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무 사이 건너는 

이름도 모르는
바람 같아서 

가지와
가지 사이 건너며 

슬쩍 하늘의 초승달
하나만 남겨두는
새와 같아서 

나는 당신을
붙들어 매는
울음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한 번 떠나간
나루터의
낡은 배가 될 수 없습니다 

................................................................... 

이런 마음에 한동안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시울이 불거지도록 몰래 흐느껴 본 사람,
컴컴한 곳에 앉아 멍하니 불켜진 창과 가로등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시간을 떠올려 본 사람이라면 
이 시가 가슴 아리게 다가설 것이다. 

시인이 향한 누군가에 대한 마음,....절대 고독을 느끼게 한다.
나는 당신을 향하고 있지만 당신은 나무와 나무 사이 건너는 바람 같아서,  
슬쩍 초승달 하나만 남겨주는 새와 같아서,
이제 당신을 잡아둘 수 없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마음이란 서로를 이어주는 가슴 속의 길이다.
그 마음이 나루터에 낡은 배만 덩그라니 남겨두는 것 같은 그런,
쓸쓸한 풍경은  나 역시도 싫다. 

소통할 수 없는,
이쪽과 저쪽 사이에 강이 흐르는  그 마음에,
이제 울음마저 거두려 하니 부디 그대여 날아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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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1-06-3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참 좋죠?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그런데도 처연해서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비는 좀 그친 것 같은데, 잘 지내시죠?^^

꽃도둑 2011-06-30 16:53   좋아요 0 | URL
시가 깔끔하죠...^^
밤부터 많은 양의 비가 온다고 하네요.
굿바이님도 잘 지내시죠? 저도 그냥그냥... 지내고 있답니다.
장마철에는 사실 다운되기가 쉬운데...
가끔 파란 하늘도 보여주니 그게 위안이 되네요...^^

cyrus 2011-06-30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참 좋아요, 문득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이 연상되네요. 요즘 잘 지내시죠? ^^

꽃도둑 2011-06-30 17:02   좋아요 0 | URL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사이러스님도 그런가요?
아 뒷모습 보니 반갑네요...^^
가끔 놀러 갈게요.

마녀고양이 2011-07-0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곽재구 님의 글은 정말 여백이 가득해요.
잔잔하고 여유로우면서도 치열한,, 저는 곽재구 시인을 참 좋아해요.

누구를 날려보내시려구요??

꽃도둑 2011-07-02 10: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날려보낼 사람 많죠 뭐,
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 죄다 뻥!~~
 

꽃들을 다 그리고도 남는 꽃들
나비가 앉았다 간 뒤에도 마저 흔들리는 나비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애벌레가 기어오르다가 슬몃 흘리고 간 애벌레
바람이 핥고 가고 햇볕이 남김없이
빨아들이고도 남는 햇볕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고
떨어지는 나뭇일;모두가 여기 있고 

아무도 밟지 않은 이 연기를 타고 올라간다
다 자란 뒤에도 더 자라는 뱀이 기어간다 

............................................................................................................. 

여백의 힘인가, 착시현상인가, 잔상인가, 

그대 떠난 자리에 그대가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는 주체의 문제일까? 객체의 문제일까?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노릇,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착각!  

아, 나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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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도둑님, 제가 떠난 자리에도 제가 보일까요?
저도 흔들 흔들... 꽃 가지 위에서 흔들 흔들... 우리 전생에 나비였나봐요?

꽃도둑 2011-07-02 10:26   좋아요 0 | URL
그럼요 보여요.. 오래도록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담배를 핀다
칠흙 같은 바다의 어둠과 침묵 그리고 소멸하는
시간 속에서 살아오는 허무의 꽃 꿈인지도 모른다 
꿈의 꿈인지도 모른다 몽환의 화려한 꽃불 
꽃가지 언제부터인가 눈에서 키에서 검은
입속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꽃 웃음의 끝 울음의
끝에서 환히 피어오르는 허무의 꽃 가슴 저 끝에
뿌리박은 듯 뻗어 올라 가슴 가득 뒤덮은 능소화
푸른 잎 속에 피어오르는 주황빛 저 꽃. 

.................................................................... 

'능소화' 란 시를 만나고 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늦봄에서 초가을 까지 진초록빛 잎과 가지 끝에 터진 주황빛
꽃송이를 주렁주정 달고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 폼이란! 처음 보고 반한 꽃 중에 하나이다.
능소화는 구중궁궐의 꽃이라 하여 옛중국 정원에서 즐겨 심던 꽃이라 한다. 줄기는 낭창하게 늘어지기는 하나
어디를 휘어감고 오르거나 온전하게 기대어 서 있지 않는다. 도도하게 서서 살짝 팔만 걸쳐둔 폼세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붉은 장미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는 건 왜일까?  

시인은 능소화를 허무의 꽃이라 부른다. 몽환의 화려한 꽃불로 생을 다하는 능소화.
우리의 생도 저러하거늘!!! 
미망에 사로잡혀 화려하게 피어올랐다 이내 사그라지는 허무의. 

능소화는 그야말로 불현듯 만나게 되는 '마주침'과 같은 꽃이다. 
마음 속에 환하게 퍼지는 그리고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돌아서서 후발되는 향기에 코끝이 찡한,
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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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17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소화는 정말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꽃이더군요.
아파트 단지 내 두 곳에서 그 꽃이 피는데, 처음 마주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해요.
위에서 흘러내리는 모습이 정말,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더군요.

맞아요, 마주침의 꽃이란 표현.. 바로 그거예요.

꽃도둑 2011-06-18 12:58   좋아요 0 | URL
아파트 단지 안에 그 꽃이 있단 말에요?...와우~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는 명자꽃이 피는데..명자꽃 ㅋㅋ 촌스럽지만
꽃은 정말 예쁩니다.. 그것도 반했죠,,, 항상 짝사랑만 합니다...ㅜ.ㅜ

2011-06-18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8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캄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휜칠하게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유심, 2010년 5.6월호>

................................................................................................................... 

   아무런 냄새도 맛도 나지 않는 물맛을 알아간다고 말하는 시인, 그 무슨 경지인가?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물맛을 느끼지까지 오래 살고 볼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절로 깨달아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내 것이었던 것들과, 내것이 되고자 했던 것들로부터 손을 놓아 버리고, 그 마음을 놓아 버릴 때 담박하고, 훤칠하게,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걸음걸이의 물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돌아가지 않고 직선으로 내리 꽂히며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는 냉수 한 잔. 

세상은 너무 달짝한 것들로 넘쳐난다. 담백하고 우직한 맛은 설 자리가 없다. 오래도록 깊이 음미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을 밀쳐두고 당장 혀끝에 감기는 맛과 향에 취해서 산다. 우리는.
그래서 이 시는 비단 맛에 관한 것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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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0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당장 혀 끝에 감기는 맛에 취해서
물 맛을 잃어버렸네요. 시원하게 호흡할 수 있는 페이퍼, 넘 좋아요.

저는 요즘 상념을 멈출 수 있는 페이퍼가 젤 좋아요.
상념이 하루종일 머리 터지게 떠다니고 있거든요. ㅠㅠ

꽃도둑 2011-06-02 12:52   좋아요 0 | URL
머리 터지면 그 파편 제가 다 주워담을 거에요...ㅋㅋ
신호로 알려줘요~

저도 이제 조금씩 페이퍼에 재미를 좀 붙여볼까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뭐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래서 시를 앞세워,,,,^^

굿바이 2011-06-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훤칠한 물맛! 오만가지 기억을 다 끄집어내 그런 물맛을 내가 알고 있는지 생각해봤어요.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담박하고, 훤칠하고,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뭔가를 저도 열심히 익혀야겠습니다. 몰골은 허름해도 꽤 근사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꽃도둑 2011-06-02 16:25   좋아요 0 | URL
그쵸? 사람도 훤칠한 물맛 같은 사람이 있어요. 씹으면 씹을 수록 맛이 나는 사람.
우리 그런 물맛 같은 사람 되자구요!!!
 
8기 활동 종료 페이퍼

 





 



 

 

 

 

 

 

 1.위 세권은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좋았던 3권이다.  

뭐 굳이 순위를 매겨 본다면  
 

1. 나는 왜 쓰는가 

2.반자본 발전사전 

3.진보집권플랜 

4. 리영희평전

5.촘스키와 푸코, 인간 본성을 말하다 

6.사유의 악보 

7.도스또예프스끼 평전 

8. 책을 읽을 자유 

9. 대칭 

10. 왜 도덕인가 

11. 바다 

12.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1). 읽기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던 최강의 책: 사유의 악보 

2).가장 재미없고 지루했던 최악의 책: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3 ).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사유의 악보(시한폭탄 안겨 고통 받게 하기,,,ㅋㅋ)

4). 책하고 담 쌓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시선 끄는 책표지, 부담감 주지 않는 책 두께, 누구나 읽으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그림들)

 *이 모오든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고도 동물적 감각으로 혹은 취향으로 쏠려 있음을 밝힙니다. 

 2. 신간평가단에 건의 하고픈 말: 영원하라~~~~~~!!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다들 수고많으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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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3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저는 아직도 못 읽었어요.. 저 책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두,, 그래서 신간 평가단을 지원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답니다.
된다는 보장두 없지만서도 혹시나 된다면, 억지로라도 좋은 책을 읽을까 싶어서요. ㅠㅠ
꼭 읽어야지 싶은데, 아직도 언제 읽을지 모르는... 어쩜 조아여~ 에그에그

꽃도둑 2011-04-30 13:15   좋아요 0 | URL
신간평가단 지원요? 오노~~ 서재활동 열심히 하시는데...저 같은 사람들에게 양보하시고,,,,^^
전 이제 신간평가단도 끝나고 했으니...한 달에 한 번? 아니 두 세번? 글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동기가 있어야 엔진 가동해서 달리는 성격이라... 이벤트를 노려봐야죠...ㅋㅋ 또 다음 기수 때도..

사실 즐찾 하시고 어쩌다 들어와 보시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다 생기네요, 전엔 안그랬는데...
아~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서재살이.. 굳이 비교하자면 마고님 서재는 북적북적 항상 활기넘치는
시장통 같고요 제 서재는 일년에 서너 번 서는 계절 장터 같아요...ㅡ.ㅡ;(이게 성격따라 가는 것 같아욤,,마고님 가끔 부럽삼~~)

람혼 2011-05-0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시한폭탄! ^^ 왠지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기이한 이중의 마음이 드는데요...! ^^

꽃도둑 2011-05-04 11:35   좋아요 0 | URL
기이한 이중의 마음! 그것 또한 독자가 경험하는 바입니다. 사유의 악보를 안고 아마도 자폭한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ㅎㅎ 저는 누군가에게 패스한 상태라서... 안전해졌지용,,,^^

맥거핀 2011-05-0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베스트 3에 두 권이 겹치시는군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글 자주 보여주세요.^^

꽃도둑 2011-05-04 11:36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바로 달려갑니다 휘리릭~~!!

굿바이 2011-05-0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것도 해야 하는군요ㅡㅡ;
저도 다음 평가단은 신청하지 않았지만, 여튼 꽃도둑님 글 자주 남겨주세요~

꽃도둑 2011-05-04 17:42   좋아요 0 | URL
앗, 그럼요 그런 것도 해야죠,,,벌써 잊으셨나요?..ㅋㅋ
언능언능 하세요. 보러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