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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평점 :
사실 어렸을 때부터 고전을 읽으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성인이 돼서도 그것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또 고전을 읽으라면 그건 서양 고전이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일까? 최근까지 중국의 5대 기서 즉 삼국지연의를 제외하고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어떻게 하면 고전을 넘어 기서라는 말까지 듣는 건지 중국은 놀라운 나라긴 하다)이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지낸 것 같다.
특히 금병매와 홍루몽은 좀처럼 눈에 띄지도 않는다. 이 소설이 지구 상에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 건 그 옛날 내가 중학생 때였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야하니 이담에 성인이 돼서 읽으라고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도 읽지 않는 건 꼭 잊고 있어서만도 아니다. 난 야한 건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그 때문에 더 빨리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아이들은 청개구리 심리가 있으니 정말 이걸 선생님의 말씀을 어기고 그때 당장 읽었으면 어땠을까? 압수당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난 그 무렵 D.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학교에서 몰래 읽다가 한쪽 귀퉁이를 선생님께 들켰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선생님은 그 책을 압수하지 않았다. 하이틴 로맨스는 압수 대상인데 말이다. 이유는 한 가지. 로렌스의 소설은 에로티시즘의 고전이라 서다. 하이틴 로맨스는 야한 장면 하나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 중국의 5대 기서 중 하나인 금병매와 홍루몽은 어떨지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쉽게 살 수 있는 책도 아니거니와 한 두 권이 아니었다. 로렌스의 소설도 헉헉대고 읽었는데 그것의 몇 배나 되니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내가 학생 신분이니 서점 주인이 아무리 돈이 궁하다고 해도 팔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로렌스의 소설은 어쩌다 얻어걸린 책이지만 내 취향이 아닌 책을 붙들고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러다 최근 이 책이 고맙게도 다시 나와줬다. 원래 요약본이나 좋아하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꼭 무슨 차에 무임승차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 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읽은 척하는 거, 솔직히 안 읽으면 안 읽었지 지조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이 마중물이 되어 진짜 정본으로 읽게 될지. 우리가 서평집을 왜 읽는가. 다 그러자고 읽는 것 아니겠는가. 또한 책이 워낙 많으니 아무리 책이 좋아도 다 읽을 수는 없다. 거르고 줄이고 요약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때 유용한 게 서평집이다. 이를테면 요약본도 그런 역할을 훌륭히 잘 해내고 있다.
아, 근데 이 책 요약본이 아니다. 그러면 그렇지. 책 자체는 500페이지 정도라 결코 얇은 건 아니지만 이 한 권의 책에 수호지와 금병매, 홍루몽을 다뤘다면 요약으로 가능하지 않다. 해설집이었다. 그렇게 보니 저자는 책 하나하나에 꼼꼼한 각주를 더 해 자세한 해설을 했다. 그런 저자의 작업엔 경의를 표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중국 5대 기서에 그다지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라 호기심을 끌기엔 다소 역부족은 아닌가 싶다. 차라리 요약본을 읽는 것이 기서를 읽는데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관심이 있으면 정본을 읽고 이 해설집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나는 너무 무림의 고수의 이야기 같아 일단 해설집이라도 읽어 봤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