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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귀하는 지금 제목에 낚이어 들어오셨습니다...어쨌든 환영합니다....ㅋㅋ)
사회자: 오늘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사회학자로 명망이 높고, 유쾌하면서도 대단히 박식하고 열정이 많으신 피터 버거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책을 내셨는데요. 부제가 피터 버거의 지적모험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책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할까 합니다. 책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야기와 유머와 위트가 숨어 있던데... 자연발생적 정서인가요? 아니면 구호나 이데올로기에 편중된 사회학과 정량적 방법에 적합한 현상에만 치중하는 사회학과 거리를 둔 선생님 만의 접근방식인가요? (피터 버거 웃음) 사실 살다가 보면 뜻하지 않게 찾아드는 일들이 새로운 길이 되기도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셨다고 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피터 버거: 사실 사회학이라고 하면 다들 따분하고 어렵다고들 알고 있죠, 조금전 사회자님이 말씀하신 이유 때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사회학은 '인문학'(혹은 정신과학)의 하나로 역사와 철학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이 갖는 직관적 통찰력과 밀접하다는 것입니다.(p33) 그래서 우리 삶과 멀리 떨어진 학문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두 가지를 염두해 뒀죠. 하나는 사회학이 학대와 억압을 정당화하는 신화들의 정체를 폭로함으로써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사회학은 인문학과 하나라는 염두였죠. 제가 어쩌다가 사회학자가 되었을까요?(웃음) 바로 착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뉴욕에 정착했는데 갓 열여덟이 된 저는 종교적 열정에 불타고 있었어요. 루터파 목사가 되고 싶었지만 천직이 될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왔고 미국사회를 더 잘고 싶은 마음에 이 길로 뛰어들었지요. 저는 그때 미국 사회학을 배우는 줄만 알았지요. 하하하
사회자: 사회학자가 되기까지의 지적 모험에 스승이나 동지가 되어준 이는 누가 있었을까요?
피터 버거: 우선 세명의 스승을 꼽을 수 있어요. 발자크의 강의를 통해 사회학이란 한 사회 안에서 일어나고 일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자 또 개개인의 가진 동기(그들의 열정과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비롯한)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을 가르쳐주신 잘로몬 교수와 훗날 사회학자로서의 내 연구, 특히 사회학 이론 관련 연구에 가장 지속적인 영향을 준 쉬츠 교수, 종교학과 막스 베버를 가르친 카를 마이어 교수가 있습니다.(pp22~28) 뒤르캠, 막스베버, 오귀스트 콩트, 포이어 바흐, 미셀 푸코, 자크 데리다, 니체, 인류학자인 리처드 리벤, 바트볼 아카데이미의 창립자인 뮐러, 등 여러 분들이 있죠.
사회자: 네 그렇군요. 사회학에 대한 특정한 접근 방식의 토대를 엿볼 수 있군요. 선생님의 관점이야 말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에 천착하잖아요. 그에 대한 동기가 있었나요?
피터 버거: 사회학이 하나의 학문이라기보다는 의식의 한 형태, 즉 인간 조건을 바라보는 하나의 독특한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학자라면 문서나 공식 발언이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들이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거지요. 저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정의 보다는 협소하고 실질적인 정의를 더 선호했지요. 이론적인 문제에서 경험적인 문제로 옮겨간 것도 그때문이기도 하구요. 초기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주제들인 신앙, 특히 사회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의 신앙과 그 사회적 맥락, 가톨릭과 개신교의 실증적인 차이들, 그리고 그 후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인간주의적인 것들이 있죠. 사형제도, 인종 차별, 동성애 같은 것들이죠. 가령, 아...얘기가 길어지겠군요, 그 내용은 책을 참조하세요. pp.129~ 134 까지를 읽어 보시면 됩니다. (웃음)
사회자:(웃음) 네 그러죠. 선생님은 그러한 경험에 대해 뒤에 '사회학적 관광'이라는 말을 하셨는데요. 생생한 경험이 넓혀주는 통찰을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얻는 통찰보다 훨씬 강한 설득력을 얻는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한때 '가치중립적'이라는 틀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셨는데요. 그 가치중립이 마찰을 일으킨 적은 없었나요? 강의 도중 몇 번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건가요?
피터 버거 : 음, 글쎄요. 항의를 받은 적은 여러 번 있었죠. 저는 근본주의자들을 싫어합니다. 종교에 있어서든 그 어떤 문제든 근본주자들과의 대화는 정말 부질없으니까요.
한 번은 '성 배타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하버드 강의때 여학생들로부터 항의를 받았었죠. 섹스(생물학적 용어) 를 젠더(문법적인 용어)로 대체하는 것 자체가 경험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즉 남자와 여자 사이에 중대한 차이 같은 건 없다고 말하는 거니까요.(p.217) 가령 아이들에게 인권 (the right of man)이라는 말을 가르칠 때 여성을 배제한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과연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잊지 못할 일은 런던 대학에서 강의할 때. "사회학은 분석해서 폭로한다는 차원에서는 급진적이지만, 현실 함축이라는 차원에서는 보수적”이라고 했다가 강의 중단을 초래할 만큼 학생들을 화나게 했었지요. 사실 도덕적으로 예민한 사회과학자라면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본능적으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지요.
사회자: 선생님께서는 급진주의에 대해 비판을 멈추지 않으셨는데요...그러다 중도 우파 쪽으로 옮겨 가셨다가 결국 거기서도 등을 돌렸고 많은 도덕적 문제들에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셨습니다. 본능적이었나요?(웃음)
피터 버거: 네, 거의 본능적이었지요. 하하하 사실 사회학자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 실재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발언하는 사람입니다. 정치가들처럼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안되는 거지요.
사회자: 끝으로 선생님께서는 유머 감각이 다른 현실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셨는데요. 독특한 심리학적, 사회학적 기능이 있다고 하셨는데 불안을 완화해주고 공동체를 한정해주며 이런저런 권위들의 정체를 폭로하는 정치적 무기로 쓰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명랑 사회를 만드는데 유머 감각이 필수 요건이 될 수 있다고 보면 되는 거지요?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회학이 선생님과의 대화로 인해 좀 더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사회학은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이 사회 전체적인 구조에서 어떻게 구성되어지는 지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목소리를 내는데 그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진지함 가운데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아야 하는 유연한 마음과 통찰력. 오늘 '어쩌다' 배우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