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단편 소설 쓰기 -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 창작 기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1년 10월
평점 :
요즘은 모든 것이 짧아지는 추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의 상연 시간은 2시간 가까이 됐고 못해도 한 시간 반이었다. 요즘엔 1, 20분 하는 영화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MZ 세대의 특성을 반영을 했다나 뭐라나. 기성세대 특히 아날로그를 건너 온 세대는 결코 이해 못 할 것 같다. 기왕 돈 내고 보는 거 속된 말로 뽕을 빼고 봐야지 1, 20분이 뭐냐고 화를 버럭 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얼른 보고 다른 걸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TV 드라마도 그렇다. 예전엔 주말 드라마도 50회를 하거나 그 이상으로 한 적도 많고, 일일 드라마가 100회를 넘기는 건 다반사였다. 지금까지 일일 드라마로 최장을 기록한 건 80년대 초에 방영했던 나연숙 작가가 쓴 <보통 사람들>이란 작품이다. 이건 한국 기네스북에도 올라가 있을 정도다. 2백 회를 넘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80년대 중반 무렵엔 미니시리즈 붐이 생겼는데 미니시리즈라면서 2, 30회를 할 때도 많았다. 그게 점점 줄어 18회 하더니 지금은 16회를 하는데 최근 12회도 하더라. (여기서 단막극이나 짧게 하는 특집극은 예외다.) 이 추세라면 10회나 8회 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이렇게 사람들은 점점 짧은 것을 좋아한다. 요즘엔 인터넷에서 짤로도 많이 본다지 않는가.
이렇게 드라마나 영화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데 소설이라고 그 시류를 안 타겠는가. 예전 같으면 손에 잡힐 듯한 시집 판형에 지금은 단편 소설 몇 편 담겨 나온다. 두께도 시집과 비슷하다. 예전엔 감히 상상도 못했다. 솔직히 나는 3백 페이지 내외의 책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런 책은 마음에 안 찬다. 그렇다고 내용이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읽어 보면 꽤 괜찮다.
그런데 더 짧게 쓰는 작가들이 있다. 나뭇잎 한 장에 쓴다 하여 엽편 소설, 손바닥 안에 쓸 만큼 짧은 소설이라 하여 장(掌) 편 소설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김동식은 이 모두를 다 거부하고 '초단편'이라고 했다. 다 같은 건데 이게 더 와닿는다고 한다. 이렇게 짧은 걸 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의아스럽기도 한다. 한 줄 시라고 하는 하이쿠 있는데. 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소설의 한 장르고 그 역사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안다. 기존의 보수적으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들, 특히 긴 장편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던 도스토옙스키가 알면 무덤에서 나오지 않을까? 둘 중 하나겠지. 자신도 써 보겠다고 하거나 경을 치거나.
하지만 좋든 싫든 앞으로는 이런 초단편, 장편, 엽편 소설이 각광을 받을 것 같긴 하다. 노파심인지 모르겠지만 (단편을 포함해) 초단편은 읽으면서 본격 소설을 읽을까 싶기도 하다. 오히려 이런 소설이 징검다리가 돼서 본격 소설을 읽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 소설이 성행하던 시절 영화가 나오면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 않을 거라고 했다. 또한 TV가 나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영화관을 찾지 않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서로의 자리를 조금씩 양보할지언정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고 상보적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그런 것처럼 초단편 소설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걸 읽다 보면 단편도 읽고 중장편도 읽게 되지 않을까. 모든 걸 단정 지어서 말하지 말자. 걱정하지도 말자. 장편이 맞는 작가는 장편을 쓰면 되고, 단편이나 초단편이 맞는 사람은 그렇게 쓰면 되는 거다.
이 책은 '요점만 간단히'라고 정말 초단편 쓰기의 핵심만 뽑아서 쓰긴 했다. 물론 초단편이니 기존 소설 쓰기의 개념과 방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소설 쓰기란 큰 맥락에서 아주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직 저자의 그 유명한 초단편 소설을 읽지 않아서일까? 개념이 와닿지는 않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오히려 저자의 작품을 읽고 읽었더라면 좀 더 와닿지 않을까.
하나 기억나는 건, 저자는 글을 5분 동안 읽는 것과 쓰는 것이 같은 게 초단편 소설의 특징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리뷰만큼은 호기롭게 초단편으로 써 볼까 했는데 지금까지 쓴 글을 5분 내에 쓰지도 못했거니와 누가 이 글을 5분 내에 읽어 줄까 싶다. 그래도 저자는 초단편을 900편이나 썼고, 그것으로 유명해져 강사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모양인가 보다. 뭐가 됐든 자기 전문 분야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저자의 승승장구를 기원한다.
TMI; 이상하게도 제목이 초단편 소설 쓰긴데 자꾸 초간단이라고 쓰게 된다. 하긴 초단편 소설 읽기는 초간단 독서라고 해야겠지. 아무래도 이 장르에 대해 알기도 전에 편견이 생기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