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업체가 운영하는 대형 마트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 [송곳]의 등장인물인 노동상담소 고구신 소장이 말합니다. 

"혁명의 나라 프랑스 업체가 왜 노조를 거부하는지 아세요? 여기서는(한국) 그래도 되니까."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  108





소수당 의원이 입막음 당한 채 물건처럼 5~6명의 대통령 경호원들에게 들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들었다. 막 들려 나갈 때 경호처장이란 사람이 의원을 때리기까지 했다. 도대체 더 얼마나 못 볼 꼴을 봐야 하는 걸까. 군대에서 정신교육을 하는 책자에 대한민국 지도가 들어 있는데 11군데에 독도가 빠져 있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남은 임기는 또 왜 이렇게 줄어들지 않나. 답답한 마음에 너무 자주 확인해서 그런 건가. 이 시간을 나와 함께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오후에 신장식 변호사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나의 아지트가 된 극장에서 열렸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작은 공간에 제법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혼자 그 자리에 갔는데도 외롭지가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정치 문제에 있어서 상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겠지? 거의 매일같이 목도하는 불의와 몰상식에 분노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방송에서만 봤던 신장식 변호사가 들어왔다. 반가운 박수소리가 분위기를 띄웠다. 이 동네에 오니 노회찬 의원이 떠오른다고 했다. 신변호사는 정의당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 지나온 삶에 대한 간략한 언급으로 시작되었다. 대학에 들어가 대모를 했었고 철거민들과 함께 싸운 이야기며 그 때,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전공을 바꿔 로스쿨에 들어간 이야기들. 50대가 되어 방송인이 되었고 지난 10월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인물 때문에 그 자리마저 위태로웠었다는 후문까지. 그리고 책에 담긴 600일간의 역대급 정부 이야기. 



신장식 변호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라는 책의 내용을 언급하며 언제 혁명이 일어나는지 말해줬다. 마치 원형경기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중앙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동시에 목도하듯 공유지식의 동심원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목격자라는 확신이 충분히 퍼질 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목요일에는 정희진 선생님의 특강을 온라인으로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좋은 질문들이 연달아 나왔었다. 그중에서 이런 각자도생 사회에서 느끼는 정치적 올바름, 부채의식을 어찌해야 할지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선생님은 공부도 사회운동이다. 책을 사는 것도 사회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너무 혼란스러워 어떤 걸 우선시해야 할지 모를 땐 스스로를 우선순위로 하라고. 먼저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고. 그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공부하자. 살아남자.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한 갈등도 적어지고 이후 현명한 대처도 가능해진다. 교과서는 우리를 인식할 수 있는 교사이자 반면교사여야 한다. 그것이 가해자가 가해자로서 역사에 남는 방법이다.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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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1-20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지트가 있으면 든든하지요!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토요일 저녁 되시길요~~

미미 2024-01-20 20:56   좋아요 1 | URL
제 아지트인데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있습니다^^
흐리지만 서곡님 웃는 주말 보내시길요!

레삭매냐 2024-01-20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회의원이 사지가 붙들려서 끌려 나가는
장면은 정말 참담하더군요. 쉬르레알리즘
의 극치였습니다.

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그런 마당에
공화국의 진짜 주인인 일개 시민들은 어떨
지, 제 자신이 현장에서 끌려 나간다는 기
분이었습니다.

고저 답답하네요.

미미 2024-01-20 20:56   좋아요 1 | URL
저도 마치 제가 당하는 것 마냥 화도 나고
괴로웠습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그런 태도에서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반복적으로
다른 프레임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답답합니다.

페넬로페 2024-01-20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라는 문장에 마음이 넘 좋지 않네요.
이 정부가 다 지나더라도 혹시 연장될까 계속 마음 졸이는 저 입니다.
비 오는 밤, 맥주를 마셔야 겠습니다.

미미 2024-01-20 22:24   좋아요 1 | URL
페페님! 저도 그 말에 마음이 안좋더라고요.
정말 술이 고픈 요즘입니다.

문화 선진국이 되어 자랑스러웠는데 정치는 어째 갈수록 후퇴하네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터질까 걱정스러워요.

잉크냄새 2024-01-20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주주의가 참 허약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든지 민주주의라는 외피만 두른 채 과거 독재나 군사 정권으로 회귀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미미 2024-01-20 23:18   좋아요 0 | URL
네 잉크님,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기반이 약해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외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느꼈지만 내실이 단단하지 못해서 이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죠.

거리의화가 2024-01-21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분주한 주말을 보내셨군요^^*
저는 정치가 혼란할수록 정치에 관심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차라리 욕하고 싸우는 일이 낫겠죠. 지금 분위기가 정치는 망이다 이렇게 생각들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ㅠㅠ 무엇보다 자신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겠죠? 요즘처럼 사회가 혼란할 때는 더욱이요!

미미 2024-01-21 09:20   좋아요 2 | URL
저도 화가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 피하고 외면하고..가장 나쁜 경우는 그래서 투표 안한다는 사람들ㅠㅠ

희진쌤의 말이 큰 짐을 덜어주었어요. 나 자신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하면 작은 실천들은 거기부터 쌓아갈 수 있을듯 합니다.

감은빛 2024-01-24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뉴스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예전에 여러 차례 그렇게 들려나갔던 기억들이 떠오르더라구요. 차이가 있다면 그 과거엔 나를 비추던 카메라가 없었고, 그래서 나를 끌고 나가던 형사들(혹은 경찰들)은 남들에게 잘 보이지 않게 아래쪽에서 내 몸에 힘껏 주먹질을 해댔고, 들려나간 곳에서는 경찰들에게 에워싸여 발길질을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죠. 그래도 국회의원은 그 정도의 폭력을 당하지는 않았겠지요. 아, 때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찍혔다고는 들었습니다.

저는 평택 미군기지 개발 주민 공청회를 무산시키려다가 끌려나왔을 때 형사들 주먹에 안경이 깨지고 안경테가 부러져 나중에 저처럼 안경이 깨진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경찰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그것도 기각 당했어요. 정당한 경찰 활동이라고 하더군요. 언제부터 형사들이 평화롭게 주장을 말하는 시민들을 두들겨 패면서 끌어내는 것이 정당한 활동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이라면 인터넷 아니 사회관계망 서비스 같은 곳에 올리면 주목이라도 받았을텐데, 그땐 그런 것도 없었지요. 힘없는 시민들은 억울해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

미미 2024-01-24 09:22   좋아요 0 | URL
입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이 공개된 장소에서 저런 취급을 받을 수 있다면 일반인은 어떨까 , 두려운 생각이 들었어요.
감은빛님 그런 일들을 겪으셨군요. 그럼에도 계속 그 길을 가고 계신것 같아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얼마전에 PD수첩에서 한 시민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3평 남짓한 공간을 1시간 넘게 압수수색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어요. 영장에 ‘협박미수‘라고 써있었대요. 무기소지도 적시되었는데 그가 가진건 물총이었어요. 법과 공권력이 힘없는 시민들에게 무시무시한 망치네요.

페크pek0501 2024-01-28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 있는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당

미미 2024-01-28 21:53   좋아요 1 | URL
네! 페크님 올려주신 페이퍼 봤어요^^ 정희진 쌤 신간이라 아껴두었는데 저도 조만간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당
 

19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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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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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1-18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 멋지시네요.

전 악필 중의 악필이라 ㅎㅎ

파트로네스와 클리엔테스 이야기
가 생각나네요.

미미 2024-01-18 17:10   좋아요 1 | URL
못난 글씨인데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ㅎㅎ

평소에는 저도 악필입니다^^
 


  



함께 원서 읽기 하는 분들이 열심히 공부 흔적을 남겨주고 계셔서 (눈이 부셔요ㅎㅎ) 저도 허접한 흔적이지만 공유해 봅니다. 저의 경우 진도는 오늘 12챕터까지 나갔고요. 복습하면서 챕터마다 사진에 나온 것 처럼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ㅡ글씨는 엉망이지만 공부 열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소망에서 용기를 내 올림. 그러니 마음으로라도 욕하지 마세요. 제발...다 들려..ㅋㅋㅋㅋ ㅡ 주요한 단어나 내용, 그리고 간단한 정리까지를요. 솔직히 지금까지 '암흑시대'가 뭔지 잘 몰라서 그냥 기존에 봤던 영화들를 떠올리며 워낙 자잘한 전쟁이 많아 암흑시대라고 불렀나? 그 시기 영화들은 또 다 화면이 어두워...무식하게 결론짓고 넘어갔는데요. 역시 이런 식으로 '모르는 것'을 찾아보지 않으면 모호하게 남은 기억이 많아져 바보로 살게 되는구나 반성했습니다. 아무튼 이제 습관이 잘 굳어져 힘들이지 않고 원서 읽기 하고 있네요. 하...2권도 너무 재미있어요. 이런 느낌이면 어떤 원서도 평생 읽어나갈 수 있을듯한 기분.




*암흑시대: 브리튼 초기 시대 많은 사람들이 글자를 몰라 읽거나 쓸 수 없었고 그러므로 이때에 남겨진 기록이 많지 않음. 시나 노래, 이야기로 당시 몇몇 전설, 영웅담 등이 남아 있음. (대표적으로 '베어울프')


*중세: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의 시대를 '중세'라고 함


*영타 너무 느려서 매일 연습 중인데 (매일 해도 쉽게 늘지 않아 슬픈) 그래서 시간을 아끼고자 아날로그로 기록하는 겁니다. 















아무튼 저도 공부중. 함께 읽는 분들 모두 힘내세요.








매일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단지 성실한 태도나 반복된 습관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음이다. 기분이나 상황에 휘둘리지 않음이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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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17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우 멋져요! 저도 하려고 계속 생각중인데 영어는 이상하게 참 잘 안되네요 ㅠㅠ

미미 2024-01-17 13:57   좋아요 0 | URL
저 이 책 읽으면서 다락방님이 자주 떠올라요. ‘이 부분 좋아하실텐데‘, ‘이걸로 에세이 같은
페이퍼를 쓰실 텐데‘ 하면서요ㅋㅋㅋㅋ 나중에라도 이 시리즈 도전해보세요.(지금도 가능해요
언제라도ㅋㅋㅋㅋ) 번역서가 조금 사이즈가 큰 편인데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풍성하고 익숙한 주제들이 나와서
어렵지 않아요. 역사 공부도 되고 지루할 틈이 없네요. 이래서 비소설로 원서 공부들을 하나봐요.

페크pek0501 2024-01-17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타자 배울 때 저는 영타가 더 쉬워서 한타보다 빨리 배웠어요. 영타는 받침이 있는 한글처럼 복잡하지 않아서요.
조금 더 연습하면 영타가 한타보다 쉽다는 걸 인정하실 거예요.
원서 읽기 파이팅!!! 이상하게도 이런 페이퍼로 저는 대리만족이 되어용~~ 정말이에요.

미미 2024-01-17 14:35   좋아요 1 | URL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아요. 한타는 아무래도 조합을 해야 하니 그렇겠죠? 머리로는 그 차이가 이해가 되는데 손가락은 왜 자꾸 헷갈려 하는 걸까요?ㅋㅋㅋ 그래도 페크님 믿고 꾸준히 해보렵니다.
대리만족이 되셨다니 올리길 잘했네요! 이 책 재밌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 저에게 딱 맞는 것 같아요 이 책으로 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질투도 나고 부러울 뿐입니다.(도서관에서 빌려온 번역서가 너덜너덜)

망고 2024-01-17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씨가 예뻐요^^

미미 2024-01-17 15:42   좋아요 1 | URL
망고님!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이드 2024-01-17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타는 아마도 한타도 손가락이 기억하는 것 같아요. 저는 영타가 더 빠른데 (아무래도 영어로 일했다보니) 아는 단어들이나 문장은 생각하는 속도로 치고, 모르는 단어나 해석하면서 타이핑해야 하는 것은 느려지더라고요. 그러니, 결국 영타도 영어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미미 2024-01-17 18:06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영어로 일하셨었다니! (너무 머시써요ㅠ.ㅠ) 기본자리는 외웠는데 나머지가 계속 헷갈려요ㅋㅋㅋ
손가락이 기억해야 하는 거군요? 그러네요. 한타도 그랬어요. 저도 생각하는 속도로 될 때까지 그냥 계속 공부하고 연습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겠습니다. ^^

독서괭 2024-01-17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손글씨 노트 좋아요!!
저도 영타가 느려서.. 1권 정리할 땐 영어를 많이 넣었는데 2권은 한글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ㅋㅋ

미미 2024-01-17 19:01   좋아요 1 | URL
노트로 써보니 한글도 잘 쓰지 못하는데 영어는 더 엉망입니다.ㅋㅋㅋ 철판깔고 올렸어요ㅋㅋ
괭님 너무 잘해주고 계셔서 저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됩니다. 이 속도면 30일도 안되어 절반 다 읽겠어요.

페넬로페 2024-01-17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조만간 서재에 영어의 달인들이 출몰할 듯요. 미미 대장님과 함께요.
제가 요즘 컴퓨터 학원 다니고 있는데
영타나 한타는 긴 글 치기보다는
자리 연습을 꾸준히 해야 는다고 합니다.

미미 2024-01-17 21:29   좋아요 1 | URL
오,페페님 학원 다니고 계시군요!!
공부하는 페페님도 아름답습니다>.<
저는 그냥 ‘영어랑 친해지는 습관 만들기‘면 만족해요ㅋㅋㅋ
아직은 일방적인 짝사랑이에요ㅋㅋㅋ
자리 연습, 역시 초심이 중요하군요?! 매일 빼먹지 말아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4-01-18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노트에 적어가면서 공부중이시군요^^ 저는 요새 손목이랑 팔 상태가 안 좋아서 필사를 강제로 쉬고 있습니다.
저는 한타도, 영타도 천타 이상 나오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컴퓨터를 많이 이용하는 직업이다보니 연습을 해야 했거든요. 시작할 때 한컴으로 연습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미미님 계속 화이팅이요!

미미 2024-01-18 11:20   좋아요 1 | URL
화가님, 일 때문에 무리가 되신 걸까요? 얼른 손목, 팔이 나아지시길 바래요ㅜ.ㅜ
요즘 필사며 노트 적기에 재미붙였어요ㅎㅎㅎ 예쁘게 쓰고 싶은데 그건 잘 안되네요.
네! 저도 한컴타자로 연습중이에요. 천타 이상 나오신다니 역시 화가님!! ^^*
예전에 한글 연습 때는 게임도 하고 그랬는데 영타는 자리연습만 며칠때 반복입니다.ㅎㅎ
화가님도 남은 한 주 파이팅입니다!

레삭매냐 2024-01-18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원서 읽기의 고단함 -

그리고 보니 저도 사두고 만날
쓰담쓰담만 하고 있는 타리크
알리의 지중해 5부작에 도전해
야 하나 말아야 고민 중이랍니다.

번역책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말
이죠...

미미 2024-01-18 17:16   좋아요 1 | URL
번역 책과 함께 읽으면서 원서 읽기가 그나마 습관이 되었어요.^^

저는 매냐님 덕분에 읽어봤던 안드레 애치먼의 원서가 두권 준비되어 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듯 합니다ㅎㅎㅎ
 



  





'탈출하려면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디서 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 차파예프와 공허 (영화 '6번칸')




나는 덜어내고 싶은 사람인데 잘 덜어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불필요한 것들이 많은데 원하는 만큼 덜어내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편하고 못마땅하지만 결국 이런 걸 원하는 사람일지도. 바란다고 생각하는 혹은 착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그래서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나와 대조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 소설 속 강민주는 명료하고 군더더기 없는 삶을 산다. 하루키의 1Q84 속 아오마메도 잠시 떠올랐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강민주는 상담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는 데다 지적이며 싱글이고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는다. '잠이 제시간에 찾아오지 않는 것조차 못 견딜 만큼 무질서를 혐오'하는 그녀가 굳이 매일같이 남의 하소연을 참아내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지옥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폭음, 만취 상태에서의 구타, 시집 식구들의 은밀한 종용, 운명이니 체념하라는 주위 사람들의 무책임한 설득. 그리고 그녀가 물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목이 터져라 소리쳐도 구하러 오는이 하나 없는 으슥한 산길로 끌려가 죽을 만큼 맞으며 당했는데, 그랬는데도 강간당했다고 이혼까지 당해야 합니까? 내가 무슨 페스트 환자예요? 왜 나만 보면 모두들 슬슬 피하고 체념하라고 합니까?




법적인 조언으로 통화를 마치면 민주는 해당 사례를 기록하고 마지막에 간략하게 의견을 남긴다. 그녀는 어떤 목적을 위해 하루하루 여성들의 불행을 채집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은 각자의 불행을 짊어지고 있었지만 대부분 순간적인 분노로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저 상담을 통해 마음껏 답답함을 토로하고 작은 위로를 얻은 것으로 만족했다. 민주는 근본적으로 여성들의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상징적인 전쟁을 치르기로 결심한다. 여성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백승하라는 배우를 납치하는 것이다. 우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남기는 민주의 일을 돕기 위해 조용히 맡은 일들을 처리해나간다. 




여자들은 당신을 통해 환상을 보게 되고, 현실을 극복할 힘을 잃게 되지요. 그게 당신 죄입니다. 나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정말 참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리고 이런 질문은 자신의 힘으로 해답을 얻어야 자신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 스스로 해답을 얻을 기회를 빼앗을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234





나는 어떤 일이든 강한 집념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한번 마음먹은 일이라면 그것으로 파국을 맞을망정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그런 성격은 의외로 드물다. 모두 다음에 닥칠 기회를 행여 놓칠까 전전긍긍하며 망설인다. 매사에 흐리터분하고, 간단한 일조차 결단을 못 내리고, 늘 주저주저하며 뒤를 돌아보는 소심한 기회주의자들이 나는 싫다. 그 우유부단함을 보고 있자면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워 견디기 힘들 지경이다. -50




그녀는 백승하를 납치하고 경찰에게 의도적으로 흔적을 남긴다. 심리학을 전공한데다 뛰어난 머리로 몇 수 앞을 내다볼 줄 알기에 언론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강민주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결말일까? 금지되었으나 그녀가 넘으려고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조지 윈스턴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즐기던 것처럼 그 여정을 충분히 만끽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에게는 소설의 결말보다도 과정이 흥미로웠다. 양귀자의 글을 읽으며 정언명령, 아포리즘적 성격이 짙다고 느꼈다. 이런 큰언니가 내게 있었더라면 조금은 더 원하는 삶에 다가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언니라도 강민주는 동생에게 살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흐트러지고 안이한 감정에 빠져들 때 새벽의 찬 공기 같은 생기를 불어넣어 줬을 것 같다. 털고 일어나 날아야 하는 건 내 몫이지만 내가 날아야 하는 이유를 잊지 않도록 들려줬을 것 같다.









코너 앞에선 여성들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금지된 선을 넘을 것인지 그냥 그대로 머무를 것인지. 양귀자는 소설로 김지은은 현실에서 코너를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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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15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글이 너무 좋네요 미미 님. 저 이십년도 더 전에 그러니까 대학 시절에 이 책 읽었는데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읽는다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일 것 같아요.

미미 2024-01-15 20:5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이 소설을 이십년도 전에 읽어보셨군요!! 통쾌하기도 하고 혼나는 기분도 들었어요. 대체로 많이 웃었는데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도 다시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김서형 배우를 주인공으로 떠올리며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4-01-15 21:24   좋아요 1 | URL
아놔 20년 전 대핫생 이런 말 하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4-01-15 21: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아 그러고 보니 세월 참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15 21:50   좋아요 1 | URL
맞네. 내가 그 말만 안했어도 남들이 다 이십대라 짐작할텐데.. 쩝…

새파랑 2024-01-15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너무너무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소설을 보는 이유중 하나가 현실에 만나기 힘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인거 같아요~!!

미미 2024-01-15 20:57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따라서<모순>을 읽어보려다가 대출 초과라 이 책을 빌려 읽었어요! 양귀자 작가님 글을 너무 선명하고 재미나게 잘 쓰시더라고요. 맞아요! 만나기 힘든 캐릭터를 만나 여러가지 이야기도 듣고요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1-15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서재에 다시 등장할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미미님 글을 읽으며 완전 잊었던 내용을 어렴풋이 떠올려 봅니다.
제목이 넘 멋있죠!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그러나 결코 실천하지 못하는 저 입니다.

미미 2024-01-15 23:00   좋아요 1 | URL
그러셨나요? >.< 제목이 강렬해서 궁금했었어요.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소설인데 이제야 만났네요. 페페님도 읽어보셨군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 읽는 동안 대리만족, 통쾌함이 컸던 것 같습니다.

물감 2024-01-17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슴미다. 이건 본문과 상관없는 얘긴데요,
제 서재의 하얀 배경과 미미 님의 검은 배경이 확 대조됨을 느껴서요.
어쩌면 미미 님도 저랑 같은 상태가 아닐까 하고 생각됩니다.
아오마메를 얘기하셔서 더 잘 알것같은...

미미 2024-01-17 10:00   좋아요 1 | URL
그럴지도요. 하얀 배경으로 바꾸려다가 이걸로 골랐어요. 요즘 블랙이 마음에 끌리고 편안하네요. 서재에서 제 이미지와는 달리 저는 아오마메처럼 살고 싶어요. 물감님, 본문과 상관없는 얘기 좋은데요? ^^

자목련 2024-01-17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귀자 소설, 최진실이 주연한 영화도 생각나네요.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미미 2024-01-17 10:41   좋아요 0 | URL
소설을 읽고 찾아봤었는데 최진실은 너무 순둥이 같은 이미지라고 느꼈어요.ㅎㅎ 영화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김서형 배우가 강민주 역을 잘 소화할것 같아요.

Yeagene 2024-01-18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엄청 재밌게 읽었던 작품인데 다시 보니 느낌이 새롭습니다.미미님 독후감은 저랑 비교도 안되게 고급지네요 ㅎㅎ

미미 2024-01-18 14:01   좋아요 1 | URL
발췌문들 때문에 착시현상일거예요ㅎㅎ
예진님도 재밌게 읽으셨군요. 대출해서 읽다가 반해버려서 다른 책이랑 구매했어요.
예진님, 요즘 왜 이리 뜸하신 거예요? 다시 서재에서 함께 해주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