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gsticks and Harold and the Incredible Journey: Candlewick Sparks (Paperback)
Milway, Alex / Candlewick Press (MA)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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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공포로 공공도서관도 임시 휴관하고, 평소 자주 찾던 미술관이며 극장 가기도 꺼려지는 요즘, 책이 가장 큰 오락거리입니다. 누군가가 도서관 반납카트에 올려놓은 책을 덥썩 집어왔는데 Nice Choice! "incredible"여행이라는 부제처럼, 재미있기가 Incredible합니다.  첫 권 읽자마자 바로 다음 권들을 도서관 희망도서에 신청해놓았습니다. 


유투브 검색해보니 작가 Alex Milway는 젊은이군요. 작가가 투영되어 있는지, 이 시리즈의 두 주인공, 돼지 Pigsticks과 햄스터Harold 역시 젊은 혈기에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엉뚱하고 충동적이지만 실행력 있는 주인(고용주) Pigsticks와 약간 아둔하지만 충실한 부하(짐꾼) Harold라는 짝패는 [돈키호테]등 많은 문학작품에서 보아온 조합입니다. 익숙한데도 전혀 진부하지가 않네요. 


우선 여행의 동기면에서 차별됩니다. 

Pigsticks는 혈통있는 집안 출신인데, 업적을 세웠던 조상들과 달리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조상들을 넘어서는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도전거리를 모색하던 중 '모험가'로서 'the End of the World'에 닿아보고자 결심합니다.  '살아 돌아옴'으로써 조상보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생각했죠.(맞아요! 생존 자체가 최고의 성과입니다!) 조상님은 모험에서 살아오지 못했거든요. 문제는, 모험가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짐들을 대신 날라줄 수행원이 필요데요, 많은 후보자를 인터뷰해봤지만 흡족하지 않습니다. 그냥 단독 모험가로 출발하기로 결심한 Pigsticks앞에, 햄스터가 나타났습니다. 힘도 세고 정직한 Harold입니다.




정작 모험의 동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일상을 살고 싶어하는 Harold를 거의 반 강제 설득한 Pigsticks은 Harold에게 배낭을 짊어매게 합니다. 케이크 1개, 2개, 나중에는 3개로 늘려, 협상을 잽싸게 마무리했거든요. 이쯤해서 불공정에 예민한 독자라면 살짝 기분이 안 좋아지는데요. 


예를 들어


맨 몸으로 가볍게 달랑달랑 걸음을 옮기는 Pigsticks가 너무 재밌고 신이 나서 숨이 안 쉬어진다고 할 때, 그의 짐을 다 짊어진 짐꾼 Harold 역시 숨쉬기 어려워하는데요. 다른 이유에서 입니다. 정글의 아나콘다에게 몸통죄임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장면, 상상이 되시나요?


"This is wonderful!" said Pigsticks. "I can hardly breathe for all the fun I'm having"


Harold was also struggling to breathe, but he wasn't having quite so much fun.


본문 34쪽




여행이라고는 해변 놀러가 본게 전부인 햄스터 Harold가 정글을 통과하고, 사막을 건너 높은 산에 오르려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무지막지하게 무거운 짐까지 지고요. 힘들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Harold에게  Pigsticks는 "임무 완수 후 케이크"로 꼬셔댑니다. 슬슬 화가 치미네요. 요거 이기적 얌체 캐릭터 아냐?



다행히, 주인공 Pigsticks도 그렇게 몰염치한 캐릭터가 아님을 알게해주는 씬이 등장합니다. 굶주린 염소 한 떼에 둘러쌓여 있는 위기의 순간, Pigsticks가 Harold를 들러 엎고 날쌔게 달려 도망치는 씬이 바로 그것이지요. 아, 돼지가 햄스터에세 의리를 보이는구나! 하지만 효력은 없었어요. 염소들은 너무나 배가 고파서 끝까지 이 두 초짜 모험가를 따라 왔거든요. 


마지막 페이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보여주듯 두 모험가는 안전하게 마을로 돌아왔어요. 줄거리는 사실상, 별 새로울 내용 없는데, 이 책이 정말 재미있는 이유는, 대사의 묘미가 있어요. 드러내놓지 않고 웃기거든요.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직접 읽어봐야 은근히 웃긴, 그 대사의 맛을 느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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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 명문 사립 고등학교의 새로운 엘리트 만들기
셰이머스 라만 칸 지음, 강예은 옮김 / 후마니타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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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서를 읽는 중간에  "역자후기"를 일부러 찾아 읽기는 처음이다. 그 정도로 [특권]의 번역은 충실하다는 칭송으로 모자랄 만큼 헌신적 책임감과 체화된 경험이 반영되어 있었다.번역자 "강예은?" 도대체 어떤 이? 현재 영화 관련 일을 한다는데 사회학 책에 이토록 멋들어진 역자주석을 더하며 독자의 이해를 친절히 돕는가? 




아니나 다를까, 촉이 맞았다. 번역자 "강예은" 역시,  [특권]의 저자인 셰이머스 라마 칸과 적어도 반쯤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저자는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2세대로서 의사인 아버지 덕택에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다.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이 높은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모르겠으나 피부색이 더 밝은 동문들이 많이 가는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일부러 가지 않았다. 강예은은 한국, 미국, 영국을 오가며 교육을 받았고 영국 캠브리지 시의 명문 고등학교의 거의 유일한 동양인 "여자애"로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 섬, 전용비행기, 별장, 극도로 부유한 친구들 사이에서 홈스테이를 하던 동양 "여자애"로서 강예은은 [특권]을 빠져들 듯 읽어내렸나보다. 이후, 고맙게도 2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쏟아준 덕분에   한국의 독자들도 매끈한 문장의 한국어로 사회학책을 읽는다. 



저자는 사회학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모교인 세인트 폴에 교사 자격으로 1년간 머무르며 그곳의 교직원, 학생 등과 밀접 접촉을 하며 자료를 모았다. Waquant이 [Body and Soul]에서 시도한 "carnal Sociology'인 셈이다. 후기에서 저자가 고백하는 데 처음에는 거리두기를 하며 '객관(?)'적 시야를 확보하려 했단다. 당연, 안 먹히지!  전략 수정. 소위 Ice Breaking하고 나중에는 이왕 내부자였던 거 더 확실하게 그 안으로 들어가본다.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발꼬랑내 나니 신발 벗지 말라"고 농담도 해가면서. 그러나 나는 저자에게서 본인 스스로 자기규율에 엄격하고 학문에 대한 드높은 이상이 분명한 "세인트폴 졸업생"을 보기도 한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스피노자의 원서 대신 위키피디아 등 구글링을 새로운 공부기법으로 활용했다는 게 격분했다는 고백에서 이는 더 두드러졌다. 


대중적 글쓰기와 학문적 성취 두 토끼 다 잡은 듯 보이는, 에릭 클라이넨버그나 수디르 벤카테시의 저작에 비하면 셰이머스 라마 칸은 글은 도리어 쉽게 읽힌다. 1장을 두 번 정도 정독하기 권한다. 이후 2장부터는 세인트 폴에서의 일화들을 드라마 씬처럼 묘사하고 분석을 더하는 방식의 글쓰기가 이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1장이 이 책의 핵심이 압축되어 있다. 1993년-1995년 본인이 고등학생 때 세인트폴에서 경험했던 것은 구엘리트의 오만한 특권의식(배타성, 구별짓기)였다. 이에 비해, 10년 뒤 같은 교육기관에서 저자가 만난 아이들은 신엘리트, 특권을 편안하게 여기며 "능력주의" 패러다임아래, 자신의 특권이 성취라고 믿는 아이들이었다. 저자의 관심은 "정형화된 불평등이 어떻게 능력주의 안에서 유지되고 은폐되는지(80)," 즉 미국 사회에서 개방성과 불평등이 같이 높아지는 이중적 변화이다. 그럼으로써, 결집하여 맞싸울 대상은 녹는 눈처럼 불평등의 지면 아래로 스며들어 버린다. 결집의 유인이 없어지고, 능력주의 패러임에 뼈속까지 세뇌된 사람들은 노력해도 두 발 딛고 설 수 없는게 자기 근육이 물러서라고 자책한다. 눈처럼 녹아 스며든 문제는 땅을 축축하게 만들어, 어떤 이들에게는 늪이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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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니컬 아트 그 꽃 - 계절을 걷다
김은정 외 지음 / 아이생각(디지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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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섬세하게 그리는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프롤로그 중에서]


"세밀화"라고 알아온 장르, "보타니컬 아트"라 칭했다. 게다가 "Botanical Artists"에 "Korean Botanical Artists Association"도 있다. [보타니컬 아트 그 꽃]이라는 책 덕분에 처음 배운 몇 가지 사실이다. 이 협회 소속 대표 작가인 김은정, 김지영, 이영숙, 최지연이 의기투합하여 낸 이 책은 꽃을 사랑하는 이들뿐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꽃의 기록을 남기고 싶은 이들이 환영할 책이다. 일종의 텍스트북으로서의 기초적 지식전달에 더해, 실전할 수 있는 활동지의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춘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프롤로그" 파트에서는 식물관찰하고 기록하는 방법, 식물그림에 필요한 도구 및 재료와 그 관리법, 마지막으로 보타닉 아트의 다양한 접근법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소개한다. 




이어 실전 연습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변화에 따라 이어진다. 예를 들어 봄꽃에는 진달래, 목련, 개나리, 애기똥풀 등 봄을 대표하는 꽃의 리스트가 올라있다. 각 꽃마다 학명, 그 꽃의 매력 및 특징,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 꽃을 그리는 데 필요한 색 차트 분석이 이뤄진다.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해당 꽃을 그려내고 주의사항이 무엇인지도 깔끔하되 자세하게 정리해준다. 


나는 실은 [보타니컬 아트 그 꽃], 꽃 소개마다 등장하는 색 차트에 마음을 빼앗겼다. 사물을 인지할 때 그 대상의 주조색이 무엇인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관심 두어본 적도 없었던지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무척 새롭게 느껴졌다. 미술 비전공자로서 '척보면 착'하고 알 수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겠지만, 사물 구성의 색차트 뽑기 작업 굉장히 유용해 보인다. 






작가분들이 보타닉 아트하기 좋은 재료들을 각각 소개해주었는데, 내겐 오직 색연필뿐이다. 소심해서 따라 칠하기만 해도 손이 부들부들. 마음으로 그려야하는데 마음에 조바심이 가득하다. 수련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여백을 채우다 보면 봄날의 진달래가 내 손 끝에서 화사하게 펴겠지. 일기 대신 일주일에 꽃 한 개씩 완성하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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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얼라이브 - 남자를 살아내다
토머스 페이지 맥비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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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번 후회해 봤다. 일기장 구석구석을 오려낸 듯한 내밀한 문장들을 묶어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공개한 작가들을 은근히 비아냥거리고는 후회했다. '작가를 질투했니? 정작 책 한 권 쓸 깜냥 없으면서?' 비아냥을 자책하다 보면, 그 작가에게서 내 성향을 본다. '자기성찰성'으로 포장한 예민함, 사소한 순간에서 의미를 증폭시켜내고 주위 사람들도 같이 같은 방향 봐주기 종용하는 중심성. 그래서인지, 비슷한 성향 작가의 책을 읽으면 푹 빠지는 만큼 읽고 나서 그 책 표지를 유난히 매몰차게 덮는다. 


       


<Man Alive> 역시 비슷하다. 일단 시작했으니 100m 결승점을 찍겠다는 듯 내달려 읽었다. 독자 역시 엄청난 정신력 소모를 하게 하는 지독한 자기탐색의 책이다. 


토머스 페이지 맥비Thomas Page McBee가 썼다. 이름이 긴 데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Page"라는 여자로 살아왔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Thomas라는 이름을 쓴다. "Twin"을 의미하기에 일부러 고른 이름이란다. 몸과 정체성이 쪼개지는 듯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과거의 자신, 자신을 쪼갠 아버지와의 관계, 예전의 자신과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는 수술 이후의 자신을 연속선에서 같이 품어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 같기도 하다. 


https://youtu.be/-i_30LFk5bc



<Man Alive>의 한국어판 부제는 "남자를 살아내다"인데, 원서 부제는 "A True Story of Violence, Forgiveness and Becoming a Man"이다. 그 삶을 살아보지 못한 독자로서 책을 다 읽고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 역시 "용서"였다. 맥피는 자신의 삶을 다르게 만들어버린 어떤 이를 이해하려고 무진 노력한다. '왜 그랬을까? 그에게 다른 면이 있지?'를 확인하고 싶어 친척집을 찾아 가문의 역사를 뒤질 정도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DNA검사를 통해 친부(biological paternity) 아님이 밝혀졌을 때도 여전히 연결성을 찾는다. 용서를 비는 아버지 앞에서 아무 말 않는 대신 속으로 말을 삼켰다. "나는 나보다 작은 것에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가 아니다." 이제는 늙고 초라해진 가해자(?), 아버지를 무시하는 말이 아니다. 맥피가 다른 경지의 화해, 용서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트라우마가 그의 삶을 참 많이도 바꿔놨구나를 다시 상기시키기에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이다. 




"나는 나보다 작은 것에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가 아니다."만큼이나 울림 준 문장이 있었는데 맥피의 파트너가 한 말이다. 법적 이름뿐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급변하는 파트너, 다리털이 무성해지고 체취도 달라지고 이두박근 삼두박근 근육이 솟아나는 파트너에게 딱 지킬 수 있는만큼 약속한다. 


"난, 네가 너로 살아가는 데 결코 방해가 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다른 건 전혀 약속할 수 없어."


So Cool! 그대들, 멋져 버렸어! 


그 어떤 보증수표 남발하는 약속보다 "약속 할 수 없어"라는 이 말이 든든하게 들린다. 

이 책은 진정 부제, "A True Story of Violence, Forgiveness and Becoming a Man," 용서와 변화,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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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흠 찾기는 쉬운데, 제 흠은 안 보였나 보다. 

[아키시]라는 그래픽 노블을 집에 들여와서, 휘리릭 맛 보기를 하면서 '아프리카의 가난, 인권 그런 얘기겠구나' 속단했다.

한 방 제대로 먹었다. 아키시는 밝디 밝고 귀여운 아이이며,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딴 이 그래픽 노블은 자연스러운 일상, 어린이다운 상상, 독특한 아프리카식 유머가 가득했다. 한 마디로, 유쾌한 작품이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삶에 지친,' '소외된' 그런 이야기가 전혀 아니었는데!

"아프리카"를 뭉뚱그려 '검은 대륙,' '고통, 가난, 지체,' 등의 이미지로 타자화시켜온 그 숱한 시선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 안의 통제 안된 편견이 그냥 치고 올라왔을 때, 나는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고백하는 것도 고개 숙여 사과하는 한 방식이다. 



아키시의 저자, 마르그리트 아브에는 서아프리카 코르디부아르 태생이다. 열두 살에 파리로 와서 유학 생활을 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요푸공의 아야>로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수상했고, <아키시>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았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이야기의 배경은 서아프리카이며, 주인공 역시 아프리카 소녀인데 보통 깜찍하지가 않다.

족히 천 권 이상 그림책을 보아왔다고 자부하는데도 <아키시>처럼 독특한 개성의 책은 처음 만나본다. 어쩌면 내가 무지해서 미처 상상 못 해본 세계의 이야기인지라 새로운 것인데, 마치 작품 자체가 무척 개성적인 것처럼 돌려 말하는지도 모른다. 아키시는 그냥 귀여운 소녀, 친구 욕심 많고 칭찬받고 싶고 대장 되고 싶은 아이인데, 나는 자꾸 '아프리카 소녀'를 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유난히도 '주술'로서 불임을 치료하는 장면이나, 말라리아를 앓다가 꾼 꿈을 판타지 영화처럼 풀어낸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것을 보면 나는 <아키시>에서 이국적인 것, 내 경험 세계에서 흔히 보지 못한 것들만 보려 하고 또 찾아낸지도 모르겠다. 반성한 척하면서 일도 반성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저나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의 이야기는 혼자 보기 아깝다. 나 같은 어른보다도 아키시 또래의 어린아이들이 많이 찾아주었으면 한다. 작가 마르그리트 아부에가 어린 시절 대륙을 건너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면서도 작가의 꿈을 꾸고 또 실현한 점도 진심 응원한다. 아키시의 다른 시리즈를 찾아 읽는 것으로 응원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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