 보다는, 독야청청하는 쪽이랄까? 오죽했으면 저자는, 출판사에서 만든 자신의 책에 대한 카피나 제목에 대해서 마뜩찮게 말했다. 하다못해 요즘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곤 하는데, 그는 인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까지 했다.  

물론 그것을 필요로하는 소수의 사람은 있다. 이를테면 정신분석학자나, 종교가나, 점쟁이 정도. 그러나 요즘 학생들, 경영인들, 심지어 홈리스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말한다. 그저 예수님의 저 말씀처럼, 홈리스들에겐 빵과 일자리를 주고, 경영인들은 돈 잘 벌고 잘 쓰는 방법을 가르치면 그만 아니냐고 반문한다. 확실히 그의 언사가 좀 파격적이다. 하지만, 이 말은 저자가 처음하는 말은 아니다. Marx는, "각자는 그의 능력에 따라서, 각자에게는 그의 필요(욕구)에 따라서"란 말을 했다고 한다.  

 인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인문학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인문학이 융성했던 시기가 두 번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플라톤이 살았던 고대 그리스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 가장 사치스럽고, 모든 학문이 융성했던 시기. 또한 그 시대는 한가하고, 다소는 게으른 여가, 즉 자유 시간이 충분히 보장된 시대이기도 했다. 저자는 바로 이때가 인문학을 할 때라고 말한다. 즉,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려면 여가가 필요하다.  

나는 이때야 비로소 왜 저자가 초두에 초등학교 표어와 일련의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줬는지 알 것 같았다. 문제는, 우리가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기 전에 과연 인문학을 할 만한 여건과 환경이 되어 있는가를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저자는 말하기를, 인문학을 하려면 적어도 자기의 방. 또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점점 원룸, PC, 개인 블로그, 스마트폰 등이 중요하게 부각이 되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그러면서, 정신분석학자나 종교가들이나 보는 어려운 인문학 책을 보기 보다 소설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까지 충고한다.   

저자의 말을 들으니, 또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사실 인문학이라는 게 뭔가?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닌가? 그러나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고,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급선무인 것마는 사실이다. 당장 내 배가 고프고, 일자리가 없어 돈을 벌지 못하는데 정신적인 양식부터 공급해 주겠다면 그건 또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이렇게 오늘 날, 우리 사회는 이 빵의 문제를 급선무로 해결해 줘야할 사람과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사람. 이 둘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한 사람이나 다 같이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는 인문학을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했다. 물론 그것은 맞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인문학을 평가절하할 것은 뭐가 있는가? 저자는 일생을 바쳐 그 어려운 공부를 했으면서 말이다. 

처음과 나중의 달랐던 강연회 

저자는 그러면서 수를 쓰려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인문학을 해야한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진짜 인문학을 할 사람이라고. 솔직히 사람은 빵의 욕구가 채워지면, 그땐 또 다른 곳으로 눈이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중엔 건전한 것도 있지만 불건전한 것도 있다. 그런 것에 마음을 빼앗기느니 인문학에 입문하면 좋지 않은가? 

아무튼, 그날은 뭔가 딱히 정리된 느낌은 없지만 뭔가의 생각할 꺼리는 가지고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다소 나에겐 벅찬 느낌이긴 하지만, 처음 나의 얄팍한 기대 보다 묵직한 뭔가를 얻은 느낌이었다. 같이 간 지인 역시 나와 같은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처음엔 저자의 책에 그다지 관심을 안 보이더니,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현장에서 책을 선물했다. 좋은 강연을 한 저자에게 감사한다.                     
                

  (같이 간 지인이 찍은 골목 사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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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1-0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더지 지식클럽'이 '책을 읽을 자유'보다 더 어려울 것 같던데요~^^
전 골목사진 한컷으로 만족할래요~

stella.K 2010-11-05 13:5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고마워요. 무플이 될 뻔한 페이퍼에 댓글도 달아주고,추천도 해주고. 흐흑~
사실 책도 어려울 것 같고 저자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읽을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다이조부 2010-11-0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고종석이 추천했더군요. 그 아저씨를 신뢰하는 1인이어서 저는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지만 읽을 예정입니다.

stella.K 2010-11-06 12:28   좋아요 0 | URL
어, 정말요? 저도 고종석 좋아하는데...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겠군요.
이 저자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 자신만만하고 당당함이란...!

cyrus 2010-11-09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사회가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얼마나 삶에 가치가
되는지 모호하기도 하고, 막상 학문을 실천하는 것도
어려운거 같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요즘 매스컴에 나오는 인문학
강의 광고들을 보면, 너무 실용적으로 치우친 감도 있고요.(ex. 영화 인문학,
와인 인문학,,,) 또 다른 강사인데 주제가 비슷비슷한 내용도 있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인문학에 실용성을 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게 문제죠.
인문학의 위기가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소리가 아닌거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이 참 아릅답네요. 도심 속에 빛나는 전통가옥이
이쁩니다.

stella.K 2010-11-09 12: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인문학이 순수하게 인문학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
하지만 변화에 능한 종만이 살아남는다잖아요.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사람 사는 골목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다이조부 2010-11-09 14:36   좋아요 0 | URL

과문해서 와인인문학은 처음 들어봅니다. ㅋ

근데 영화인문학 관련 책은 종종 읽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오래전 책인데 김영민이 쓴 철학과현실사 에서 나온 영화인문학

책이 상당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작가 조경란이 <혀> 이후 3년만에 펴내는 장편이란다.  

3년밖에 안 됐나? 더 된 것 같은데...하긴 나이가 들면 시간에 대한 또는 세월에 대한 감각이 뒤죽박죽이 된다. 어제 같은 일도 몇년 된 일이고, 오래된 일 같은데 알고보면 별로 안 됐다. 암튼 조경란의 <혀>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3번 읽었다. 좀처럼 그렇게 재독, 삼독하는 책이 없는데 그렇게 됐다. 세 번을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그녀의 도회적인 느낌의 글이 좋았다. 그때 이후로  이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복어는 또 어떤 느낌일까?   

무엇보다 죽음을 소재로 했다니 읽어보고 싶다. 올해도 직간접으로 많은 사람이 세상을 등졌다. 특히 자살로. 그러다 보니 누가 이런쪽에 글을 썼다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조경란이라니! 

판매가 : 9,900원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내가 본 영화에 관해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이렇게 되네이곤 한다. 글쓰는 것에 정석이 어딨냐?고. 하지만 분명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잘 쓰는 사람 있다. 나도 이런 책 읽으면 영화에 관해서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부질없는 욕망이다. 그래도 읽고 싶다. 읽어서 조금이라도 글 쓰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는 안목이 더 깊어진다면.  

글을 잘 써서 뭐할건데? 영화는 봐서 뭐할건데?라고 묻는다면 딱히 할말은 없다. 언제 욕망이 부질있었던가? 그저 좋으면 그만인 것을.   

판매가 : 20,700원   

평론집이 재미있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누구는 이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것이 아까울 지경이라고까지 표현했던 글을 읽은 것 같다. 그러니 정말 읽어보고 싶어진다.  

독서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책을 그런 느낌을 가지고 읽게 되지는 않는다. 포기하기가 아까워 읽는 경우도 많고, 그야말로 수고를 감내하며 읽게 되는 책도 있다. 어쩌다 그렇게 읽기가 아까운 책이나, 매료되는 책을 읽게되면 얼마나 가슴이 뿌듯한지. 정말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 나에게 이 책이 그렇게 다가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판매가 : 14,400원 

 

 올초 <은교>를 읽은 이후 박범신 선생의 팬이 된 나는 이후 몇권의 책을 더 읽긴했지만, 올해가 다 가기전에 한 권 정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판매가 : 7,840

합계: 52,8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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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1-0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락의 에티카,한권만 저랑 겹치는 걸요~^^

stella.K 2010-11-01 10:29   좋아요 0 | URL
이거 마음을 비우고 하는 건데, 왜 할 때마다 시간을 들이는지 모르겠어요.
올해 제가 책 복이 많아 안해도 되는 건데, 나를 시험해 보고 싶어지더라구요.ㅎㅎ

꿈꾸는섬 2010-11-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에서 이벤트 할만 하네요. 이리 좋은 책을 제대로 광고해주시니 말이죠. 재미있는 책들이 많이 담겼네요. 조경린 소설 <혀>가 끌리네요.^^

다이조부 2010-11-01 12:10   좋아요 0 | URL

조경란 아닌가요? ^^ 전경린과 헤깔리신듯 ㅎ

stella.K 2010-11-01 13:21   좋아요 0 | URL
<혀>는 권하기가 좀 조심스럽긴 해요. 마지막 결말이 좀 충격적이거든요.
그래도 읽는 과정은 즐거웠죠.
문학동네 이벤트 정말 좋죠? 되기가 어려워서 그렇죠.^^

다이조부 2010-11-0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장의 책소개를 보면서 저랑 취향이 제법 다른데도 재미있게 잘 보았어요.

우선 조경란 소설같은 경우는 주요문학상 수상작으로 알고있는데, 당시 신인작가가

조경란에게 표절시비를 제기해서 말 이 많았던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 신인이

신춘문예에 응모했는데 심사위원이 조경란이었는데,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주장

했죠. 신인의 소설은 읽어봤는데 정작 조경란의 소설은 못 읽어봤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정성일 신형철 박범신 세 사람 모두 이런 자질구레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만~ ㅋ


stella.K 2010-11-01 12:23   좋아요 0 | URL
저도 알고는 있는데, 조경란이 승소한 줄 알고 있어요.
세 사람 자질구래하게 뭘 알고 계신지 궁금해요. 말해 주세요!ㅋㅋ

2010-11-01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11-0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과에 적을 둔 적은 있어요. 2년 동안~

근데 전과자라는 별명만 얻고 다른 과 로 전과했어요.

하지만 철학과 선배나 친구들이 더 좋더라구요 ㅋ

stella.K 2010-11-01 17:19   좋아요 0 | URL
전과자? ㅎㅎ 재밌네요. 왜 그랬을까?^^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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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우여곡절 끝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내가 이 책을 읽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나 자신 그럴수 있었는지 웃음이 나온다). 처음엔 이것을 책으로 읽을 생각은 그리 많지 않았다. TV 드라마로 나오는데 굳이 이 작품을 책으로 읽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사실, 책을 쓴 작가에게나 출판에 관련된 분들은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다시피 이 작품은 드라마가 있기 전에 먼저 책으로 나왔고, 읽어본 독자들은 드라마화 될  것을 예상했거나, 리뷰를 통해 드라마로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곤 했으니까. 그래서 독자들의 예상(또는 희망사항)은 적중했고, 드라마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방영되고 있다(다음 주면 아쉬운 종영이지만).  덕분에 책은 더더욱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앞서 말했던 '억울하다'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 느낌이다. 그건 여전히 책이 드라마에 엎혀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책이 더 유명해져서 드라마화한 거지만 결과적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그러한 관행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책(또는 작가)의 입장에선 억울하고 아쉽다고 할 밖에. 

책과 드라마가 다른점   

아무리 책이 좋아도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그것 때문에 책을 더 볼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드라마로 나오면 독서에 대한 욕구는 슬그머니 꺽이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편이다. 그만큼 문자가 영상 이미지를 쫓아가지 못한다. 물론 이미지가 인간의 상상력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21세기는 영상테크놀로지 시대기 때문에 인간의 상상력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 졌다. 분명 영상테크놀로지도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를들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조선의 저잣거리, 반궁, 성균관 내부, 위폐가 모셔졌다는 사당, 복식 등은 전문가가 아니면 그것을 재현에 낼 수 없고, 따라서 우리 일반인으로선 상상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영상만을 의지할 수는 없다. 반드시 영상이 추구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는 텔레비전의 황금시간에 배치된만큼 영상 등급을 피해가지 못한다. 그래서 책에서 나오는 질펀하고도 농도 짙은 성적 농담 같은 것은 드라마에선 방영불가다. 당장 "나 구용하다."라고 했던 그의 호 '여림'의 뜻이 책과 드라마에서 얼마나 다르게 나오는지 아는 사람은 알지 않는가?ㅎ 이걸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가 무슨 경을 칠지 안 봐도 비디오다. 19금이라면 가능하지만.  그러니까 한마디로 드라마는 인물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미스테리한 면을 부각시켰고, 동시에 없어서는 안될 무술을 뽐내는 쪽이었다면, 책은 인간의 심리와 역사적 배경에 촛점을 맞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보자면 드라마가 훨씬 인물의 생생함과 박진감을 높혔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정조와 정약용을 살렸다는 점은, 그들이 실제로 그랬을런지, 안 그랬을지는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어차피 역사나 전기물이 아니라 역사를 차용한 드라마니까. 그냥 그 인물이 갖는 아우라를 살려 상상력을 극대화했다는 측면에선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장르문학? 그게 뭔데? 

하지만 난 이 '정은궐'이란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작가 프로필을 보면 과거에 그가 썼던 작품 몇 개와 그의 존재를 각인시켜준 본 작품(그리고 규장각 각신의 나날들)외엔 그 어떠한 정보도 알 수가 없다. 하다못해 그가 남잔지, 여잔지도 불분명하다. 하나 아는 것이 있다면, 처음 작가가 정은궐이란 이름이 아닌 본명으로 보이는 이름을 썼다가 필명을 그렇게 정한 것으로 안다.  이건 작가 나름의 연막작전은 아닌가 싶은데, 나 개인적으론 이런 취향은 그다지 좋은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작가가 너무 나대도 그렇긴 하지만, 너무 신비주의 작전을 쓰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 한 가지 '억울'할 수도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B급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이 B급이면, 작가 역시도 B급 작가라는 소린데, 과연 그것에 대해서 정작 작가는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다. 허리우드 영화 감독들 중엔 스스로를 B급으로 칭하는 사람도 많다. 하긴, 어설픈 A 보단 확실한(또는 고품격) B가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B급이라면, A에서 보여지는 작품성이나 화려한 수사없지만, 통속적이고, 마이너적 감성을 뜻하지 않는가? 어설픈 작품성과 어설픈 수사로 치장하느니, 확실한 B가 A를 눌러버리는 그런 구도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작품에 B를 부여하느냐는 말이지. 

이만한 작품을 구사하려면 시대를 관통하는 나름의 지식과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드라마야 어쩔 수 없어서 특정 인물을 부각시켰다지만(화려해야 하니까), 책에선 잘금 4인방 외 어떤 인물도 크게 부각되는 인물은 없었다. 하다못해 정조도 정약용도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왜 , 이제까지 역사 소설은 그렇게 잘 난 사람이 나와야 하는 건데? 이렇게 역사적인 배경이나 맥락을 유지하면서 허구의 인물이 이끌어 가는 역사물이 나와주면 안 되는 건가?    

그리고 설혹 나왔다 하더라도 '장르 문학'에 국한시켜 폄한다. 반드시 소설은 유명한 필력있는 작가가 써야하며, 문체가 좋아야 하고, 그것이 역사 소설일 경우엔 역사적으로 인정 받은 인물을 형상화해야 한다는 규칙은 어디서 나온 발상인가? 그것 역시 사대주의가 아닌가? 문학이면 문학이지 장르문학, 순수문학 가르는 이 행태는 언제까지 계속될 건지 모르겠다.  물론 그래봐야 내 입만 아플뿐 순수문학하는 어르신은 꿈쩍도 안할 것이다.  

어쨌거나 내가 읽어본 결과, 작가의 그것이 그냥 B급 작가라고 하긴엔 작품에 드린 공력이나 필력이 여느 프로 작가 못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르 문학 작가라고 하기엔 꽤 억울한 무엇이 있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불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책 장정이 그게 뭔가? (솔직히 선물로 받아 선물하신 분께 누가 될까 말을 아끼고 싶긴 한데) 받아보고 약간은 식겁했다. 솔직히 책 장정이 그야말로 B급이다. 이러니 우리나라에서 장르문학(난 솔직히 이 표현이 탐탁지 않지만)이 대접 받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겠다. 책 장정이 그 책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의 반은 먹어주고 들어가는데, 내가 작가였다면 '억울'해서 책 못 내겠다고 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나마 개정판이 이 정도라면 초판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아무튼 이런 쪽에서의 작품은 더 나와줘도 좋지 않을까? 

이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보다 이 작품을(책이나 드라마나)  두고 동성애 코드라고 한다. 물론 조선 시대 실제로 남장을 한 여자 성균관 유생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여자가 남장을하고 나왔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동성애 코드라고 보는 시각도 고려해 봐야할 것 같다.  실제 동성애자들이 봐도 이 작품은 자신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무조건 여자가 남장하고 나온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다 동성애 코드라고 보는 우리의 시각도 점검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문학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에는 작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작가가 보는 사회적 욕망을 녹여낼 수도 있다. 난 아무리 봐도 이 작품은 조선 시대 당시 억압된 여성의 사회적 신분과 상승을 대리 만족시키는 작품으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정말 윤희 같은 인물이 이런 활약상을 보였다면 당시의 여인들이 얼마나 통쾌했을까? 그러나 이런 일은 있을 법하지 않고 허구였던만큼 대리 만족이다. 그렇다면 오늘 날의 독자들이 윤희를 보고 대리 만족을 해야할만큼 이 나라의 여권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는가?고 묻는다면 그건 좀 다른 얘기가 될 것이다. 이건 감상적 차원에서의 로맨스 소설이지, 페미니즘을 표방하기 위해 쓴 작품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니만큼 동성애옹호를 위한 것으로 보기에도 미흡해 보인다. 설혹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래야 세련되고 앞서가는 뭐라도 되는 양하는 것이 미덥지 않다.  

독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 보내는 아낌없는 찬사에 동감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론 조금은 늘어지고,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건 내가 이 작품을 보고 열광하리만큼 젊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이건 드라마를 볼 때도 그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가 이 작품이 드렸을 공력은 높이 사고 싶다. 읽으면서, 미국에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가 있다면 이건 감히 한국판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런 지적이면서도 대중의 인기도 어느 정도 확보한 소설이 반가웠다.  앞서 A급이나 B급이니 하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독자가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독자는 그저 책을 읽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의 후편에 속한다는 <규장각 각신의 나날>도 계속 읽고 봐야겠지만, 그 질펀하고 농 짙은 성농담 때문에라도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문학동네)란 책도 읽고 싶어졌고, 성균관 생활기라는 <성균관의 공부벌레들>(수막새)도 읽고 싶어졌다. 약간 흉내낸 느낌이 나긴 하지만, 소설이 주는 구라 때문에 '정말 그럴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면 그건 일단 성공한 독서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작가에게 바라는 건 독서의 즐거움과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작가는 어렵지만, 또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 작가다.  작가 정은궐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쓰고 있을지 사알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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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0-29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ㅇ, 좋은 리뷰예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정도로. ^^

언니, 장르 문학은여, 대여점과 일부 고정팬을 타겟으로 했다는 의미예요.
무협이나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그런 편인데,
한달에 엄청난 숫자가 쏟아져 나와요.
왜냐하면, 하루에 몇권씩 동일 장르만 읽는 골수 팬이 있어서 그래요.
<성균관->은 장르 소설 중 수작으로 성공한 경우구여,
어떤 장르 소설들은 으아,, 미치게따 할 정도인 경우도 종종 있대요.

그래도 소설, 꽤 잼나셨죠?
저는 규장각이 더 맘에 들어요, 윤희가 당당하거든요.

stella.K 2010-10-29 18:5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제야 그대 땜에 확실히 알았네.
그러니까 장르문학 하는 사람들 열심히 분발해야 한다구요.
그대가 선물해 준 규장각 빨리 읽어야 할 텐데...
읽어줘서 고마워요.^^

다이조부 2010-10-2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니까 드라마가 급 땡기네요~

스텔라님이 김태훈 이야기한거 보면서 가슴이 넓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

stella.K 2010-10-30 12:24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어요. 김태훈이 결혼도 안하고 잘난 척하는 거야
좀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웃긴데가 있어요. 그래서 좋아해요.

드라마가 제가 기대한 것만큼 시원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기대 안하고 보면 볼만하죠. 무엇보다 출연진들이 잘 생겼잖아요.
괜히 잘금 4인방이겠습니까?ㅎㅎ

자하(紫霞) 2010-10-3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들을 밤을 새워서 읽었다는거 아닙니까?
덕분에 이틀동안 눈에 핏줄이 서서 많이 아픈 애로 알았을거예요.
드라마도 본방사수한다는...^^;

stella.K 2010-10-31 18:1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그 정도는 아니던데...
그래도 이 작품은 참 영리하게 잘 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10-31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31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