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달째 병원을 다니고 있다.
처음 다닐 땐 더 늦기 전에, 더 더워지기 전에, 한 달 정도만 다니면 낫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그렇게 해서 다니기 시작한 게 오늘로 꼭 석 달 째다. 그렇게 여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있고 앞으로 얼마를 더 다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Y대학에서 일명 프랜차이즈로 운영하고 있는 정형외과. 그나마 내가 병원에 다니게 될 운명이란 걸 알았을까? 올초에 집 앞에 생겨나 주시고 그 거리는 걸어서 5분이다.
처음 두 달은 신나게(?) 다녔던 것 같다. 빨리 나을 욕심에. 그쯤 다녔을 땐 좀 났는 것도 같아 뿌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더운 여름에 뭔가를 열심히 했다는 생각에. 그게 비록 병을 고치는 일이라도 말이다. 아마도 올 가을쯤엔 내가 이 병원을 다녔다는 것에 정마저 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아, 내가 어디를 치료받으러 병원에 다니고 있냐고? 김영하 작가가 모 지상파 TV 인터뷰 프로에 나와 각광을 받게 된 이름하여 좌골신경통. 그는 작가가 걸릴 수 있는 직업병 중 하나가 좌골신경통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앉아서 책을 읽던가, 글을 쓰던가 하고 있으니.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약간 서글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진작 작가가 되볼 걸. 물론 나도 최근까지 원고료를 받는 작가이긴 했다. 지금도 뭔가를 끄적이긴 하고.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그런 있는 듯 없는 듯한 작가 말고 김영하 작가 같은 유명 작가 말이다. 김영하 작가가 요즘 핫한 작가가 돼서 그렇지 얼마 전만 해도 (좀 미안한 얘기지만) 내겐 왠지 모르게 만만해 보이는 작가였다. 지금 내가 좌골신경통에 걸린 걸 알면 그는 콧방귀도 안 뀔 거다.
내가 또 좌골신경통만이라면 병원에 그렇게 일찍(?) 다닐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아프다. 아파서 헉헉거린다. 이게 초기 땐 집 밖만 나가면 희한하게 안 아프던가 덜 아프다. 그래서 옛날 어르신들 집에 있으면 더 아프고 밖에 나가야 안 아프단 말을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아무튼 그러고 있는데 통증이 오른쪽 다리에도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고관절에서 엉덩이로 내려가는 쪽으로. 그래서 앉았다 일어나면 그 부분이 우욱신거리며 아프다. 물론 그전에도 그 부분이 뻐근하긴 했다. 그거야 늘 있어왔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없던 통증까지 생겼으니 병원에 다닐 수밖에.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에게서 그 결과를 들으니 뜻밖의 말을 한다. 다른 쪽은 괜찮은 편인데 허리가 안 좋단다. 그래서 어쩌면 수술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내가 평소 허리가 강한 편은 아니지만 수술을 고려할 정도로 아프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의사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때부터 난 지금까지 트라이앵글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지금은 어떠냐고? 죽을 것 같다. 귀찮아서.
글쎄, 일주일에 세 번을 다니면 더 나았을까? 그런데 세 번은 좀 무리인 것 같다. 물론 초기 땐 의사가 세 번 다니라고 해서 다녔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죽을 것만 같은데 세 번을 다니라면 더 죽지 않을까?
얼마 전엔 그동안 죄꼬리만큼 좌골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뭐 때문인지 다시 아팠다. 그래서 오늘은 의사와 면담이 있는 날이라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뭐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고, 오히려 내가 이럴 수도 있나요, 저럴 수도 있나요 물으면 그럴 수도 있죠, 저럴 수도 있죠 맞장구만 칠뿐이다. 고작 한다는 말이, 원하면 약 처방전을 써 줄 수도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그리고 물리치료를 더 받아 보란다. 말에 의하면 이쪽 계통의 치료는 오래 받아야 한다니 의사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더 받아 볼 생각이지만, 왜 그런 말도 의사가 아닌 제삼자에게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초기 때 이런 병은 치료가 얼마나 가나요 했더니 모른다고 했다. 물론 그게 정답인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개인차라는 게 있으니. 그러나 평균치는 말해 줄 수도 있지 않은가? 그 평균에서 더 받는 사람도 있고 덜 가는 사람도 있겠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면 무조건 오래 받아야 한다고 하던가.
그렇게 의사와의 면담 후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헛웃음만 나왔다. 한 달의 한 번씩 그런 날은 왜 만들었으며 누가 의사고, 누가 환자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