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마지막날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완독했다. 오예!!!!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었을 관점을 마주하며 가슴이 설레였고 19세기 여성문학에 홀딱 반해버렸다. 왜 그토록 많은 영미권 영화에서 제인 오스틴과 샬렷 브론테가 언급되었는지, 왜 19세기 여성소설과 시가 계속해서 출판되고 읽히는지,왜 현대 작가들이 이당시 여성문학을 끊임없이 소환하는지 깨달았다. 난해했던 마지막 '에밀리 디킨슨'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벅찬 감동으로 꼭꼭 씹어 읽었다. 우선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나열해본다.
경계해야 할 괴물은 자기주장보다 자기 말살이다. p.352
밀턴의 이브는 잘못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재앙을 불러오는 반항의 한순간을 제외하고는 명백히 순종적인 반면, 셜리의 이브는 강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하며 생기가 넘친다 밀턴의 이브는 가정적인 반면, 셜리의 이브는 대담하다. 밀턴의 이브는 처음부터 마치 타락한 상태로 창조되기라도 한 듯, '정교한 겉모습과 정밀하지 못한 내면'[「실낙원 」8편 538~539행]때문에 이상할 정도로 공허하지만, 셜리의 이브는 '지치지 않는 생명력과 부패하지 않는 탁월성'으로 가득 차 있다. 밀턴의 이브가 일종의 신의 보족이자 아담의 '여분의 갈비뼈에서 만들어진 거의 잉여적이며 주로 물질적인 존재라면, 셜리의 이브는 정신적이고 근본적이며 '하늘에서 태어난'존재다 무엇보다 밀턴의 이브는 일반적으로 신의 시야에서 밀려나 에덴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신이 시야에서 밀려나 에덴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신이 의도한 잠에 취해 침묵당하지만, 셜리의 이브는 '얼굴을 마주하고'신과 이야기한다. 셜리의 이브는 비굴하고 파괴적인 유령으로 대체되어버렸지만, 죽은 시인의 첫 화신이다.p.372
문화가 본질적으로 가부장적이라면 여성은 타락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그들은 타락할 운명이기 때문에 이미 타락한 것이다. p.504
히스클리프도 분명 사탄적인 추방자의 방식으로 남성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좀 더 뿌리 깊은 연상의 측면에서(차남,서자, 악마 들이 여성들과 연합하여 천상의 폭정에 맞서 싸운다는 점에서, 고아는 여성이고 상속자는 남성이라는 점에서, 육체는 여성이고 정신은 남성이며 대지는 여성이고 하늘은 남성이며 괴물은 여성이고 천사는 남성이라는 점에서 )히스클리프는 '여성적'이다.p.531
신화적인 일 (자기 자신의 적절한 허구를 창조하려는 시도) = 소설쓰기(미미) p.731
인생은 연기이며, 예술은 내면의 무대에서 공연된 장면이 외부로 드러난 것이다.p.991
서구 문학사가 압도적으로 남성적임에도 19세기 여성문학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작가되기의 병적인 불안(p.168), 여성성이라는 폐소공포증의 이중 속박(p.170)을 자양분삼아 여성작가들은 자신들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자기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이 모든 인간의 소명이라면 여성은 이중구속(여성으로서 자기주장의 불가능성과 자기주장의 필요성)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예를들면, 남성에게 자기 존재 증명의 터널 밖에 빛이 놓여 있다면(자기 초월) 여성은 출구가 막힌 동굴(이브의 멍에,무력감,수치의 내면화,심리적 허기)을 감내하거나 뚫고 없는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19세기 여성 소설가, 시인은 이런 어려움에 직면했다. 언어는 남성의 것이기에 남성적 필명으로 베일을 쓰고 이야기 안에 진심을 감추면서 감수성의 출구를 찾아 헤매야 했다. 여성독자가 그때나 지금이나 그러한 '의도된 은폐'를 어렵지 않게 읽어내는 것은 현실의 억압과 존재론적 불안정성 때문이다. 이렇듯 여성들에게 내면화된 수치는 그것을 감당해내지 못해 외부로 분출하는 남성의 폭력성과도 상대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여성에게는 '도덕과 문화의 내면화된 감시인'(p.510이 늘 존재하므로.
교회와 국가는 모두 경제적 사회적 성적 배제와 강제에 의존한다.p.674
타인의 고통이 절절하게 내 안의 경험을 두드리면서 새로운 각도로 조명되게끔 하는 기쁨이 문학외에 있을까? 고독을 수반해야 하는 정독精讀이라는 안전장치는 그 어떤 수치나 죄의식을 동반하지 않으면서 그러한 지각의 여정을 완수하게 하지 않던가? 그런 면에서 수치를 내면화하지 못한채 '초월의 세계'에 있는 남성과 '고유한 시간의 성질'(p.792)을 피할 수 없는 여성의 위치를 바라보면 조지 엘리엇처럼 여성만의 관점, 가능성이 손에 잡히는 듯 하다. 어쨌건「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결실은「 빌레뜨」를 만난 것. 그리고 여성주의 책 읽기를 하며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여성으로 태어난데 더더욱 감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2023년에는 19세기 여성문학과 가깝게 지내야겠다.
에밀리 티킨슨은 수치심을 '본질적 베일'이라고 불렀다. p.819
여성들은 퍼다[내실]의 장막처럼 베일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수치를 인정하고 복종한다.p.820
제인 오스틴은 가끔 '제인' 이었어도 존 밀턴은 결코 '존'이 아니었다. p.954
2022년 가장 좋았던 책들
독서목표는 94%달성! 완벽주의 버리기로ㅎㅎ
2022년 한 해 동안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성주의 책 함께 읽도록 이끌어주신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같이 읽어주신 동지분들도요~♡
여러분 2023새해 복 듬뿍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