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치킨 Spring Chicken - 똥배 나온 저널리스트의 노화 탈출 탐사기
빌 기퍼드 지음, 이병무 옮김 / 다반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PRING CHICKEN 스프링 치킨

 


 

20150720_094439.jpg

 

 

수유기의 여성을 연상시키는 가슴을 한 중년의 남성이 뱃살을 드러내놓은 채 신문을 펼쳐 들고 있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새파란 표지에 그려진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는 "똥배 나온 저널리스트의 노화 탈출 탐사기," 원제는 Spring Chicken: Stay Young Forever (Or Die Trying)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통통 튀는 표지야말로 책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잘 드러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예비 독자의 오해부터 풀고 시작하자. 부제와는 달리 이 책의 저자 "빌 기퍼드(Bill Gifford)"는 똥배는 살짝 나왔을지언정, 상당히 젊어 보이는 외모의 중년 남성이다. 노화라는 천천히 가라앉는 타이타닉호에서 필사적으로 탈출 구명정을 찾을만큼 늙지 않았다는 말이다. <스프링 치킨>의 여기저지 문구에서 내가 찾은 단서에 따르면, 그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부모님을 둔 효자이며 46세의 독신남이다. 당연히 아내도 자식도 없다. 그래도 '벌거숭이두더지귀'의 사진을 SNS로 전송하며 '송곳니 달린 **스 같다'라는 농담을 주고 받을 여자친구가 있다. "건강하게 80세까지 살고 싶으면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고 싶다면, 그에 알맞은 유전자를 타고날 필요가 있다"(125쪽)는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오스태드의 주장을 인용한 저자는 운 좋게도 장수유전자를 둔 친지를 가진듯 하다. 실제 특출한 운동 선수 및 최첨단 건강 과학에 대한 글을 쓰는 기자인만큼 그 자신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심지어는 '볼티모어 노화 종적 연구(BLSA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에 지원하기도 했다.
*

20150720_111413.jpg

 

 

<스프링 치킨>을 두 가지 면에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하나는 노화(aging)를 둘러싼 최신 연구 및 속설을 재미나게 버무린 그의 작업 자체가 흥미로웠으며, 다른 하나는 그가 구사하는 저널리즘 글쓰기가 흥미로웠다. 빌 기퍼드는 듣기만 해도 끔찍한 '병체결합'실험(늙은 동물과 젊은 동물의 몸통을 반씩 짝지어 이어붙이는 실험)이나,  동물에게서 추출한 '고환액'을 젊음의 묘약이라며 스스로 주사한 브라운 세카르의 사례 등 자극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여기저기 얽어놓았기에 노화의 과학에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도 <스프링 치킨>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더군다나, '절식, 혹은 소식하면 오래 살까?' '젊은 피를 수혈하면 오래 살까?' '운동하면 오래 살까?' '무엇이 노화의 근본 원인일까?' '사람의 평균 수명은 얼마만큼 연장될 수 있을까?' 등 일반인들도 한번쯤은 궁금해보았을 질문들을 과학자와 관련 인사들의 인터뷰를 섞어 풀어낸다.   

베테랑 기자인만큼 유머감각 또한 날이 서 있다. 굉장히 건강하신 자신의 부친을 두고 "아버지는 건강관리를 잘 하셔서, 손주들에게 유산 한 푼 안 남기고 가진 돈을 다 쓰고 가실 수 있을 것 같다. (116쪽)"이라든지, "IL_6 수치가 높을수록 이승 호텔에서 체크하는 시간도 빨라진다(190쪽)" 등의 문장에서 그의 기질과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

 

예비 독자일지라도 짐작은 하겠지만, 저자 빌 기퍼드가 제 아무리 난다 긴다하는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고 노화 관련 논문들을 섭렵했다할지라도 '노화의 비밀'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단지 노화를 둘러싼 다양한 최신의 연구 성과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 독자 스스로가 장차 노인병 묵시록의 네 기수라는 '심장병, 암, 당뇨, 알츠하이머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노년층이 될 것이며, 미래에도 '수명연장'을 위한 인류의 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

나 역시 <스프링 키친>에서 노화를 늦추거나 치료하는 해법을 구하려고 애초에 책을 집어든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확장시켜 나가고,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엮어내는지 그 방식을 공부해보고자 이 책을 읽었다. 최근 감명 깊게 읽은 <타임푸어>의 브리짓 슐트에 굳이 비교하자면, 빌 기퍼드는 좀 더 일원적인 의미에서 노화를 탐색했다고 할까? 노화의 경험과 노화의 과학에 대한 관점이 인종이나 계층 등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전개될텐데, 백인 중산층 지식인으로 보이는 저자는 일정부분 자신이 속한 세계의 렌즈에서 노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렴, 어쩌리. <스프링 치킨>은 참신하고 재미난 책이지 않은가?

20150720_112559.jpg
 

20150720_111358.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