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어서 간단하게 컵스프로 아침을 때우고 커피를 머그잔 가득담아 모니터 앞에 앉았다. 이 시간에 글을 쓰는 경우는 아주 오래간만인것 같다. 어제 보뱅의 글을 읽은 덕분일까? '가벼운 마음'을 읽는 중인데 꿀벌호텔에서 아침6시에 글을 쓴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았다. 호텔에서(진짜 호텔이 아니고 아마 꿀벌이 잔뜩 있는 곳, 10살?정도의 어린 소녀다.) 글을 쓰는 이유는 멀리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뭉클하다. 그러고보면 글을 쓰는건 자리에 앉아 자기 세계를 넓히는 경험이니까. 감옥에 갇혀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죄수를 가둘수는 없는 것처럼. 내 안에는 나탈리와 보보가 있다. -이것도 보뱅의 영향인데 화자의 임무는 가출이고 가출을 하는 동안 부모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수많은 이름을 지어낸다.- 나탈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려하고 뭐든 생각한대로, 마음먹은대로 행동한다. 보보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늘 30분만 더 눈을 붙이자고 나를 유혹한다. 나탈리는 의욕적이고 내가 꿈꾸던 여성이다. 반면에 보보는 뭐든 좀 굼뜨고 쉽게 주눅들고 예측불가에 어딘가 얽매이는걸 아주아주 싫어한다. 나탈리는 비교적 규칙적인데 반해 보보는 제멋대로다. 안타깝지만 내 안에서 보보가 힘이 세다. 그런 보보가, 그에게 끌려다니는 내가 참 별로였는데 보뱅의 이 책을 읽고 마음을 조금 고쳐 먹는다.(많이 고쳐먹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보보의 힘이다.) 그래도 한편에서는 나탈리의 세력을 키워주고 싶긴하다. 오늘 7시에 일어난건 나탈리다. 끙-
곳곳에 음반이 있다. 거실에서 바그너를 틀면 <라인의황금>이 여기저기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 방들과 서재와 거실을 가득 채운다. 그녀가 말한다. 이렇게 난 음악속에서 걷고, 먹고, 자고, 움직여. 다른 사람들은 집에 고양이나 남편이 있지만 내겐 바그너, 라벨, 슈베르트가 있어. 고양이처럼 어디에나 가볍게 존재하는 거지. - P19
나는 오로르다.이제 당신은 모든 걸 안다. 아니, 농담이다. 내이름은 벨라돈이다. 그리고 마리, 뤼드밀라, 앙젤, 에밀리, 아스트레, 바르바라 아망드, 카트린, 블랑슈다. 실은 재미있자고 하는 말이다. 웃음은 나보다 훨씬 강하다. 나는 진지할수록 웃는 게 좋고, 그건 엄마에게 물려받은 기질이다. - P29
깡충깡충,껑충껑충,까불까불,깝신깝신,호닥닥,후닥닥(...)바람이 솔 솔, 살 살, 웅 웅, 윙 윙
표지도 곱지만 속지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무늬로 책깔피나 책싸개를(되도록 한글로 쓰는 중) 만들어도
예쁠것 같다. 추가로 받은 표지 그림 담은 컵받침도 물론 마음에 쏙 들지만.
아래 첫번째 사진은 분홍으로 보이는데 설명에는 붉은 색 길상무늬 자개장식이라고 나온다. 실제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처음 제작할 당시에는 좀 더 진한 붉은 색이었겠지? 그래도 색이 바래 은은하게 빛깔이 도는 멋이 예사롭지 않다.박쥐, 봉황, 오동나무, 꽃, 나비, 새,...장식된 무늬의 종류가 다양하다. 예쁜데 온갖 복의 기운까지 가득 안고 있구나! 아래 두 번째 사진은 병풍인데 모양대로 잘라 책깔피로 쓰면 딱일듯 싶다.
요즘 먹은 거
서브웨이 메뉴 별로였는데 이웃 나무님이 몇 번 책과 함께 올려주셔서 나도 열린마음으로 다시 사먹었다. 아마 몇년 만이지? 에그마요는 처음 먹어보는데 오~너무 맛있다. 세트로 시키면 쿠키를 주는데 사진을 깜빡하고 못찍었군...쿠기도 큼직하고 달달한데 (종류 다양) 식감이 제법 냠냠. 15cm 몇번 사먹고 30cm도 도전! (당연히 나눠먹음) 신선해서 아삭아삭한 여러 종류의 야채가 마음에 들었다. 종종 사먹어야지. 사람도 그 외의 것들도 첫 이미지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막상 어떤 이유로든 바뀌면 기분이 묘하다. 이것 역시 어딘가에서 풀려난 기분이 드는 것 같다. 그나저나 사진은 내게 다 그렇지만 음식 사진 찍기 어렵네.
요즘 읽고 있는 책들
영국에 관해 꽤 폭넓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인 장정훈님은 카메라를 심장처럼 가지고 다닌다고 하는데-우왕!! 사진 잘 못찍어 슬픈 짐승- 한국에서 언론사에서 일하다 쭉 독립피디로 일하고 있나보다. 그런 그의 관점이 이 책에 그대로 드러난다. 20년간 영국에서 살아서 그런지 흔히 볼 수 있는 여행서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디테일하다. 역사도 세세하게 담겨있는데 다 내가 궁금하던 것들이라 신기했다. 지난달 책을 많이사서 좀 아껴볼 심산으로 희망도서를 신청해 받은책인데 그걸 또 다른 책 읽느라 다 읽지 못하고 반납기일 임박해서 생각난거다. 그래서 당연히 이런류의 책은 나밖에 관심없을꺼야 하고 일주일을 더 보려 '연장'을 눌렀는데 예약자가 있어서 안된다는거!!!!! 얼마나 놀랐는지. 이걸 어쩌지 고민하다가 시간내에 반납함에 넣으면 소급적용해 전날 반납으로 처리해준다는게 생각났다. 결론은 그러고도 다 못읽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재밌었다.ㅠ.ㅠ 뒷부분 마저 읽기 위해 그냥 책을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고민하다가. 그래 책을 너무 늘리지 않기로 마음먹고 희망도서 신청한건데 이렇게 나약해지면 안되지! 하고 (이건 나탈리) 반납한 책을 예약자가 대출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나도 바로 예약 하려고.ㅋㅋㅋㅋㅋㅋ그렇게 해서 마저 읽으려고 했는데 어허....이 사람이 안 찾아가네? 대출대기상태에선 예약 안되는 슬픈 시스템. 이분 예약 대출 가능기한을 꽉 채우려나? 생각날때마다 도서관 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하는데 지친다....사야겠다...(보보) 나랑 이 책이 운명인가보지 뭐 꼼꼼히 파보자 영쿡ㅋ
글의 밀도가 상당하다. 마리 루티가 얼마나 사유를 많이 하는 사람인지 티가 난다. 자꾸자꾸 쓰는 연습하며 사유도 열심히 해서 이런 글을 쓰고 싶다. 갑자기 나도 어디 호텔에 가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하루종일 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구나.
삶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명쾌한 정답이란 없으며, 바로 이 점이 인간이란 존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는 것 p.28
다락방님 글 보고 빌려왔는데 품절이라 아쉽다. 결국 우리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어느 정도씩 뭔가에 중독되어 있다고. 부제가 '우리는 모두 중독자다'인데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 그런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겠지?
앞부분 조금 읽었는데 설득력있다. 이것도 마저 읽어야하는데 언제 한나 아렌트 목표 채우고 언제....다 하지?
일단 츄츄를 재웠으니 시작하자!
이것도 읽기 시작한지 꽤 되었는데 치고 들어온(수하님) 다른 책들에 밀리고 있다. 이것도 희망도서! 처음에
받아서 후루룩 살펴보고 '아 신청하길 잘했다' 싶었던 책. 마치 내가 도서관에 좋은 책을 기증?한 느낌적느낌
그림의 일부를 확대해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구체화하는 방식인데 재미있다. 반도 못 봤는데 반납기일이 다가온다. 똑딱똑딱 똑딱똑딱.....
글 쓰기 시작은 8시도 안되어서 했는데 다른거 하며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9시가 훌쩍 넘어버렸다.ㅠ.ㅠ
이 외에도 함께 읽는 책들이 더 많아요. 다른 분들도 더러 그러실듯. 나탈리가 그러네요. "니가 책을 읽는건지 책이 너를 읽는건지 모르겠다"고 "정신좀 차리라고." "오늘은 잘좀 해볼께" 하고 대답합니다. 한껏 주눅든 대장 보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