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서바이벌' 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 제작된 일종의 리얼 프로라고 할 수 있는데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오지에서 각종 규칙을 지켜가며 게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초반에는 부족(팀)간의 단체 경기를 치르면서 상대팀원을 탈락시키는데 몰두하지만 점차 개인전으로 바뀌면서 오직 한 사람의 우승자만이 거액의 상금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직장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탈을 꿈꾸는 마음에서,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상금을 노리고 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배고픔에 괴로워 하고 사람들과의 심리전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문명인다운 이성은 약해지는 반면 철저한 생존 본능에 의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정말 힘들다고 생각되면 기권하면 되는 것이고 부상을 당했을 때도 스텝들에 의해 바로 후송된다. 그런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진짜'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자로 나가야 한다면 어떨까? 누구의 도움을 바래서도 안되고 죽을 때까지, 참가자 중에서 오직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상대를 죽여야 한다면... 거기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TV를 통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열광한다면 얼마나 끔찍한가.     

 

 "똑똑히 봐둬. 우리가 너희 아이들을 데려다 희생시켜도,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너희들을 마지막 한 명까지 박살내버릴 거야. 13번 구역에서 했던 것 처럼 말이야. (p.23)" 

 

 소설의 시점은 먼 미래다. 북미 대륙이 잿더미가 된 후, 판엠이라는 국가가 생기는데 캐피톨이 중심이 되어 주변 구역을 다스리는 형태다.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판엠에 맞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 캐피톨은 12개 구역을 굴복시키고 13번째 구역은 아예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열두 구역의 소년, 소년가 한명씩 뽑혀와 '헝거 게임'을 벌여야만 한다. 24명의 참가자는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워야만 한다. 최후의 생존자는 자신의 구역민들은 물론이고 캐피톨의 영웅이 된다. 

  

 주인공 캣니스는 제비뽑기에 걸린 동생을 대신해 12번 구역의 대표로 헝거 게임에 출전한다. 함께 참가하게 된 소년은 피타라는 아이로 오래전 굶주리던 캣니스에게 먹을 것을 주었던 빵집 아들이다. 캣니스는 동생과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살아남으리라 결심하지만 언젠가 피타와도 칼을 겨누어야 한다는 사실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구나 죽여야만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겐 우승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둘 중의 한 명밖에 될 수 없어. 제발, 날 위해서 우승자가 되어 줘. (p.342)"

 

 어릴때는 그랬다.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에서 맹수가 사슴을 숨을 끊고 고기를 뜯어 먹는 장면을 보면 정말 잔인하다고, 저러니까 '짐승만도 못한' 이라는 욕도 있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을 좀 살았다고 할만한 나이가 되니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서 제일 잔인한 동물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더라.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을 파괴하고 동물들한테 못할 짓을 하는 것은 물론 같은 종족끼리도 속이고 기만하고 죽게 만든다.

 

 캐피톨의 사람들은 고대 로마인들이 그랬던 것 처럼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피를 뿌리는 정책을 폈다. 그것도 어린 소년, 소년들을 '조공인'이라는 희생물로 삼아가면서 말이다. 어짜피 죽어갈 것임을 알면서도 개회전부터 이벤트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전체 판엠이 헝거 게임을 축제처럼 즐길 것을 강요한다. 헝거 게임중에 제대로 된 볼거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분위기를 몰아가기도 하는등 철저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입소문이 돌던 책이어서 기대가 컸다. 좋아하는 작가인 스테프니 메이어 여사가 식사 중에도 몰래 읽을 정도라며 칭찬을 했다는 말도 영향을 미치긴 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미래가 아닌 암울한 지구와 광기에 사로잡힌 듯한 '판엠'의 분위기가 우울하면서도 의미 심장하게 다가왔고, 전체적으로는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바탕으로 사랑, 죽음,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굉장히 흡입력있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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