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비오틱 밥상 - 자연을 통째로 먹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친환경적인 삶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이야 말로 친환경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슬로우 푸드의 대명사인 간장, 된장, 김치를 비롯해서 철마다 산에 들에 지천으로 널린 나물들이 밥상을 채웠고, 지금이야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사람의 배설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천연 비료로 사용했으며, 어쩌다가 마을에 소 한마리 잡을라치면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버릴 것이 없다고 하였다. 비록 끊이지 않았던 전쟁으로 국토가 피폐해 지고 가뭄과 홍수에 대비할 시설 부족, 의술이 발달되지 못한 점 때문에 현대인들 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점은 맞지만 적어도 숨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 만큼은 오늘날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깨끗했을 것이다. 삶이 곧 자연의 일부였을테니 말이다.

 

 마크로비오틱은 '매크로'(macro, 크다)와 '바이오틱'(biotic, 생명의)이란 말에서 따온 것으로 어원을 찾아보면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조건을 의식주 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절실한 것은 먹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마크로비오틱은 건강한 삶은 바람직한 식생활에서 온다고 믿으며 친환경적인 식재료와 음양론을 바탕으로한 조리법으로 식탁을 차리는 방식이다.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설탕, 유제품, 계란 사용을 지양하면서도 충분히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고기를 금한다는 면에서 채식주의자의 식습관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칙을 보면 채식주의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을 알수 있다.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칙

신토불이(身土不二) 사람과 환경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 지역에서 수확되는 제철 음식을 먹자.

일물전체(一物全體) 하나의 식품은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 하며, 껍질이나 뿌리도 버리지 않고 요리에 이용한다.

자연생활(自然生活) 인공적인 것, 화학적인 것은 피고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지키며 살자

음양조화(陰陽調和) 중용의 밸런스를 지키며 치우치지 않게 먹자. (본문에서 가져옴)

 

 솔직히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바나나 구경은 소풍 때나 겨우 했었는데 바나나가 이렇게 싼 과일이 되는 날이 올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바나나를 재배되어 동네 마트까지 오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아프리카 농장에는 겨우 예닐곱살의 어린 노동자들이 농약비를 맞아가며 바나나를 수확하고 엄청난 자원을 들여가며 운송되어 오는 것이다. 태국에서는 새우를 양식한 바다가 환경파괴를 앞당기고 있고 그 새우가 미얀마 노동자들의 손을 거쳐 전세계에서 소비된다. 맛있는 것은 맞지만 굳지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식재료라면 신토불이 우리 것을 먹는 것이 환경도 살리도 몸에도 이롭다는 것이다.

 

 과일 껍질에 영양분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껍질을 까서 먹고, 콩나물 대가리 버리고 뿌리도 잘라낸다. 귤껍질차, 파뿌리가 감기 예방에 좋은 것은 알지만 습관처럼 모조리 버리게 된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식품을 통째 먹는다. 소개된 일화중에 요리 클래스에서 어시스턴트가 친절을 베풀어 식재료를 미리 준비하여 넣어준 적이 있는데 식재료의 껍질까지 모두 까서 준비해준 덕분에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 후에 서로 대화하면서 웃고 넘겼다는데 당연한 것을 거부하는 것이 마크로비오틱이다. 어쩌면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일수도 있겠다.

 

 친환경 요리인 만큼 유기농, 무농약 식재료는 기본이다.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는 것이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고기 요리를 한 번쯤 줄인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기운(에너지)를 가지는데 음양의 기운이 균형을 이룰 때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몸의 기운이 균형을 이룰 때 최상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균형이 깨지는 순간 질병에 노출이 된다. 식재료가 가지는 고유한 음양의 기운을 통해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마크로비오틱의 기본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며 살다 보면 고정관념이 커지겠지만, 언젠가 어딘가에서 고정관념을 깰 기회를 맞닥뜨릴 때 그것을 즐길지 거부만 할지에 따라 앞으로의 자기 세상 넓이가 달라질 것이다. 나는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하면서 고정관념이 많이 없어졌다. 보통의 조리법에서 동물성 식품을 빼고, 설탕을 빼고, 그렇게 또 빼면서도 오히려 나의 요리 세상은 놀랍게도 더욱 넓어졌다. (p.97)"

 

 마크로비오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깐깐하고 편협한 사람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의 요리법을 연구하는 모습이 멋지다. 우유 없이 화이트소스를 만들고 계란없이도 튀김옷을 입힌다. 화이트 소스 만들때는 유제품 대신 두부를, 맛국물 낼 때는 고기대신 수수, 튀김옷은 달걀물 대신 밀가루 갠 반죽을 이용한다고 한다. 도토리 묵의 경우 일본에는 없는 식재료라고 하는데 그냥 양념장에 찍어 먹기보다 구울 생각을 할 정도로 요리법에 있어 시도하지 못할 경계는 없어 보인다.

 

 <마크로비오틱 밥상>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마크로비오틱'을 설명하는 부분이 앞부분에 짧게 등장하고 이어 레시피가 주를 이루는 요리책이다. 요리법에는 음식을 더 맛나게 하는 팁과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에세이로 분류해도 좋을 만큼 재미있는 일화들이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마크로비오틱 마니아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성장기의 아이가 있어 더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 <우유의 역습>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유제품 섭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일주일에 몇 회 정도라도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젠 우리 부부도 건강에 신경써야할 나이인데다 특히 채식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맛뵈드리고 싶은 요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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