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만주 자료의 탐색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연구 31
한석정 외 지음 / 동북아역사재단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누군가, 나의 책 읽고 글쓰는 방식을 '맨 땅에 헤딩하기'라고 표현했다. 설마! 나를 어떻게 보고! 나는 절대 맨땅에 하지는 않는다. 나름 지도 보고 여기다 싶은 곳에 찾아가서 한다구.

 

여튼, 이번에는 만주다. 정확히 말해서는 1932년~ 45년까지 존재했던 일본의 괴뢰국 만주국. 그런데 어디를 어떻게 들이받아야할지 몰라서 이 책부터 지도 겸 나침반으로 찾아 읽었다. 이 책은 만주 연구자들을 위한 간략하고도 충실한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현재까지 만주국 관련 연구 역사와 자료, 자료가 소장된 도서관 등 각종 기관 소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만주 뿐만 아니라 간도 연구사도 있다. 각 챕터마다 관련 역사가 짧게 요약되어 있어서 그 대목만 읽어도 반복 학습이 저절로 된다. 만주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소장하고 체크해가며 두고두고 볼 만한 책이다.

 

그러나 만주는 소멸을 거부하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동북아의 현재를 담고 있는 블랙박스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남북한의 영도 세력을 잉태한 지평이기도 하다. 1930년대 관동군에 의한 만주의 경제개발은 전후 한국의 개발국가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만주국은 총력전 체제, 통제경제, 산업, 건축, 도시계획, 박물관 경영 등에서 일본 근대의 실험장이었다. 전후에 만주 인맥은 일본 보수정치의 한 축을 형성했고, 이 세력은 1965년 한일 국교 수립과 그 이후 양국의 유착에 막후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나아가 만주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 시대에 강대국들이 우방에 행사하던 통치방식과 동북아의 권위주의적 개발국가의 모델이 되었다.

- 17 ~ 18쪽에서 인용

 

책을 읽으며 기본적인 만주국 관련 사항 습득 외에, 내 좁은 상식에서 벗어나 사고를 전환시키는 경험을 몇 가지 했다. 1930년대 만주붐이 일었을때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관문은 블라디보스톡이나 신의주가 아니라 부산이었다는 것. 만주국 해체 이후 월남한 실업가들이 만주국 방식의 선진 공업기술로 부산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는 것, 만주국 농업 정책 관련 자료는 홋카이도대에 많다는 것, 만주국은 군인이나 정치가, 관료들 외에 음악가 영화인 등 예술인들에게도 기회의 땅이었다는 것, 동인도회사의 역할을 한 만주철도주식회사 등등,,,, 정말 역사서 읽다보면 관련 지식이 느는 것보다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더 큰 이득인 것 같다. 넘넘 재미있다. 오랫만에 역사서 읽으니 저절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줄줄 흐른다.

 

침 닦고 일단, 이 책 뒤편에 소개된 자료들을 찾아보자. 그런데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대만 각지에 소장된 자료들은 어떻게 찾아 보러 다니나?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해야 하나? 비용은? 아아, 슬프다. 일단 눈물을 훔치고,  현재 우리나라 만주사 연구 권위자인 동아대 한석정 교수 스토킹부터 하기로 한다. 맨땅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헤딩.

 

이어서, 발췌독한 책들 :

<만주 그 땅, 사람 그리고 역사> - 만주라는 공간의 역사를 청동기시대부터 설명.
<만주국의 탄생과 유산> - 경제개발과 농업 위주 보기 좋음
<키메라 만주국의 초상> - 일제 괴뢰국으로서의 성격 확인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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