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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0일 일요일 새벽 6시 40분, 문을 열고 나오다  

 

 부산문화연구회와 국제신문사에서 주최한 문학기행에 정호승 시인과 함께 했다.
선암사, 순천만 갈대, 김승옥, 정채봉 문학관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고고씽~
 

 

 선암사       

                   선암사로 올라가는 길에  밟고 지나갔던 마른 나뭇잎과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과  돌틈 사이로 쫄졸~쫄졸 흐르던
           시냇물 소리에 귀를 열어 두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조금 쌀쌀한 날
           씨였지만 휭하니 지나는 바람에서는 따뜻하고 구수한 냄새
           가 배어 있었다. 낙엽의 냄새였던가...밥냄새 였던가...
           알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똥통의 냄새였는지도,,,ㅋㅋ

  순천시는 선조대대로 내려온 보탑 뒤에 있는 똥통을 철거하라!

 선암사 그 어여쁜 단풍길 귀퉁이에 걸려 있던 현수막  글귀에 얼마나 웃었던지... 

선암사, 참으로 이쁜 이름이다. 붉게 타는 동백꽃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뭐 어쩌랴~
모든 것은 때와 시절이 있거늘, 붉은 것들이 스러진 자리엔 푸르디 푸른 나뭇잎만 무성하였다. 
대웅전 앞 마당을 어슬렁 거리다  동백나무 아래에 앉아 사진 몇 컷을 찍고,
헐벗은 나무가 바닥에 자기 모습을 그려낸 것을 나는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또한 그림자를 밟고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알까?....그림자를 밟는 순간 나뭇가지의 검은 선들이 자신의 모습에 새겨진다는 것을, 
하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무심히 지나간다.
나무 아래를 오고 가고,,오고 가고.. 그리하여 무수히 남겨졌을 발자국, 수 만 번의 생과 사를 거듭하였을 풀과
날짐승의 퍼덕거림이 저 깊은 곳 어딘가로부터 들려오는 듯, ...그리고 다시 고요함,
풍경소리만 덩그랑 덩그랑 산사의 고요를 깨고 울려 퍼졌다. 아, 나른하게 접어드는 이 적요는 무언가?
선암사는 천 오백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온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천 오백년이라는 시간의 밖에 아니 그 경계에 앉아 안과 밖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머리속을 하얗게 비워두고 멍하니 앉아 눈동자만 굴리고 있었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선암사에서 마련한 명사강의 초청 명단에 있었던 정호승 시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인은 우리 삶에서 시(詩)가 어떤 위로를 주는가로 말문을 여셨다.
자신의 삶에 빗대어 시로 위로 받고, 시로 삶을 성찰하고 시로 깨달음을 얻는 일련의 이야기를 물이 흘러가듯
풀어내셨다. 시를 쓰는 과정 안에 그 모든 것이 들어 있음을 우매한 독자는 뒤늦게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호승 시인은 자신의 시를 나직하게 낭송하고 난뒤 시가 탄생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하셨는데..아, 그분은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는 아니어도..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인팩트 있게~ 적절히 섞인 유머와
여유로움,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을 줄 아는 손길을 가지고 있었다.

                                               

 

 

 

 

 

    

 

       

                                       

 

시는 침묵으로 이루어진다
시는 친절하게 말을 하지 않는다
시는 감추는 것이다.

 

 

시인은 선암사에 대한 각별한 인연과 애정을 드러내셨다. 특히 해우소 기둥에 대해 오랜 시간을 할애 하셨다. 
해우소가 구조적으로(지극히 과학적인!) 잘 지어진 점, 자연 친화적인 점은 차치 하더라도 시인은
 "대소변을 몸 밖으로 버리듯 번뇌와 망상도 미련없이 버리세요." 라는 글귀와 해우소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에 사로잡힌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수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다녀갑니다. 그 오신 분들의 대소변을 온몸으로 다 받아내는 곳이 바로 이 기둥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 마음속에도 해우소 기둥 하나 있다고 생각하자고 말입니다." 

그 순간 아, 올라오던 길에 현수막에서 보았던 똥통을 철거하라는 문구는 시인의 품안에서 거룩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시인은 말했다. 내 인생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가만히 보면 눈물과 그늘로 이루어져 있다. 
'항상 날씨가 좋으면 사막이 되어 버린다.' 는 스페인 속담에서 처럼 항상 좋을 수도 없거니와 좋아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햇볕과 그늘은 동의어라고.....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중학교 교과서 실려 있는 이 시로 중학생들에게 모방시를 짓게 하였더니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시가 있어 시인은
책상 서랍에 보관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돈이 욕심 날때는 가끔 열어 본다고...(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덤비지 말아주세요)

나는 돈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느다
나는 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다발의 돈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돈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ㅇ


 

    

  

 

 

  

000님 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 2011.11.20 정호승

속지에 사인을 그렇게 하셨다. 아 정말 외롭다는 생각., 그리고 갑자기 시를 폭풍집필(?)
하고 싶다는 열망에 불탔다..  

보리밭에 부는 바람처럼, 순천만에 부는 바람처럼 미치도록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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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4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5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1-2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도둑님, 저 대신 가을을 제대로 즐기시고 전해주시네요...
너무 좋은 페이퍼예요. 정호승 시인 정말 멋지시군요. 인용하신 시, 저도 너무 좋아하는 시예요.
어찌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어요?

선암사.... 해우소가 그렇군요. 그 기둥이 사람의 회한을 다 받아낸다는, 아, 뭉클해요.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가을이 다 가버렸군요. ㅠ

꽃도둑 2011-11-25 18:12   좋아요 0 | URL
네 가을을 지대로~~ 즐기고 왔네요. 시인하고의 시간도 좋았지만
선암사의 가을, 순천만의 갈대, 바람, 맛있는 밥,
뭐 그런것들로 인해 더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근데 선암사 해우소 기둥 같은 마음으로 산다는 거 참 어려울지 모르겠어요.
전 어려워요...ㅡ.ㅡ
 

내 사랑 나프탈렌 우리가 처음 만났던
붉은 불빛의 재래식 화장실 기억나니
거기서 만났던 수많은 서정시들 
-친구의 집에 가니 친구는 없고 친구 누나만 자고
내 사랑 나프탈렌 어느 여류시인이 그랬던가
서정시대는 끝났고 지랄같은
포스트모더니즘이구 정신시구
넌 이미 서정시대를 살았더냐
한때 울면서 마음을 터놓지 않았더냐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구나 내사랑 나프탈렌 

(중략) 

수음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고 마침내
무디어진 세정인심에 젖어들 때
문득문득 닳아 없어지는구나 이젠 널 만나서
몸 비빌 곳은 자꾸 없어지고 시는 이미
구원이 아니구나 몰랐더냐 끝난 것을
서정시대만이 아닌 것을 아아 점차 닳아
이젠 보이지 않는구나 내사랑 나프탈렌 

 

     시집'왼쪽 늪에 빠지다'에서 

................................................................................ 

지나간 것에 대한 향수일까, 
소멸하는 것에 대한 애잔함일까, 
나프탈렌에 대한 추억은 수많은 서정시와 함께 했다. 그런데 그 지랄같은 포스트모더니즘은 서정시를
저만큼 밀어내고 시어들을 갈기갈기 풀어헤쳐 놓았다.
아, 그래도 그때가 좋았는데..... 시인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때는 그래도 나프탈렌의 냄새를 맡으며 서로의 살을 부대끼며 살았는데....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나프탈렌 너뿐만 아니고,
서정시 너뿐만 아니고, 

............................................................................ 

다시 시작이다 신간평가단 활동(인문/사회/과학/)!10월은 잡혀진 일정으로 인해 조금 바쁘긴 해도 그까이거~ 뭐 
더 열심히 움직여야지....... 아, 설렌다,. 요 몇 달 동안 책도 제대로 읽지도 못했는데.... 리뷰도 쓰고,,,
서재활동을 이렇게 재미없게 하는 나를 구원해준 알라딘은 복받을겨....^^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다 휭~하니 나가 돌아다니다가 바람쐬러 오는 손님같지만....뭐 암튼 각별한 애정은 있으니까....
몇 몇 사람들.....그리고 주인장....
다시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릴 일만 남았다....^^
안녕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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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9-2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렇군요. 컴백을 축하드립니다.^^ 다시 알라딘의 늪에 빠지셨네요. 종종 리뷰 읽으러 들를께요.
좋은 글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꽃도둑 2011-09-28 17:35   좋아요 0 | URL
늪에 빠지는 일은 행복하고도 괴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고 싶었어요.
자학인가요?....ㅎㅎ

June* 2011-09-2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대문의 사진은 배추걸 !
 10기 , 축하드려요 ^^
 

꽃도둑 2011-09-28 17:38   좋아요 0 | URL
아, 감사드려요. june*님,
배추걸? ㅎㅎㅎㅎㅎㅎㅎㅎ 저 꽃이 배추꽃으로 보이나요?
다시 봤어요..뭘까하고...엉겅퀴 같기도 하고.... 수국 같기도한데,,,
에이~ 배추는 너무 하셨습니다..ㅡ.ㅡ

cyrus 2011-09-2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그래도 신간평가단 활동을 통해서 온라인으로나마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

꽃도둑 2011-09-28 17:38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요....^^
사이러스님이야 특별한 인연이죠...
언제든 환영합니다~~

쉽싸리 2011-09-2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꽃도둑님 신간평가단 복귀'축' ㅋㅎ

꽃도둑 2011-09-28 17:42   좋아요 0 | URL
경축! 현수막도 걸어주시고,,,,몸둘바를 모르겠어요.
그래 너도 알라디너다! 이렇게 힘을 주시는 것 같아 감사드려요..^^

June* 2011-09-2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 그게 아니구요. 저 캐릭 이름이 배추걸이예요.
 네이버 베스트 웹툰에서 종종 봐왔거든요 .. ^^
 

꽃도둑 2011-09-29 13:4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안그래도 네이버가서 배추걸 찾았더니,,,
와우~ 배추걸!!! 깜찍 발랄 귀염,앙증 그 자체더군요..^^
제 출생의 비밀을 알려줘서 고마워요. 이적지 난 내가 누군인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덕분에 정체성을 찾았네요...ㅋㅋ

June* 2011-09-29 16:50   좋아요 0 | URL
 
 정체성을 찾으셨다니 불행 중 다행 (?) 이예요 .. ^^
 웹툰 찾아서 보시면 ... 발랄 귀염 .. 을 능가하는 반전 스토리도
 있어요 ,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세요 ^^
 
 

벤자민과 소철과 관음죽
송사리와 금붕어 올챙이와 개미와 방아깨비와 잠자리
장미와 안개꽃과 튤립과 국화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죽음에 대한 관찰일기를 쓰며
죽음을 신기해하는 아이는 꼬박꼬박 키가 자랐고
죽음의 처참함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아내는 화장술이 늘어가는 삼십대가 되었다 

바람도 태양도 푸른박테리아도
희망도 절망도 욕망도 끈질긴 유혹도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일없나
별일 없어요
행복이란 이런 것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죽음을 집안으로 잔뜩 끌어들이는 것 

어머니도 예수님도
귀머거리 시인도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 

이 시에는 역설이 숨겨져 있다. 특히 2.4연이 참좋다. 행복이란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이라 하지 않는가, 
참으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전에는 몰랐다. 우리집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죽어 나갔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단지 일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인은 그것과 마주쳤다. 능청스러운 삶에서 건져올린 행복에의 이면을 바라보며 삶을 관조한다.
산자와 죽은 자들이 함께 엉키어 나고지고 반복되는 생사의 순환을 집에서도 발견한 것이다.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맛나게 마시고 이튿날 깨달음을 얻은 원효가 아니고서야 
집을 무덤으로 깨닫다니! 

해마다 나는 봄이 되면 고추 모종을 사서 화분에 심어둔다. 간간히 풋고추를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4포기를 사서 햇빛 잘 드는 베란다 한쪽 구석에 놓아두었다. 그동안 무럭무럭 잘 자랐다. 
제법 콩알만한 고추들이 주렁주렁 열려 볼 때마다 흐뭇했다. 그런데 며칠전 물주러 갔다가 이파리에 잔뜩 달라붙은
진드기 무리를 발견한 것이다. 눈을 찔끔 감고 무자비하게 살충제를 뿌려댔다. 
두 세번 그 짓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끈질기에 고추를 괴롭혔다. 거의 폭발적으로 자손을 번식시켜 고춧잎마다 빽빽히 들어차 있었다.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느껴 나는 주저없이 고추를 뿌리 채 뽑아버렸다. 
삶의 터전이 없어지면 저들도 집단폐사 되는 건 시간문제니까... 아,  잠시 번개처럼 스쳐가는 감정의 노란선!
이적지 잘 키운 고추가 아깝다는 생각, 오직 그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 시를 다시 읽게 되었다. 나는 통감했다. 대학살! 그 현장에 내가 있었던 것이다.
이 손으로~ 오오, 전능하신 이 손으로...
그들의 무덤이 된 우리집, 하지만 그들의 존재와 내가 한 짓은 까마득히 잊은 채 하하호호거렸고,
맛나게 커피를 끓여 마셨고, 고추 줄기를 사정없이 꺾어 쓰레기 봉투안에 쑤셔넣었으니...
조금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말이다. 

그동안 그렇게 죽어나간 건 수도 없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달리 그들을 살려 어찌 해보겠다는 건 아니다.
시인의 시선처럼, 시인의 통찰처럼, 나 아닌 것, 오만한 인간 위주의 사고를 뒤틀어 옆을 볼 수 있다는 거, 
삶과 죽음을 두루 살펴 생명에 대한 애정과 찬탄을 드러내는 일은 우리 삶을 다시 반추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거,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거, 그 모오든 능청스러움에 대해.... 
잘 키워보겠다는 순전한 생각에 집으로 얼마나 많이 데려왔는지에 대해.... 그리고 버려지는 가에 대해..
저 있을 자리에  있어야만 했던 그 모오든 것에, 우리 집에 와서 죽은 모오든 것에 대해서 말이다.

자, 이제 묵념을.....

그리고?..... 그만 죽이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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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7-0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홍준이라면,, 분명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저자와 동명이인이겠죠..? ^^;;
제가 한국문학을 즐겨 읽지 않거든요,, ㅎㅎ;;

꽃도둑 2011-07-06 11:53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요 동명이인. 이 분은 시인 유홍준이예요. 저도 맨 처음에 같은 사람인 줄 알고..
와~ 이 분이(나의 문화유산...) 시도 쓰시는구나...그랬는데..아니였어요,
아주 곱상하게 생긴 시인이더군요.

한국문학을 즐겨 읽지 않는다구요? 어, 의외인데요..
다 섭렵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암튼 대단해요 나이 비례, 독서량과 사유의 폭과 넓이는 대단한 거 같아요. 나는 그 나이에 뭐했나 싶어요...ㅡ.ㅡ

맥거핀 2011-07-06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짧은 시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갑니다. 어렸을 때, 집에 강아지를 한 마리 키웠었는데, 어쩌다가 그 강아지가 죽었어요. 어린 마음에 나름 충격을 받고, 그 이후에는 사실 어떠한 것도 제 손으로 키워본 적이 없네요. 화초 같은 것도요. 그렇게 삶과 죽음을 피해왔는데, 시를 읽고 생각해보니, 참 저도 여러가지를 죽이고 산 것 같아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가의 가르침대로, 모든 생명의 태어남에는 다 업이 있고, 이유가 있을테지요..

꽃도둑 2011-07-06 12:31   좋아요 0 | URL
우리 집에도 아주 구여운! 강아지가 있답니다..
상처를 딛고 서는 방법 중 하나인 동종요법이라고 해야하나?...강아지를 또다시 키우면서
사랑을 나누며 교감하는 건 어떨까요?...

물론 서로 사랑을 다하는 가운데 맞는 죽음은 그야말로 저 있을 자리에 있는 거 아닐까 싶은데...
...맥거핀님, 그림 바뀌었네요?..자전거 타고 고고씽?!

맥거핀 2011-07-07 00:49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너무 오래된 거 같아서 제가 좋아하는 다르덴 형제 영화 포스터로 바꿔봤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7-06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드기 대학살, 저도 그저께 했습니다.
제 나무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만, 여하간 무엇을 죽인다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죽음이란......... 진짜 곁에 있는거 맞네요. 평생 달고 살다가, 저와 함께 가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운데다, 문재인의 운명을 읽으니... 어쩐지 담담해져버립니다. ^^

꽃도둑 2011-07-07 13:5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썩 내키지 않는 일이죠...이 시는 웃다가도 숙연해지고,,그러다 담담해진 시에요.

저는 아직 [운명] 읽지 못했어요. 마음은 가는데 요즘은 책 읽을 시간 내기가 좀 힘들어요.
짦은 시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마고님은 열정과 정열이 넘치는 거 같아요.
부럽삼~~~~~~~~~


맥거핀 2011-09-0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남겨주신 안부댓글 보고 들렀습니다. 근데, 무슨 안부댓글이 이렇게 쓸쓸하나요..눈물납니다. (농담입니다.^^;) 나중에 서평단 한 번 하세요. 아무래도 푸쉬가 있어야 글을 쓰시는 타입 같습니다.^^ 꽃도둑님도 잘 지내시나요? 저는 글은 자주 못 써도, 그래도 하루에 한번은 들러서, 다른분들 글이라도 좀 읽어보려구요. 여러 커뮤니티들이 있지만, 알라딘은 그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뭐라, 설명하기 어려운..)가 있어서 좋습니다. 이제 정말 여름이 거의 가는 것 같은데,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시간나면 좋은 시라도 한 편 추천해주세요~.

꽃도둑 2011-09-06 12:10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죠... 저에 대해서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시간적 여유가 되면 평가단 신청해보려구요,, 지금은 달리 벌여놓은 일이 있어서요.
맥거핀 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다음에 또 뵈요~~
 

나무와
나무 사이 건너는 

이름도 모르는
바람 같아서 

가지와
가지 사이 건너며 

슬쩍 하늘의 초승달
하나만 남겨두는
새와 같아서 

나는 당신을
붙들어 매는
울음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한 번 떠나간
나루터의
낡은 배가 될 수 없습니다 

................................................................... 

이런 마음에 한동안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시울이 불거지도록 몰래 흐느껴 본 사람,
컴컴한 곳에 앉아 멍하니 불켜진 창과 가로등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시간을 떠올려 본 사람이라면 
이 시가 가슴 아리게 다가설 것이다. 

시인이 향한 누군가에 대한 마음,....절대 고독을 느끼게 한다.
나는 당신을 향하고 있지만 당신은 나무와 나무 사이 건너는 바람 같아서,  
슬쩍 초승달 하나만 남겨주는 새와 같아서,
이제 당신을 잡아둘 수 없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마음이란 서로를 이어주는 가슴 속의 길이다.
그 마음이 나루터에 낡은 배만 덩그라니 남겨두는 것 같은 그런,
쓸쓸한 풍경은  나 역시도 싫다. 

소통할 수 없는,
이쪽과 저쪽 사이에 강이 흐르는  그 마음에,
이제 울음마저 거두려 하니 부디 그대여 날아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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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1-06-3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참 좋죠?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그런데도 처연해서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비는 좀 그친 것 같은데, 잘 지내시죠?^^

꽃도둑 2011-06-30 16:53   좋아요 0 | URL
시가 깔끔하죠...^^
밤부터 많은 양의 비가 온다고 하네요.
굿바이님도 잘 지내시죠? 저도 그냥그냥... 지내고 있답니다.
장마철에는 사실 다운되기가 쉬운데...
가끔 파란 하늘도 보여주니 그게 위안이 되네요...^^

cyrus 2011-06-30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참 좋아요, 문득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이 연상되네요. 요즘 잘 지내시죠? ^^

꽃도둑 2011-06-30 17:02   좋아요 0 | URL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사이러스님도 그런가요?
아 뒷모습 보니 반갑네요...^^
가끔 놀러 갈게요.

마녀고양이 2011-07-0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곽재구 님의 글은 정말 여백이 가득해요.
잔잔하고 여유로우면서도 치열한,, 저는 곽재구 시인을 참 좋아해요.

누구를 날려보내시려구요??

꽃도둑 2011-07-02 10: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날려보낼 사람 많죠 뭐,
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 죄다 뻥!~~
 

꽃들을 다 그리고도 남는 꽃들
나비가 앉았다 간 뒤에도 마저 흔들리는 나비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애벌레가 기어오르다가 슬몃 흘리고 간 애벌레
바람이 핥고 가고 햇볕이 남김없이
빨아들이고도 남는 햇볕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고
떨어지는 나뭇일;모두가 여기 있고 

아무도 밟지 않은 이 연기를 타고 올라간다
다 자란 뒤에도 더 자라는 뱀이 기어간다 

............................................................................................................. 

여백의 힘인가, 착시현상인가, 잔상인가, 

그대 떠난 자리에 그대가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는 주체의 문제일까? 객체의 문제일까?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노릇,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착각!  

아, 나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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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도둑님, 제가 떠난 자리에도 제가 보일까요?
저도 흔들 흔들... 꽃 가지 위에서 흔들 흔들... 우리 전생에 나비였나봐요?

꽃도둑 2011-07-02 10:26   좋아요 0 | URL
그럼요 보여요.. 오래도록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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