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흐림
초미세먼지 나쁨이라고 하는데 난 오늘 집 밖을 나가보지 못해 그렇게 나쁜지 잘 모르겠다.
1. 오랜만에 어제 알라딘 적립금이 생겼는데 오늘 책 사는데 써버렸다. 전 같으면 좀 묶혔다 쓰곤했는데. 그러고 보니 직장인들 월급 받으면 통장을 거쳐 다 빠져 나간다는 말이 실감난다. 힘들어 어찌 살까. 그래도 어찌어찌 살아진다.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으니.
2
그래서 주문한 책이 두 권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가격을 보고 좀 놀랐다. 앞에 1이 더 붙여야 하는데 알라딘이 실수하는 건 아닌가 했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자기계발/투자쪽 책은 거의 안 보는데 너무 싼데 평가가 좋다. 실물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책 표지가 마음에 든다. 걍 호기심에 사 본다.
[글로 지은 집]은 왠지 꼭 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샀다. 모르긴 해도 이 책은 중고책으로 나올 것 같지 않고, 나온다고 해도 내 차지는 안 될 것 같아 그냥 샀다. 집에 관한 책은 언제나 궁금한데 강인숙 이어령 교수의 집 얘기라니 참을 수가 있어야지.
3
지난 3.1절날 지상파에서 해 주길래 보았는데, 영화는 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3.1 운동 때문에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주동자를 원망할 수 밖에. 그 중심에 유관순이 있다. 여자들은 그렇긴 하다. 가족이 있고 나라가 있는 거지, 나라가 있고 가족이 있다는 건 감히 생각할 수 없다. 또 그런만큼 이것에 대한 갈등은 치열하다.
말마따나 나라가 내게 해 준 것이 뭐가 있는가. 물론 나라가 없으면 불편하겠지만 내 남편이, 내 자식이 없는 것 보단 낫다. 그래서 어쩌면 3.1운동 같은 건 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적어도 그 일은 남이 해 주길 바랐겠지.
영화는 주로 감방 안에서의 유관순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는데, 역시 사람은 참 알 수 없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사람은 불행 속에서도 유머를 만들고, 행복속에도 불유쾌한 감정을 느끼는 존재다. 그도 그럴 것이, 자의든 타의든 감방에 끌려 들어왔는데 불행할 것 같지만 서로를 위로하면서 작은 웃음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또한 유관순의 섬김의 리더십은 감동스럽다. 영화가 잔인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감동스럽다. 고아성의 차분한 연기도 좋고. 이런 영화는 좀 많이 봐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날은 지상파에서 3.1절 기념식과 이 영화와 안중근을 다룬 다큐 인사이트를 재방송 정도 밖엔 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실망스러웠다. 그런 와중에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를 제3자 변제방식으로 배상하겠다고 해 논란이 거세다. 일본 외교와 과거사 문제를 좀 한방에 해결하는 방법은 없는 건가? 정부도 정부지만 일본도 확실히 X발이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독일처럼 인정할 거 인정하고 더 좋은 관계로 나가는 이런 성숙한 외교를 할 생각은 안하고 끝까지 발뺌이다. 그래봐야 지네들에게도 좋지도 않을텐데. 우리나라가 그렇게도 우습나?
그런데 어쨌든 뭔지 모르겠지만 한일 과거사를 바라보는 사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거 같긴한 것 같다.
리틀 러너. 이 영화도 좋다.
이야기의 구조는 좀 단순하고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재미 있고, 영상도 좋다. 2등에게 보내는 갈채쯤이 될까?
사실 운동경기에서 제일 좋은 건 금매달이고 그 다음이 동메달이라고 하지 않는가. 은메달은 늘 아쉽다. 조금만 노력하면 금메달인데 행운을 놓친 것 같은 것이다. 동메달은 어쨌든 턱걸이를 했으니 행운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간발의 차이로 2위를 했지만 그가 어떻게 2위를 했는지 그 과정을 지켜 본 사람은 결코 아쉽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아름다운 2위다. 한때 1등만 기억하는 비정한 세상이란 말이 유행했고 정말 그런 거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궁금하면 영화를 보시라.
4. 내가 왜 이 두 영화를 간단하게나마 쓰냐면 점점 총기가 떨어져서다.
지난 토요일 아는 지인의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조문을 가야하는데 그게 월요일인 줄 알았다. 물론 처음에 월요일이었다. 근데 다음에 연락 오기를 대절한 버스로 가니 차를 타는 장소와 시간이 바뀌었다는 줄 알았다. 같이 가기로 한 또 다른 지인에게는 확실히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서울이면 모르겠는데 지방이라 반신반의한 상황이었으니까. 월요일 아침이 되고 그냥 갔다올 수도 있겠다 싶어 오늘 가겠으니 조금 있다 보자고 문자를 했는데, 저쪽에서 답장이 왔는데 오늘이 아니란다. 그제서야 다시 보니 화요일이었다. 그 문자를 하지 않고 써프라이즈 하겠다고 그냥 나갔으면 낭패할뻔 했다. 아찔했다. 왠만해서 이런 실수 안하는데 이렇게 총기가 떨어졌다. 그러니 영화평이라도 열심히 써서 떨어진 총기를 더 떨어지지나 말게해야지 어쩌겠는가.
결론은 난 화요일 날 결국 문상을 가지 못했다.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못 갈 상황이 됐고 나도 몸이 전날과 좀 다르기도 해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조의금만 보내고 말았다. 내가 이러고 산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