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서역기 - 진리를 구함에 경계가 없다 서해클래식 10
현장법사 지음, 권덕녀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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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서유기>를 읽다보니 자연스레 소설의 모태가 되는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가 궁금해졌다.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완역본이 아닌 것 같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권덕녀 옮김'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 책에는 '권덕녀 엮어 옮김'이라 표시되어 있다. 즉, '편역'이란 말이다. 어느 정도 축약을 했는지 원전의 어떤 내용을 어떻게 편집했는지 알 길이 없다. 인터넷 서점 측은 제발 책 관련 정보를 정확히 올려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모르는 분야를 처음 읽을 때에는 대중서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책 뒤편의 참고 문헌 목록을 보고 전문서적 쪽으로 슬슬 옮겨가 읽는다. 원전이 목침 대여섯 개 수준인 고전 소설의 경우에는 아동 청소년용 축약본으로 먼저 읽어 워밍업을 하고 나서 원전으로 읽는다. 이번 <대당서역기>도 검색해보니 단 두 권밖에 없어서 먼저 좀더 쉬워보이는 이 책으로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짜증이 난다.

 

번역본이므로 원래 기본 내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원저자인 현장이 살던 7세기, 당나라 때 불경은 오역이 많았다. 왜냐하면 인도의 원전을 중국어로 바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불교가 전해지던 실크로드 노선의 국가들의 언어로 일차 번역되었다가  다시 중국어로 2차 번역되었기 떄문이다. 즉, 중역 본으로 불교 사상 토론을 하다보니 문제가 많았다. 용어 역시 원 의미를 제대로 밝혀 번역되지 못했다. (인도에 다녀온 후 현장은 관음보살을 관자재보살로, 천축을 인도로 바로잡아 번역했다) 그래서 627년, 27세의 현장은 국가의 금지령을 어기고 홀로 국경을 넘어 인도로 향한다. 불경 원전을 구하기위해. 고생끝에 도착한 인도 마가다국 날란다 사원에서 15개월동안 유학한다. 645년 현장은 불경 640질과 사리, 불상 등 귀중한 자료를 가지고 당나라로 돌아온다. 환속하여 높은 벼슬을 하라는 당태종의 명령을 거절하고 이후 19년간 불경 번역에 힘쓴다. 당태종의 명령으로 <대당서역기>, 바로 이 책을 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술, 제자가 받아 적어 기록했다) 그러기에 <대당서역기>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정보제공이란 목적에 투철하다. 여정 견문 감상을 담은 흥미진진 여행기가 아니라 자신이 지나가거나 들은 중앙아시아와 인도의140여개국에 대한 지리문화 정보를 담고 있는 드라이한 보고서이다. 소설<서유기>의 모태이지만, 소설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이 책은 현재 사라진 국가들, 자국인이 자국어로 기록한 문헌이 없는 중앙아시아, 인도에 대해 당시 7세기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값진 자료이다. 그러니 기본 원전의 가치야 내가 이 리뷰에서 논할 필요가 없다. 전세계의 구전설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책에 실린 불교 설화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번쯤은 읽어볼만 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 서해클래식판 <대당서역기>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이 책은 대중역사서의 목적에 충실하지 않다. 나는 도대체 출판사에서 예상 독자층을 어떻게 잡고 이 책을 기획했는지가 궁금하다. 편역서이고 시각자료 많이 쓴 편집으로 보아, 대중서를 지향한 것 같은데, 전혀 친절하고 대중적인 설명이 없다. 책 페이지 양쪽에 본문 관련 용어 풀이가 있지만 그냥 사전적 풀이 수준이다.

 

게다가 도판! 문제가 심각하다. 출전을 밝히지 않았다. 둔황 석굴 벽화 정도야 나도 아니까 그런갑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너무 설명이 불충분하다. 그냥 '붓다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는 모습이다'이 정도 설명만 그림 아래 달아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몇 년도 제작된, 어디에 있었던, 누가 그린, 현재는 어느 박물관에 있는,,,, 이런 설명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한 마디로 이 책은, 원전은 가치가 있지만 번역본 책은 가치가 떨어지는, 그런 책이라고 하겠다.

 

 

- 본문 77쪽에서.

 

도판 중 최악은 이 것. 나는 본문에 실린 이 그림 보고 경악했다. 이 사진에는'인도의 작은 나라들 사이에는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는 설명만이 달려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라. 이 그림이 인도의 전투 장면인가? 아니다, 중세 유럽의 전투 장면이다. 내가 노란 동그라미를 친 오른쪽 파란 망토를 보라. 프랑스 왕가의 상징인 백합이 있다. 왼쪽 위 상대 진영을 표시하는 깃발을 보라. 빨간 바탕에 금빛 사자가 있다. 이는 사자왕 리차드 등 영국의 상징이다. 즉, 이 사진은 프랑스와 영국의 전투 장면을 그린 그림이란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그림이 여기 <대당서역기>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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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2-14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도판은 정말 어이가 없네요. 검토도 안하고 그냥 냈단건가요?

자유도비 2015-02-15 09: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거 말고도 이상한 그림이 꽤 있는데 그것들은 제가 확실히 몰라서 리뷰에 언급 안 했어요.
 
현장 서유기 - 중국 역사학자가 파헤친 1400여 년 전 진짜 서유기!
첸원중 지음, 임홍빈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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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진장 재미있다. 실제 역사상 현장의 취경 여행이 서유기에 어떻게 나타났는지가 궁금해서 찾아 읽었는데, 예상 외로 7세기 당시 역사적 상황과 불교 문화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이 책은 중국의 불교학자 첸원중이 중국 CCTV 백가강단에서 소설 <서유기>의 바탕이 되는 현장법사의 여행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묶었다. 그동안  백가강단 강연록을 묶은 책으로는 김영사와 에버리치홀딩스에서 나온 이중텐 강의록을 4권 읽었는데, 이중텐 책은 좀 피곤한 느낌이었다. 주관적 인물평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순수히 지적 갈증을 해결해주는 정보 위주여서 좋다. 아주 깊고 전문적 내용이 아니어서 나같은 초보 독자에게 딱 알맞다. <서유기>를 재미있게 읽은 분들께 강추!

 

<서유기>에서 손오공에 밀려 주연인듯 주연아닌 존재로 등장하는 삼장법사는 역사상 실존 인물이다. 소설에서는 띨띨하고 소심한 겁보로 묘사되지만 사실 현장법사(600-664)는 당대의 불교학자, 여행가, 번역가로 불교 뿐만 아니라 인도와 중앙아시아 역사 기록을 남기고 문화 교류에 큰 기여를 했다. 시종 없이 혼자 걸어 인도에 불경을 구하러 가서 닐란다 사원에서 유학하고 유명 종교계 인물들과 경전 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이 19년이다. 인도 왕들의 배려로 갈 때보다 비교적 편하게 당에 돌아온다. 다시 19년간 1335권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의 불경을 번역하는 작업에 힘쓴다. 그의 취경 과정은 당태종의 명령으로 <대당서역기>에 기록되었는데 자그마치 140여개국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사라진 중앙 아시아 국가의 문물과 당시 기록이 없던 인도에 대해 기록한 거의 유일한 자료다. 그러나 <대당서역기>는 공적인 보고서성격이기에 저자는 현장의 제자가 쓴 <대자은사 삼장법사전>에서 개인적 에피소드를 꺼내어 함께 강의한다. 솔직히, 사적인 부분이 더 재미있기는 하다. 이 부분이 <서유기>의 소설적 상상력을 더 자극했음이 분명하다. 현장이 당나라에서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인도의 왕들이 '진왕파진악'이란 음악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을 읽으니 동남아 여행가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한류 가수들 이야기 꺼내거나 강남스타일 말춤 추는 장면이 떠올라 저절로 웃게된다. 이렇게, 책은 7세기가 배경이지만 전혀 따분하지 않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나는 본문 읽어나가다가 다시 앞 부분의 지도를 들춰보며 이 책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서유기 소설에 계속 등장하는 요괴와의 대결이 궁금했다. 소설이야 어차피 허구이니, 실재 현장의 여행에 그 단서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취경길의 험난한 자연 환경을 요괴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은 내 아둔한 머리로도 짐작 가능했다. 그러나, 두둥! 이 책을 읽다보니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당시 인도에는 각 종교 분파의 명예를 내건 학승끼리의 논쟁, 토론 대회가 있었다는 것!

 

인도에서의 경전 토론은 유난히 격렬한 것이어서 실패자는 경우에 따라서 소리 없이 종적을 감추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기 혀를 끊어버리는가 하면, 심지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자살하는 행위로 패배를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좀 가볍다 싶으면, 반드시 문파를 승자 쪽으로 옮기거나 자신이 믿던 종파를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기꺼운 마음으로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승자를 스승으로 모셔야 합니다. 승자는 하룻밤 새 유명해지고, 단판 싸움에서 유명세를 타면 수많은 사람이 주목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신도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국왕의 존경과 추앙을 받으며 국왕에게서 엄청난 기부를 받아 일대종사가 됩니다.

- 본문 428쪽에서 인용

 

아, 이것은 무협영화에서 보던 각 문파의 쿵푸배틀이 아닌가? 앞서 읽은 <서유기 즐거운 여행>이란 책에서 요괴와의 대결은 인도 내에서는 불교 내 이단 종파와의 논쟁, 중국 내에서는 도교 대 불교의 권력 다툼을 의미한다는 내용을 얼핏 읽고 지나쳤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실제로 요괴와의 대결이 이단 종파와의 논쟁 배틀을 의미한다는 그 책의 설명을 다시 찾아 읽게 된다.

 

이 책에는 이렇듯 소설 속 허구의 내용과 실제 역사 사실을 오가는 내용이 많이 실려 있다. 서유기의 사오정은 해골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그런데 인도엔 해골을 목걸이로 삼는 '누만외도'라는 이단 종파가 있었단다. (본문 448쪽) 아무리 자신들을 이단이라고 해도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들을 비난하는 너희 역시 해골로 바뀐다는 의미로, 자기네들은 세상 모든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본다는 표시로 해골을 걸고 다닌다고. 또 서유기의 마지막 81번째 시련, 불경을 구하고 귀국하다가 통천하에 빠진 일화는 실제 현장법사가 귀국길에 인더스강을 건너다가 빠져서 불경을 잃어버린 일화를 반영했다. 여인국도 실제 있어던 주변 모계 사회 국가 이야기를 반영한다고 한다. 이런 내용을 현장에서 강의 듣는 듯, 구어체 문장으로 술술 읽어가는 재미가 만만찮다. 각 강연 회차 끝에 다음 회차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문장을 남겨두는 방법도 눈여겨 볼 만하다. 

  

번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실크로드 가는 길에 있는 '고창국'은 '코초'라고 되었는데, 인도의 왕 이름은 '계일왕'이라고 적었다. 나야 뭐 우리식 한자음 표기거나 중국 발음 표기거나 현지음 표기거나 큰 상관없는데, 한 책 안에 일관된 원칙이 없어 보이는 것은 좀 그렇다. 불경 관련 부분 번역도 내가 모르는 분야이니 할 말이 없다. 어차피 번역자가 그 텍스트에 담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으니 이런 건 출판사 편집팀에서 따로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책의 완성도를 높여야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서유기 소설과 관련 도서 읽다보니 번역자에게 비난이 과중하게 쏠려 있는 것 같아 내 생각을 조금 적어 본다.

 

나는 오히려 역자 후기에서 본문에 없는 부분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접했기에 이 번역자분께 신뢰가 간다. 특히 마지막 역자 후기 덕분에 왜 삼장법사 캐릭터가 역사상 실존했던 현장법사와 달리 띨띨하게 표현되었는지에 대한 오래묵은 궁금증이 풀렸다. 그것은 오승은이 세덕당본 서유기를 지을 당시 명나라 말기 정치사회 상황과 관련 있다고 한다. 불교가 고통받는 민중에게 아무 위안을 주지 못한 채, 가정제 신종의 총애를 받는 도교 세력과 종교적 세력 다툼이나 벌이고 있었기에 삼장법사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졌다고.

 

여하튼, 참 재미있는 책이다. 내용은 물론, 강연과 대중적 글쓰기 면에서도 많이 배웠다. 이어서 현장법사가 쓴 <대당서유기>원전과 역자가 소개한 <서유기의 발자취를 따라서>와 <동아시아 구법승과 인도의 불교유적>을 읽어 봐야겠다.

 

그외 궁금증 :

1 명말 혼란기에 주의해서 본다면, 소설 요괴와의 대결은 지방 토호 세력이 된다. 그런데 나는 요괴 대결을 토론 배틀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2 소설 속에서 삼장법사 일행을 유혹하는 여자 요괴들은 그럼 뭘까? 일행과 결혼해서 일행을 정착시키려 하고 있는데, 이들 여자 요괴들은 여행과 귀국길을 막고 자기네 나라에 머물러 주십사 감언이설로 설득하는 각 나라의 왕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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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세계제국 - 아시아총서 제7권
임대희 / 신서원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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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책이다. 읽어가면서 내가 기존에 띄엄띄엄 알던 각 지역의 동, 서양사가 씨실 날실로 만나 하나의 베틀에서 엮어지는 느낌이 든다. 잠 들기 전에 누워서 읽는 독서 습관이 있는데 점점 베개를 돋우며 읽다가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읽을 정도였다.


책은, 칭기스칸부터 쿠빌라이 칸을 거쳐 토곤 테무르(원 순제)에 이르기까지 약 200여년간의 몽골 역사와 그 전후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를 다룬다. 다른 칭기스칸과 몽골 제국을 다룬 대중역사서에 비해 서술이 자세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가계도나 지도 등 시각적 자료들도 풍부하다. 정식 역사서라기 보다는 나같은 초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인듯 하다. 저자는 처음부터 주구장창 역사만 시대순으로 늘어놓지 않고 여러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함께 다루며 서술하기 때문이다.

처음, 저자는 이스탄불의 토프카프 궁전 부속 도서관에 있는 라시드 웃 딘의 <집사>를 소개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집사>는 이란방면의 몽골정권인 훌레구 울루스, 속칭 일칸국에서 페르시아어로 자신들 몽골인들의 역사는 물론 고대 페르시아, 유대인, 이슬람, 투르크, 중국, 프랑크, 인도사 등을 총 망라하여 만든 미증유의 세계사란다. 이는 이 책을 비롯 다른 유라시아 역사서의 중요한 1차사료이며 이 책의 존재 자체가 몽골이 세계라는 것을 명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도움으로 시간을 초월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도 그랬다. 칭기스칸과 그 아들들의 서진에 따른 서양과의 만남 부분에서는 내가 따로 따로 읽고 인식했던 서양사와 동양사가 한 부분에서 만나는 짜릿한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여러가지, 나의 편견과 무지를 깨는 경험도 했다. 내가 중국 등 농경 정착 국가 측 사관에 익숙하여 편견을 갖고 유목 민족의 역사와 문명을 보고 있었다는 것, 원 순제 이후 몽골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을 뿐인데 몽골이 멸망했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 원 나라는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 몽골 울루스의 일부였을 뿐이었다는 것, 아들들의 4한국과 원은 몽골의 분열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청나라나 티무르 제국, 무굴제국, 크림 칸국을 통해 몽골 제국은 꽤 가까운 시기까지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흥미로웠다.

내가 무식한 탓에, 저자의 견해가 어디까지 옳고 어디까지는 무리가 있는지를 파악하며 읽을 수가 없었는데 역자분께서 주를 달아서 상세히 설명해 주셔서 읽기 편했다. 아쉬운 점은 몽골 발음을 표기한 부분이다. 일본어로 옮긴 것을 다시 번역한 것이여서 내가 읽은 다른 책들과 같은 인명, 지명인데도 다르게 표기된 것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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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비사
유원수 옮김 / 사계절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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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원사와 더불어 3대 몽골 역사서라는데, 솔직히 지금의 나로서는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겠다. 별3개를 단 것은 그 이유이다. 이 책을 제대로 평가할 눈이 없기에 일단 중간치를 메긴 것이다. 사실 읽은 지 꽤 지났는데 이제야 리뷰 쓰는 이유도 이 책이 역사서로 갖는 위상을 알지 못해서 무슨 말을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였다. 일단, 미흡하나마 기록을 해 놓고 나중에 수정하기로 한다. 
 
이 책은 몽골 사람들의 조상 신화와 칭기스칸의 몽골 제국 건국 과정을 담고 있는 가장 오래된 사료라고 한다. 부르테 치노(잿빛 푸른 이리)와 코아이 마랄(흰 암사슴)이 보르칸 성산 기슭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25대에 이르는 역사를 서술하는데, 아무래도 주인공은 칭기스칸, 즉 테무진이다. 원전은 전하지 않고 현재 남아 있는 책은 중세 몽골어를 한자 음가를 빌려 적은 전사본들이어서 성립 연대나 저자, 편찬자에 대한 분명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생각외로 아름다운 영웅 서사시였다. 현재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아름답고 진실한 시적 표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 모든 내용이 구전되다가 어거데이 칸의 쿠릴타이에서 기록된 것이라면 당연히 운율과 대구를 맞춘 시의 형태로 기억하다가 기록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칭기스칸의 어린 시절과 관련, 뜻밖에 숨기고 싶을 만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등장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 이 점은 다른 칸국에서 편찬한 역사서랑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칭기스칸의 사후 그의 후계자들이 그들의 입장에서 일종의 목적을 갖고 기록한 역사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비교적 연대가 오래된 역사서는 기록자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보지않고 너무 너그럽게 지나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먼저 읽은 후 뒤늦게 관심을 가져서 김형수 작가님의 소설 <조드>를 읽기 시작했다. 전에도 몇 달마다 테마를 정해서 한 지역의 역사를 대중역사서, 역사 소설, 전문서 등으로 접근하여 줄창 읽어대긴 했지만, 이 번 <몽골비사>를 통한 인연과 개안에는 특히 감사한 기분이다. 

참, 혹시나 이 책을 읽으실 분은, 그 두께에 지레 놀라지 말도록. 책의 절반은 국어번역본이고, 절반은 로마자 전사본 원본이다. 나처럼 취미로 읽는 평범한 독자는 딱 반만 읽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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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민속기행
장장식 지음 / 자우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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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몽골 관련 책들을 읽다가, 역사서에서는 그냥 스쳐가는(예를 들어, <몽골비사>에는 후엘룬이 '델'의 허리띠를 묶고 열심히 자식들을 건사했다고만 나오지 그 의미까지 알려 주지는 않으니까) 몽골인들의 세세한 삶의 모습들을 알고 싶어서 찾아 읽었다. 

몽골의 신앙이나 민속 관련 전문이론서를 보기에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아 기행 형태의 보고서로 골라 읽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저자분이 직접 답사하시고 사진 기록으로 남긴 내용이 친절하고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1,2장은 몽골 신앙인 샤머니즘을 다루고, 3장은 암각화 등 돌 관련 유적, 유물들을, 4,5장은 몽골인의 생로병사 관혼상제 관련 민간 풍속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전혀 낯설지 않은 내용이 많았다. 우리의 무속과 민속문화와 거의 같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령을 의미하는 '옹고드', 옹고드를 위한 무당의 갑옷인 셈인 무의 '호익'과 샤먼의 북, 칼 등등은 우리 무당의 그것들과 거의 같았다. 어워 신앙은 서낭당 풍속과 비슷했고, 나무에 대한 신앙과 사회주의 시절 소련이 신성한 나무를 베어내게 하자 동티나는 이야기들은 우리나라 일제 시대와 새마을 운동 시기의 일화들과 똑같았다. 암각화와 거꾸로 돌아가는 卍자 상징인 하스도 재미있었고, 제주 하루방과 닮은 석인 조각은 더 깊은 내력을 읽고 싶어졌다. 여근곡의 음기를 누르기 위한 남근석 관련한 이야기도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예전 약탈혼의 흔적이 남은 결혼의례도 흥미로웠다. 5장에서 이러한 전통이 현재 어떻게 변화하며 이어지는가에 대한 부분은 우리의 경우, 식민지와 전쟁, 새마을 운동을 거치지 않았다면 과거 우리의 전통이 지금 어떻게 살아서 계승되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게 만들었다. 과거의 신성한 나무 숭배와 현재 서구의 크리스마스 트리 풍습이 결합된 새해나무와 겨울할아버지 이야기를 읽고나니 더 그랬다. 그외, 수테차이, 몽골씨름 부흐, 나담 축제, 몽골 전통 복장과 아이 작명법 등등 몽골 이해를 도와주는 읽을 거리가 많아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현재 절판이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중고 서적으로 구입, 구비해두어도 좋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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