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문학 아케데미로부터, 메일 수신 설정을 해두었는데 

"호락호락한 시 한편 보내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메일이 왔다. 알라딘 이웃분들이 시집을 열심히 읽으니, 그 리뷰라도 기웃거리지만 고백하자면 시를 천천히 음미할 준비가 덜 된 독자이다. 나는. 그런데 "호락호락한 시"가 재미있어서, 공유해본다. 


하하, 혼자 웃고 씁쓸해지고, 짠하다! 우리는 뭘로 꿰뚫어 보여주지? 호락호락하게 내 갈 곳은 어디메? 호락호락한 시 한편이 사람을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는 거구나! 


 gteddy 


소주 한 병이 공짜 임희구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호락호락하게     -    문학의 전당⟫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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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2-13 14: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갈가메시도 그랬어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맛있는 거 먹어라고 ㅎㅎㅎ
우아 사진 진짜 전시감이네요 ㅎㅎㅎㅎ
먹자골목 근방에서

하나 2021-02-13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가자, 호락호락하게.” ㅋㅋㅋㅋㅋㅋ 아 좋네요. 모두 반대의 결심을 할 때, 기꺼이 호락호락해지기로 하는 마음이요.

얄라알라 2021-02-13 1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글쵸^^ ˝모질게˝ 끊어내다 보면 포기해야하거나 눌러야 하는게 굴비처럼.....그냥 호기롭게 퍼 마셔마셔, 하던대로! 이런 생각도 잠시 듭니다^^

cyrus 2021-02-13 1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동안 금주를 했는데, 누군가가 술을 사준다면 저는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ㅎㅎㅎ 물론, 너무 많이 마시지 않을 거예요. 건강을 생각해서 음주량을 줄이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저도 그 사람에게 술을 사줘야하기 때문이죠.. ^^;;

얄라알라 2021-02-13 18:46   좋아요 2 | URL
cyrus님의 ˝한동안˝이 과연 몇 달(?), 몇 년(?)인지 혼자 궁금해하며 ㅋ저라면 몇 주일 듯 ㅋ

그렇게 술이건, 밥이건, 커피랑 달코미건 좀 얻어 먹고 다시 사주고 했던 시절로 빨리 돌아가고 싶네요. 코로나 시대, 술 모임 가본적이 없어서 아득해요.

cyrus 2021-02-13 19:39   좋아요 2 | URL
코로나 때문에 술집에 갈 일이 없는데다가 집에만 있으니 어머니 눈치 보여서 혼술을 못해요.. ㅎㅎㅎ 그래서 자연스럽게 금주를 하게 됐어요.. ^^

감은빛 2021-02-13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이 가는 ˝호락호락한 시˝네요. ㅎㅎ
과연 공짜술을 누가 마다할 수 있을 것인가?

붕붕툐툐 2021-02-14 0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소주 사진 너무 영롱하네요~😍

바람돌이 2021-02-14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호락호락합니다. ^^

얄라알라 2021-02-14 0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키야! 멋진 말씀이십니다. 극친밀관계외 사람과의 접촉이 줄다보니, 경계만 강화되는 거 같아요. 제게는 호락호락 느슨느슨이 필요해진 시점인데 멋지시네요

coolcat329 2021-03-24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제가 소주 사진보고 침 삼키기는 첨입니다...시는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