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체로 흐린 하루였으니 오후 들어 맑아짐.


1. 다롱이가 왔다. 진짜 온 건 아니고 꿈속에서. 꿈이 너무 생생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근데 두 번 다 모습은 볼 수 없고 녀석이 내 이불속에서 꼬물거리기만 했다. 


녀석이 어렸을 때 몇년간 밤이면 내가 데리고 잤다. 그러면 이불속에서 자다가도 꼬물대곤 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한 것이다. 자는 중에서 녀석이 어떻게 왔을까 신기했다. 그 꿈을 깨고 어찌나 허무하던지. 


그리고 이틀만에 또 다시 꿨다. 이번엔 녀석이 내 어깨있는데서 꼬물락 거린다. 그때는 꿈속에서 나도 알겠다. 이건 꿈이야. 빨리 깨어나야 한다고. 나 스스로가 말했고 다행히도 곧 꿈에서 깨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노모에게 말했더니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하는 말. "거 개꿈이네." 한다. 나는 조용히 밥을 먹었다. 내가 가을을 탄다.


2. 

무슨 책이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평소 기자의 글에 관심이 많아 겁없이 덤빈 책인데 깨갱하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모처에서 협찬 받은 책이라 리뷰를 쓰긴 해야겠는데 뭐라고 써야할지 좀 막막하다. 딱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박지원이 취재를 의해 글을 써야하는데 지필묵은 있는데 물이 없다. 그러자 술은 있어 물 대신 술을 벼루에 부어 묵을 갈아 글을 썼다고. 이 대신 잇몸이라고 그런 기지를 발휘하다니. 괜히 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외엔 딱히 기억나는 게 없다. 아무래도 연암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는데 그건 욕심이었다. 아까 낮에 백탑파가 언급됐길래 못다 읽은 김탁환 소설이나 다시 읽을 걸, 내 주제에 무슨 조선 대기자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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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1-14 2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 대신 술이라니! ˝좀˝ 보다 더 많이 멋진데요^^ 박지원말고도 왠지 옛 시절, 그리했던 이들이 더 있었으리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

stella.K 2022-11-15 09:52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워낙 풍유를 좋아하는 양반이니 물은 없어도 술은 있었겠죠? 역시 멋있는 양반입니다.^^

초란공 2022-11-15 0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래간만에 뵈요! ^^ 저도 연암 선생이 고북구 장성 어느 담벼락에 술갈아서 낙서한 대목을 가장 좋아합니다. 고북구 장성에도 가보앗는데 도대체 이 양반은 어디에다 낙서를 했을까요 ㅋㅋ

stella.K 2022-11-15 10:00   좋아요 3 | URL
앗, 오랜만에 오셨네요.^^
고북구 장성이면 전라도인가요? 대단하시네요. 거기도 다녀오시고. 저는 잊고있던 백탑파 나오니까 김탁환의 월하광인인가? 그게 읽고 싶어지더군요. 김탁환은 제가 유일하게 전작하고 싶은 작가거든요. 저도 가보고 싶네요. 고북구.😊

호우 2022-11-15 0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흥미를 끌긴 하네요.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 거 같아요. 제목이 흥미를 끌어서 표지가 시선을 끌어서 펼치게 되는 책들.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없거나 지루하거나 해서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물 대신 술을 부어 먹을 갈다니 좀 낭만적이네요.

stella.K 2022-11-15 10:05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그런 책있죠.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이책은 잘 쓴 책 같아요. 근데 제가 워낙 연암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보니 이 사단을 맞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또 그런 책 있잖아요. 당시엔 잘 안 읽혔는데 시간가서 읽으니 좋은거. 그렇게되길 바라며.^^

mini74 2022-11-15 0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취해서 비틀거리진 않았을까 혼자 웃어봅니다. 개꿈은 맞는데 그리운 개꿈이네요. 오늘날이 찹니다. 따시게 입고 다니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tella.K 2022-11-15 10:12   좋아요 3 | URL
ㅎㅎ 전 거기까진 생각 못했는데 역시! 전 오히려 먹이 제대로 갈릴까?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ㅋ
다롱이는 죽었을 당시엔 슬픔과 편안함이 교차했는데 지금은 온전히 그리움만 남네요. 가끔 녀석의 털 촉감이 그립더라구요. 목욕 막 씼기고 드라이로 말려주면ᆢㅠ
미니님도 따신 하루요~😊

프레이야 2022-11-16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다롱이 생각 많이 나시나 봐요. 몸이 기억하는 거죠. 고 작은 게 이불 속에 들어와 저의 맨발에 털이 닿는 촉감 넘 따시하고 부드럽고 그냥 사랑이지요. 울집은 냥이지만 비슷하겠죠 ^^. 가을 타시나 봅니다 ㅎㅎ
연암 안 그래도 멋진데 술을 물 대신. 전 술을 물 대신 마시는 걸루다가 좋아하는데 요샌 마시면 다리가 아픈 거 같아 와인 조그만 마십니다. 오늘도 날씨는 너무 좋으네요. ^^

stella.K 2022-11-16 13:3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 거겠죠? 녀석을 데리고 잔 건 그리 오래지 않죠.
처음 한 5,6년...? 버릇을 들여 놓으니까 밤에 지가 알아서
제 방을 찾아 오는 게 기특하고 신기했어요.
근데 제가 녀석한테 코 꿰었네요. 울컥~

술 좋아하시는군요. 역시!
하긴 우리가 갱년기잖아요. 몸조심해야할 때죠.
리뷰 써야하는데 이러고 있네요.ㅠ

레삭매냐 2022-11-16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이고 곧 겨울이네요.

리뷰의 압박!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읽고
쓰는 리뷰와 압박 리뷰는
차원이 다르지 않나 싶습
니다.

전 위화의 신간을 읽습니다.

stella.K 2022-11-16 14:08   좋아요 0 | URL
전 왜 겨울이 오지 않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은 11월. 가을이더군요.
모기도 안 죽어요.
그래도 11월 말 되면 정말 춥겠죠?
최근 몇년간은 겨울이어도 별로 춥지 않아 올해도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위화의 신간이 나왔군요. 그레이엄 그린의 <코미디언스>
북펀딩하던데 안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