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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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젠가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서바이벌' 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 제작된 일종의 리얼 프로라고 할 수 있는데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오지에서 각종 규칙을 지켜가며 게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초반에는 부족(팀)간의 단체 경기를 치르면서 상대팀원을 탈락시키는데 몰두하지만 점차 개인전으로 바뀌면서 오직 한 사람의 우승자만이 거액의 상금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직장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탈을 꿈꾸는 마음에서,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상금을 노리고 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배고픔에 괴로워 하고 사람들과의 심리전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문명인다운 이성은 약해지는 반면 철저한 생존 본능에 의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정말 힘들다고 생각되면 기권하면 되는 것이고 부상을 당했을 때도 스텝들에 의해 바로 후송된다. 그런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진짜'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자로 나가야 한다면 어떨까? 누구의 도움을 바래서도 안되고 죽을 때까지, 참가자 중에서 오직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상대를 죽여야 한다면... 거기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TV를 통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열광한다면 얼마나 끔찍한가.     

 

 "똑똑히 봐둬. 우리가 너희 아이들을 데려다 희생시켜도,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너희들을 마지막 한 명까지 박살내버릴 거야. 13번 구역에서 했던 것 처럼 말이야. (p.23)" 

 

 소설의 시점은 먼 미래다. 북미 대륙이 잿더미가 된 후, 판엠이라는 국가가 생기는데 캐피톨이 중심이 되어 주변 구역을 다스리는 형태다.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판엠에 맞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 캐피톨은 12개 구역을 굴복시키고 13번째 구역은 아예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열두 구역의 소년, 소년가 한명씩 뽑혀와 '헝거 게임'을 벌여야만 한다. 24명의 참가자는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워야만 한다. 최후의 생존자는 자신의 구역민들은 물론이고 캐피톨의 영웅이 된다. 

  

 주인공 캣니스는 제비뽑기에 걸린 동생을 대신해 12번 구역의 대표로 헝거 게임에 출전한다. 함께 참가하게 된 소년은 피타라는 아이로 오래전 굶주리던 캣니스에게 먹을 것을 주었던 빵집 아들이다. 캣니스는 동생과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살아남으리라 결심하지만 언젠가 피타와도 칼을 겨누어야 한다는 사실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구나 죽여야만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겐 우승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둘 중의 한 명밖에 될 수 없어. 제발, 날 위해서 우승자가 되어 줘. (p.342)"

 

 어릴때는 그랬다.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에서 맹수가 사슴을 숨을 끊고 고기를 뜯어 먹는 장면을 보면 정말 잔인하다고, 저러니까 '짐승만도 못한' 이라는 욕도 있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을 좀 살았다고 할만한 나이가 되니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서 제일 잔인한 동물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더라.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을 파괴하고 동물들한테 못할 짓을 하는 것은 물론 같은 종족끼리도 속이고 기만하고 죽게 만든다.

 

 캐피톨의 사람들은 고대 로마인들이 그랬던 것 처럼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피를 뿌리는 정책을 폈다. 그것도 어린 소년, 소년들을 '조공인'이라는 희생물로 삼아가면서 말이다. 어짜피 죽어갈 것임을 알면서도 개회전부터 이벤트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전체 판엠이 헝거 게임을 축제처럼 즐길 것을 강요한다. 헝거 게임중에 제대로 된 볼거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분위기를 몰아가기도 하는등 철저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입소문이 돌던 책이어서 기대가 컸다. 좋아하는 작가인 스테프니 메이어 여사가 식사 중에도 몰래 읽을 정도라며 칭찬을 했다는 말도 영향을 미치긴 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미래가 아닌 암울한 지구와 광기에 사로잡힌 듯한 '판엠'의 분위기가 우울하면서도 의미 심장하게 다가왔고, 전체적으로는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바탕으로 사랑, 죽음,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굉장히 흡입력있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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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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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도 꿈을 꾸면 어릴적 살았던 한옥집이 배경으로 나온다. 지붕에서 내려다 보면 'ㄱ'자를 좌로 돌려 놓은 모양이었는데 가운데 마루가 있고 큰방과 건넌방이 마주보고 있었다. 'ㄱ'자의 양 끝에는 방이 하나씩 더 있었고 대문 옆으로는 창고, 욕실, 화장실이 나란히 위치했다. 아마 이 구조가 한옥집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통으로 떠올리는 모양일 것이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한옥이 하나 둘씩 허물어지고 반듯한 양옥이 들어서던 시절인지라 불편한 한옥집이 부끄럽기도 했다. 

 

 한밤중에 화장실 한 번 갈려면 잠든 언니를 깨워 잔소리를 들어가며 볼일을 봐야 했고, 여름철 마당을 풀쩍 거리며 뛰어 다니는 귀뚜라미도 도무지 정이 가질 않았다. 당시만 해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때라 해마다 겨울이면 연탄가스 때문에 긴장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와 유년을 돌아보니 한옥집을 떠올리지 않고는 어린시절을 이야기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에 전원주택이나 친환경에 관심이 많아지면서는 그 시절이 더욱 그립다. 나무 냄새 솔솔 풍기던 마루도 그립고 너른 마당에 화단이며, 여유롭게 공상을 즐겼던 다락방도 너무나 그립다.

 

 <서울, 북촌에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서울의 북촌과 북촌 사람들에 관한 내용을 글로 엮은 것이다. 솔직히 서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63빌딩 같은 고층 건물이나 화려한 야경 처럼 번화한 도시의 이미지라서 과연 서울에도 전통이란 것이 남아있긴 한 걸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북촌의 한옥촌을 중심으로 여전히 전통의 멋을 간직한 곳이 있고,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뜻밖이었다. 

 

 북촌은 청계천을 중심으로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조선시대 세도가들, 왕실의 종친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왕조가 막을 내리면서 넓은 평수의 집들이 조각으로 팔리기 시작하고 북촌의 영화가 막을 내리는가 싶더니 일제 강점기때 주택회사가 땅을 사들여 대량으로 분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전통적인 한옥과 비교하면 구조부터 많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전통의 멋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것도 사실이다. 북촌 한옥의 특징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인 것이다.  

 

 <춘향뎐> <서편제> <취화선> 이 영화들의 특징이 무엇일까?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것.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한국적인 내용이라는 사실이다. 다시말해서 한국의 미를 영상예술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고, 한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일 것이다. 그렇다고 북촌에는 한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에는 북촌만의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서울의 상징물,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유적지 및 종묘 대제, 영산재 같은 무형문화에 이르기까지 북촌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하지만 전통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지도 개발의 유혹 앞에서는 참으로 무력하다. 개인이야 사유 재산이라며 큰 소리 친다지만 전문가들조차 경제적인 면에 치우친 의견을 내놓음으로써 전통을 훼손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니 안타깝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라는 가치는 지금 당장의 경제적 이익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것이다. 한번 허물어진 것은 복원에 성공한다고 하여도 원래의 '그것' 과는 결코 같은 것일 수가 없기에 매사를 결정함에 있어 신중 또 신중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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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교양강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손자병법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2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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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들 대문 밖으로만 나가면 '전쟁통' 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직장인들의 불안한 고용관계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처세술이 넘쳐나고 말이다. 한편에서는 인생은 아름답다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살기 힘든 것이 인생사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다른 사람을 따라다니기에 급급하기 보다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소신, 중심을 잡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손자병법 교양강의> 이 책은 그 유명한 손무의 '손자병법'을 마치 강의하는 것 처럼 정리한 것이다. 지난번에 같은 출판사의 <사기 교양강의>를 읽고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던터라 이번에도 은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21세기에 캐캐묵은 병법서라니 오늘날의 전쟁은 과거와는 너무나 달라서 첩보전, 기술전 이라고들 한다. 진법을 펼칠 결흘도 없이 첨단 무기로 판가름 날 뿐 아니라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저자의 말처럼 '손자병법'을 오늘날의 전쟁에 이용하려 했다가는 아마도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쟁의 주체가 인간이라면 그 원초적인 욕망과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전쟁의 승패와 향방을 가늠한다고 보아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손무는 전쟁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지혜를 제시해줍니다. (p.31) "
 
 어떤 전쟁이든 승자와 패자가 나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양쪽 모두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고통 다시말해 가족을 잃어야 하는 슬픔,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전쟁 후의 상실감 등은 결코 패전국만의 것이 아니다. '손자병법'의 기본적인 가르침 또한 전쟁이란 무조건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지휘관 이상의 직위를 가진 사람이 알아두어야 할 자세 위주로 되어있고, 후반부는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전략, 전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스위스에 대한 설명이다. 스위스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을 피해갈 만큼 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 나라처럼 전쟁이 잦았던 나라는 국방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학문을 논하는 것만 중하다 여기고 다른 분야를 배척하였을 뿐 아니라 배운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사리사욕을 채우기에만 급급했으니 그 댓가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치러야 했던 것이다.
 
 또 한가지는 120여년간 유지되어 온 코카콜라 제조 비법에 관한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철저하고도 치밀하게 비밀을 유지해 왔는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 오랜 세월동안 가능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전은 기술의 전쟁이다. 정보와 기술이 곧 국력인 것이다. 우리의 핵심 기술을 국외로 빼돌린 산업스파이에 대한 기사가 가끔씩 보도되곤 하는데 절대로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술을 보호해 주고 범법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왜 '난세를 이기는 지혜와 통찰을 최고의 병법서에서 배운다' 라는 멘트를 달고 나온 것인지. 비록 먹고 살기 힘든 때라고는 하지만 병법서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문구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분명한 사실이라도 혼자서 푸념처럼 늘어놓을지언정 다른 사람을 통해 확인받고 싶지는 않은 심리인가 보다. 독자층을 보다 넓게 확보하려는 의도였다면 손자병법을 있는 그대로 강의해주고 그 시대에 그런 전술이 먹힐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분위기 라든지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고에 대해 덧붙여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이란 국민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삶을 통째로 뒤흔드는 것임으로 부디 정치를 하는 이들은 역사를 거울삼아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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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밥상 - 자연을 통째로 먹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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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친환경적인 삶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이야 말로 친환경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슬로우 푸드의 대명사인 간장, 된장, 김치를 비롯해서 철마다 산에 들에 지천으로 널린 나물들이 밥상을 채웠고, 지금이야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사람의 배설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천연 비료로 사용했으며, 어쩌다가 마을에 소 한마리 잡을라치면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버릴 것이 없다고 하였다. 비록 끊이지 않았던 전쟁으로 국토가 피폐해 지고 가뭄과 홍수에 대비할 시설 부족, 의술이 발달되지 못한 점 때문에 현대인들 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점은 맞지만 적어도 숨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 만큼은 오늘날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깨끗했을 것이다. 삶이 곧 자연의 일부였을테니 말이다.

 

 마크로비오틱은 '매크로'(macro, 크다)와 '바이오틱'(biotic, 생명의)이란 말에서 따온 것으로 어원을 찾아보면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조건을 의식주 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절실한 것은 먹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마크로비오틱은 건강한 삶은 바람직한 식생활에서 온다고 믿으며 친환경적인 식재료와 음양론을 바탕으로한 조리법으로 식탁을 차리는 방식이다.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설탕, 유제품, 계란 사용을 지양하면서도 충분히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고기를 금한다는 면에서 채식주의자의 식습관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칙을 보면 채식주의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을 알수 있다.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칙

신토불이(身土不二) 사람과 환경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 지역에서 수확되는 제철 음식을 먹자.

일물전체(一物全體) 하나의 식품은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 하며, 껍질이나 뿌리도 버리지 않고 요리에 이용한다.

자연생활(自然生活) 인공적인 것, 화학적인 것은 피고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지키며 살자

음양조화(陰陽調和) 중용의 밸런스를 지키며 치우치지 않게 먹자. (본문에서 가져옴)

 

 솔직히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바나나 구경은 소풍 때나 겨우 했었는데 바나나가 이렇게 싼 과일이 되는 날이 올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바나나를 재배되어 동네 마트까지 오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아프리카 농장에는 겨우 예닐곱살의 어린 노동자들이 농약비를 맞아가며 바나나를 수확하고 엄청난 자원을 들여가며 운송되어 오는 것이다. 태국에서는 새우를 양식한 바다가 환경파괴를 앞당기고 있고 그 새우가 미얀마 노동자들의 손을 거쳐 전세계에서 소비된다. 맛있는 것은 맞지만 굳지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식재료라면 신토불이 우리 것을 먹는 것이 환경도 살리도 몸에도 이롭다는 것이다.

 

 과일 껍질에 영양분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껍질을 까서 먹고, 콩나물 대가리 버리고 뿌리도 잘라낸다. 귤껍질차, 파뿌리가 감기 예방에 좋은 것은 알지만 습관처럼 모조리 버리게 된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식품을 통째 먹는다. 소개된 일화중에 요리 클래스에서 어시스턴트가 친절을 베풀어 식재료를 미리 준비하여 넣어준 적이 있는데 식재료의 껍질까지 모두 까서 준비해준 덕분에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 후에 서로 대화하면서 웃고 넘겼다는데 당연한 것을 거부하는 것이 마크로비오틱이다. 어쩌면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일수도 있겠다.

 

 친환경 요리인 만큼 유기농, 무농약 식재료는 기본이다.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는 것이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고기 요리를 한 번쯤 줄인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기운(에너지)를 가지는데 음양의 기운이 균형을 이룰 때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몸의 기운이 균형을 이룰 때 최상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균형이 깨지는 순간 질병에 노출이 된다. 식재료가 가지는 고유한 음양의 기운을 통해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마크로비오틱의 기본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며 살다 보면 고정관념이 커지겠지만, 언젠가 어딘가에서 고정관념을 깰 기회를 맞닥뜨릴 때 그것을 즐길지 거부만 할지에 따라 앞으로의 자기 세상 넓이가 달라질 것이다. 나는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하면서 고정관념이 많이 없어졌다. 보통의 조리법에서 동물성 식품을 빼고, 설탕을 빼고, 그렇게 또 빼면서도 오히려 나의 요리 세상은 놀랍게도 더욱 넓어졌다. (p.97)"

 

 마크로비오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깐깐하고 편협한 사람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의 요리법을 연구하는 모습이 멋지다. 우유 없이 화이트소스를 만들고 계란없이도 튀김옷을 입힌다. 화이트 소스 만들때는 유제품 대신 두부를, 맛국물 낼 때는 고기대신 수수, 튀김옷은 달걀물 대신 밀가루 갠 반죽을 이용한다고 한다. 도토리 묵의 경우 일본에는 없는 식재료라고 하는데 그냥 양념장에 찍어 먹기보다 구울 생각을 할 정도로 요리법에 있어 시도하지 못할 경계는 없어 보인다.

 

 <마크로비오틱 밥상>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마크로비오틱'을 설명하는 부분이 앞부분에 짧게 등장하고 이어 레시피가 주를 이루는 요리책이다. 요리법에는 음식을 더 맛나게 하는 팁과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에세이로 분류해도 좋을 만큼 재미있는 일화들이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마크로비오틱 마니아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성장기의 아이가 있어 더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 <우유의 역습>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유제품 섭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일주일에 몇 회 정도라도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젠 우리 부부도 건강에 신경써야할 나이인데다 특히 채식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맛뵈드리고 싶은 요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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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타임 - 당신의 두뇌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시간
베레나 슈타이너 지음, 김시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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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형 인간' 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어느 때 부턴가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것 같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 라는 속담 부터 학창시절 공부를 하더라도 저녁 늦게까지 하는 것 보다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말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나처럼 아침잠이 많은 사람에겐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말들이 그렇게 솔깃하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을 때, 결국은 또다른 부담이 되고 의기소침해 지는 악순환이 될 뿐이었으니 말이다.

 

요즘처럼 시간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고 사는 경우에는 아침 시간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가하며 더욱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프라임타임>에서는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억지로 애쓰지는 말라고 말하고 있다. 굳지 그러지 않아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말이다. 최근들어 자기계발서는 거의 읽지 않았었는데 표지는 보는 순간 나한테 꼭 필요한 책인 것 같아 만사를 제치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프라임타임>의 요지는 한 마디로 업무 능률이 최고점인 시간대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계획한 시간(프라임타임)'에 일을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는 세 가지 내용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키지 못할 계획표에 집착하기 보다는 '오전 시간'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마음에 들었다. 전에는 출근과 동시에 업무에 파묻혀 하루 일과의 2/3 이상을 오전 시간에 처리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습관처럼 메일, 쪽지부터 확인하는등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이란 것이 기사 한 두개만 클릭해도 멈추지 못하고 연관된 검색을 하게 되니 완전 시간 잡아먹는 도둑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점심시간까지 쫓기듯이 일을 마무리해야 하고 오전에 처리하지 못한 일이 오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 '무엇이 내 인생에서 제일 큰 돌인가?' 바로 그 돌을 인생이라는 여러분의 항아리에 최우선으로 채워 넣으십시오! (p.94)" 

 

 노교수가 항아리에 테니스 공만한 크기의 돌을 차곡차곡 넣고는 항아리가 가득 찼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이 가득찼다고 대답하자 노교수는 조약돌 크기의 돌을 항아리에 집어 넣어 흔든다. 다시 항아리가 가득 찼느냐고 묻자 이번에 사람들은 가득차지 않았다고 대답하고 노교수는 항아리에 모래를 넣는 장면을 보여준다. 실험의 참가자는 이 실험을 통해 아무리 시간이 없는 것 처럼 보여도 계획과 계획 사이에 짧은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음을 배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교수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장 큰 돌을 먼저 채워넣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사실임을 지적해 준다.

 

 지난 금요일 책을 읽다가 생긴 일이다. 자정을 넘기자 적당한 때에 그만 읽어야 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결말을 봐야 겠다는 욕심에, 더구나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 새벽 늦게까지 계속 책을 읽다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엄밀히 말해 당일) 눈을 뜨니 거의 정오가 아닌가! 남편한테 왜 깨우지 않았느냐하니 며칠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던 말을 꺼내며 더 자라고 하는 것이었다. ^^;; 아이가 학교가는 토요일 이었는데 챙겨주지도 못하고 컨디션은 더 엉망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주말 내내 다른 책도 못 읽는 등 그 다음날까지 죽~~ 영향을 받게 되었다. 전날 저녁 나의 우선 순위는 '건강'이 되었어야 했고 '휴식'을 실행에 옮겼어야 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건강이 따라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토록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직접 깨달은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이 불공평하게 돌아간다고 느낄 때, '시간' 만큼은 공평하게 주어지니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말이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높은 직위를 가진 자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아닌가. 스스로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하루 스케줄을 늘어 놓을 필요는 없다. 저자의 말처럼 꼼꼼히 살펴보면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없다고는 말 못할테니 말이다. 너무 바빠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핑계만 대기 보다는 가진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프라임타임'을 이용한 계획표 대로 실천해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끝으로 "불행의 근원은, 실명이 아니라 실명을 참아낼 수 없는 데 있다. - 밀턴 (p.176)" 라는 말과 "바보들은 언제나 핑계만 댄다. 일단 해보라. 의심하지 말고 도전하라. (p.172)"는 말로 맺음말을 대신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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