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을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읽으면
새삼 새롭게 보이고 느껴지고 다가오는
생각과 감정들이 있다.
요즘 어린이를 독자로 삼고 나오는 동화책들을 읽어도
유사한 감정과 경험을 하곤 한다.
읽어주는 동화책을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고 있는 아이와,
읽고 있는 어른에게 스며드는 동화책의 무게는
늘 같지는 않다.
어른이 동화를 다시/새롭게 읽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새로 나온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는,
분류는 유아 그림책/어린이 문학이지만
대상은 아무래도 어른이 더 노린(?) 것 같다.

책의 주요 인물은 어른 1명과 아이 1명이다.
어른은 어른답게 평범한 출근을 하고 있다.

단지,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라면
직장에 사장님보다 일찍 도착했다는 것과
그래서 좀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과
다가온 어린이 손님의 오목 렌즈같은 요청을 받았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를 그려줄 수 있나요.
대개의 경우 동화책에서 주인공인
어른 또는 아이는
어떤 일을 겪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하는
주체적인 입장인데
이 책에서는 주인공인
어른 또는 아이 모두,
상대방의 반응과 말을 기다렸다가
그에 맞추어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어른은
처음에는 아이의 수줍은 요청이었던 것인 줄 만 알았는데
의외로 견고하고 완강하며 모호한 요청임을 깨닫게 된다.

이때 책을 좀 읽은 어른 독자는
'어린왕자 트릭을 써!' 라고 생각할 것이고
동화책도 역시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진행된다마는...


그 트릭은 이미 널리 알려져 버린 것.
이제 이 난관을 어찌 해결하나?
이런 저런 새를 열심히 그려보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
어쩌면 좋을까?
그냥 포기해버리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아이의 관심을 돌려버리나?
겉표지를 얇게 감은 트레이싱지를 벗기면


가려져 있던 모습이 나온다.
혹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깨닫고 있지 못했던,
아주 얇고 슬며시 비춰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의 아우라를 갖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겠다.
이것이 동화책을 읽는 묘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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