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홀로도모르>란 영화를 봤다.
소련의 우크라이나 대학살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우린 지금까지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만 주목해왔지 홀로도모르가 있었다는 건 거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소련이 망한 게 1991년인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왜 이 사실은 이렇게 안 알려진 것일까. 그나마 이 영화도 2016년에야 만들어졌다.
1932년에서 1933년 소련 우크라이나에 있었던 기아를 통한 대량살인을 홀로도모르라고 한단다. 말에 의하면 스탈린의 만행이 히틀러를 능가한다고 하는데 누구의 만행이던지간에 어떻게 이런 야만이 있을 수 있는지? 공산주의도 무섭지만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려되서 일부러 챙겨봤다. 소련은 오래 전에 해체됐는데 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얌전히 봐 줄 수가 없는 건가? 아니면 미국을 상대로 우크라이나에서 한 판 붙어 보겠다는 걸까? 누구는 그랬다. 이제 강대국은 직접 싸우지 않고 작고 못 사는 나라를 전장터 삼아 싸운다고. 옛날 청나랑하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싸웠던 것처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 우크라이나가 잘 사는 나라였다면 이 영화는 좀 더 일찍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소련은 너무 패쇄적이었고 그나마 해체되었는데 홀로도모르가 있었는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데 이 영화 정말 잘 만들었다. 아쉬운 건 우크라이나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캐나다에서 만들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전통 의상이나 문화적 분위기를 잘 살렸고, 자연 풍광과 소련의 만행, 그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저항 또한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영화가 좀 잔인하긴 하지만 나름의 서정도 있어 봐 줄만하다. 대학살에 무고히 죽어간 영혼을 위해 한 번쯤 봐도 좋지 않을까.
배우들이 진짜 러시아 사람 같다. 하지만 영어를 썼다는 게 영화적 감을 좀 떨어지게 만들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