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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어제 저녁 식사후에 친구 여럿이서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서로 많이 먹겠다고 찻숟가락에서 밥숟가락으로 바꾸었고, 푹푹 떠가는 솜씨들이 실로 포크레인 수준들이었다. 공교롭게도 읽고 있는 책 제목이 투게더라니.. 많이 먹겠다고 으르렁대지는 않았지만 숟가락의 크기, 퍼올린 양에 대한 묵인은 쉴새없이 굴리던 눈치보기와 경쟁을 부추기고, 협력을 도모했을 것이다. 여기서 협력이라면 보다 빠른 속도로 능력껏 많이 먹겠다는 서로의 의지를 인정해주었다는 점과 그러한 과정들을 낄낄거리며 즐겼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리처드 세넷은 협력은 시선보다 목소리 실질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입으로 하는, 관념으로 구축된 정치적 사회주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부딪침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투게더]는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스스로 삶을 만드는 존재인 인간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사회학적 상상력 3부작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인]에 이어 펴낸 두 번째 책인 셈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경쟁을 통해서,  종교생활을 통해서, 공동체를 꾸려 협력과 협동을 통해서 얼마든지 다양한 모습이 가능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함께'라는 단어다. 한데 어우러져 섞여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말로써 어떻게 라는 방법론이 그 뒤를 따르게 되어있다. 세넷이 주목한 것은 바로 협력이다,. 협력은 도덕적 의무나 이상적 개념이 아닌 실제적인 기술로 타인에 대한 우리의 반응 능력이다. 인간이 원래 무리지어 살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 조건이나 사회적 본성을 살펴봄으로써 협력이 얼만큼 인간 삶에 중요한 요소인지 살펴보고 있다. 1부에서는 협력의 특징인 연대와 경쟁 의례 등을 살펴봄으로써 협력의 형성을 다루었고 2부에서는 협력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요인인 불평등과 이기적인 자아의 출현과 무례한 노동 공간 등을 살펴보았고 3부에서는 협력을 강화하는 요인들인 건강한 노동현장의 모습과 혐동과 혐력의 공동체를 다루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다. 사회를 이루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간은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었고 그 꿈을 실천으로 옮기기도 했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구두점을 찍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넷의 시야에 처음부터 포착되지 않은 자본주주의는 저만치 밀쳐두자. 세넷이 주목하고 언급한 사실들은 사회주의 실천들인 셈이다. 그것도 구호와 관념이 난무하는 정치적 사회주의가 아닌 관계 속에서 실천되어질 수 있는 사회주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정치적 좌파와 사회적 좌파가 어떻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가를 언급한 부분에서 세넷의 분명한 의도를 읽을 수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르크스적인 정치적 좌파가 아니라 하모니라는 공동체를 세운 오웬과 같은 사회주의가 필요한 것이고, 손으로 몸으로 할 수 있는 정직한 노동과 실천들이 필요한 것임을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건강한 노동과 협력을 통한 평등하고 자유로운 공동체, 이것은 실로 너무나 이상적인 형태다.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고,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회의적인 집단 무의식 속에 빠져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설사 그것이 우리 모두의 꿈이고 바람이어도 현실세계에서 온전히 실현되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투게더]를 읽으면서 어쩌면 저자는 우리 인간이 꾸지 못할 꿈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모두 함께 꾸어보자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기적인 부족주의에서 벗어나 폭넓게 아우르는 인간에 대한 이해, 상상력을 동원하여 모두의 상생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노력하다보면 더불어 사는 좋은 사회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하고 있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고개를 젖고 있을 때, 일단 부딪쳐보자고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무모해보이고.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한 사람들이 가끔 역사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 놓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이상적인 사회상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떠드는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리처드 세넷도 거기에 목소리를 보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말을 우리는 무시할 수가 없다. 일단 경청해야 한다.  분명 어떤 말은 헛소리일 것이고. 어떤 말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말은 다른 누군가와 공통적으로 겹치는 접점이 있기 마련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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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2013-06-0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지일보... 그것은 알고 싶다를 들으면서,
스무살부터 나를 불편하게 했던 문제를 되집어 생각했습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 동시에 느꼈던 불편함.
스팩트럼상 양 극단이면서 지독하게 닮아있는 어떤 한 측면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되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장인의 기예와 협력을 통해서 나아가야 할 미래를 추론해봅니다.

꽃도둑 2013-06-04 11:07   좋아요 0 | URL
스무살부터?...일찍 눈을 뜨셨네요.
난 그 나이에 너무 철이 없었거든요...^^
나밖에 몰랐어요..
그러니 불편한 거라곤 나와 관계되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되는 일에만 영향을 받고 살았어요
사회에 눈을 돌리고 ..거기서 삐걱대는 것들을 듣기 시작하고 보기 시작한 건 글쎄요...
아주 뒤늦게 시작되었죠...
불편함을 느끼고 생각한다는 거...그거 딜레마에 빠지도록 하는 묘약이더군요..
가끔은 그런 감정들이 싫을 때도 있어요...ㅡ.ㅡ

더불어숲 2013-06-0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계에서 서성이는 삶...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