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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5 최재천 - 최재천 편 -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Biography Magazine 최재천
진화생물학이 생소하다는 이조차도 그 이름, 세 글자와 자주 마주친다. 최. 재. 천.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
(원제: Catching fire : how cooking made us human> 서문이나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
추천사에서 각종 대중 강연과 심지어는 <이 사슴은 내 거야> 등 어린이 그림책의 해설에서까지 그 이름은 자주 등장한다. 최재천 교수가
비범한 팔방미인임은 익히 짐작했지만, 『 biography magazine Issue. 5』를 읽고 나니 그 다재다능함에 질투가 날
정도이다. 4형제의 맏이로 태어나 어린 시절 또래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마음껏 뛰놀았다. 책을 좋아해서 커서도 스스로 '책벌(閥)'이라고 자칭하는
그는 중학생 때는 시인을 꿈꾸며 문예반 활동을 하고, 고등학생 때에는 미술반을 하며 기대를 받았다고 한다. 군인이신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의예과를 목표로 재수하면서, 당구장과 볼링장을 드나들고 DJing을 했는데도 결과적으로는 서울대에 입학했다. 1지망인 의예과가 아닌 2지망인
동물학과에 붙었지만 말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동물학'이 워낙 생소하다 보니, '독문학?'이라고 되묻는 이들에게 굳이 부연 설명하지
않았을 정도로 최재천은 자신의 전공학문에 대한 애정도 자부심도 낮았다.
대학 3학년 말 평점이 2. 0 (4.3 만점)이 안 될 정도로 학업과 담을 쌓았던 그였지만 4학년 때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는 열심히 공부한다. 1979년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을 지도교수로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남들 다 개미 연구를 할 때, 민벌레 연구를 주로 했다. 초등학교 문예반 시절부터 갈고 닦은 아름다운 문장력은 영문에서도
인정받아, 미국에 남을 수도 있었으나 서울대에서 교수 제의를 받아 한국으로 들어왔다. 아들과의 저녁 시간을 소중히 하는 부성으로 저녁 술자리를
마다하고 저녁은 집에서 아들과 함께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출세 못 한다"는 선배 교수의 따끔한 지적에 "이 땅에서 서울대 교수됐으면 출세 다
한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더라는 일화는 최재천 교수의 성품을 보여준다. 그는 집에 와 아이를 재우고 새벽까지 '자신만의 시간'에 많은 논문을
쓰고 강연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성적 맞춰서 들어온 서울대생'에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가
되기까지> (<<서울대저널>>. 2015. 3)이란 기사 제목이 시사하듯, 최재천은 평점 2.0 미만의 평점의
학생에서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한국을 대표하는 진화생물학자로 활약하고 있으니 '대 반 전'의 성공스토리라
할 만하다.
이런 재미난 이야기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신개념 잡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덕분이다. 1호 이어령을 시작으로 김부겸, 심재명, 이문열, 그리고 5호 최재천에 이르기까지 바이오그래피는
결월로 인물을 집중 소개한다. 편집장 이연대가 직접 심층 인터뷰를 하여 인물에 대한 밀도 높고 체온 느껴지는 기사를 중심으로 세련되고 감성적인
그래픽이 어우러진 잡지이다. 여느 인물전과는 달리 잡지 형식을 빌려, 사진 등 인포그래픽의 비중을 높인 점도 마음에 든다. 유익하고 심도
있는데, 재미까지 있다. 편집진의 노고가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양장본 잡지이다.
이번
5호 덕분에 평소 관심이 컸던 최재천 교수의 삶과 철학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덤으로 진화생물학의 기본적인 개념 정도도 익혔다. 다음
6호에 소개될 인물이 벌써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