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속의 세상, 세상속의 교회>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법학자 김두식이 바라본 교회 속 세상 풍경
김두식 지음 / 홍성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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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동업이나 돈 빌려주기 같은 금전 거래는 기본이요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는 것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절친한 사이일 뿐 아니라 가족이라고 해도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정치와 종교에 관한 주제가 그렇다. 이념이나 사상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어서 부모와 형제라고 해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주제로 대화하다보면 누군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살벌한 토론의 분위기가 연출되거나 결국은 상대방을 공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이 책은 참으로 민감한 주제인 종교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배타적이라고 알려져 있고 욕도 많이 먹는 교회에 관한 이야기다. 솔직히 교인들이라면 한번쯤은 눈여겨 볼지도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시선 한번 받지 못할 그런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김두식 님이라면 어떨까? <헌법의 풍경> <불멸의 신성 가족>을 통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법조계의 문제점들을 솔직하게 보여준 점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우선 내 주위 사람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교회라는 단체에 대해 그렇게 좋은 감정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유일신이라는 핵심적인 교리에 의한 배타성이라든지 그들이 부르짖는 사랑이나 박애주의에 비해 교인들끼리만 뭉친다는 점에서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저자는 모태신앙으로 어려서 부터 교회의 풍경에 익숙했다고 한다. 그 자신이 오랫동안 교인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한국 교회의 문제점들을 짚어주되 법학자의 냉철한 시선과 교인으로서의 애정어린 마음이 동시에 느껴진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신 중심이 아니라 목회자 중심이라는 점, 개인의 성공을 갈구하는 토속신앙적인 모습, 교회의 세습화, 신도들의 계급화, 믿음이 아닌 징표에 의지하는 모습 등 막상 교인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교회의 모습은 솔직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정도의 차이일 뿐, 위에 언급된 문제점들이 다른 종교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싶다. 어쩜 중요한 것은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이고 과연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가 혹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라는 점에 촛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교회가 초심을 기억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초기의 한국 교회가 사회 사업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설사 어떤 목적의식이 있었다 할지라도), 목회자들이 부와 명예 보다는 사명감을 중요시하던 그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교회도 외부 감사를 받고 세금도 내는 방법으로 제정에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고, 개인들에게는 '복음'이라는 책임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줌으로써 더 많은 안티를 만들어내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이 책을 통해 세속화 되어버린 교회의 모습과 세상 속의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무신론자나 타종교인에 의해 씌여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마도 심각한 종교전쟁(?)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을까 싶다. 역시나 변화란 타인에 의해서 보다는 자성의 목소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다. 문제점에 비해 대안이 약한듯 해서 아쉽기도 했고, 책 한 권으로 수많은 교회들이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직은 한국 교회에 희망이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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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 진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5
미야모토 테루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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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나게 살거라. 생각보다 너무나 짧은 것이 인생이란다. " 명절을 보내고 인사차 친척집을 방문하던 날, 친척 할머니의 당부 말씀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올해로 결혼 50주년을 맞이하셨다는 할머니는 날로 쇠약해지시는 할아버지의 건강을 돌보시면서도 당신들 남은 인생보다는 자식들을 더 걱정하시는 듯 보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뒤돌아보며 가장 후회되는 것이 부부가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고 좀더 즐겁게 살지 못했던 것이라고 하시는데, 어느덧 꺽여버린(?) 내 나이를 생각하니 그 어떤 지혜의 말씀보다 강하게 와닿았다. 

 

 그렇다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화려한 순간은 언제일까? 인생이 만약 한 그루의 나무라면 어린이는 새싹, 청소년기는 꽃봉오리, 꽃을 피우는 시기는 청년기, 열매를 맺는 순간은 장년기일 것이다. 사회적인 성공이 4,50대의 것이라면 '젊음'이 뿜어내는 화려함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단연코 20대의 것이다. 특히 대학생활은 성인이면서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사회인이 되기위한 과도기다. 미래를 향한 꿈, 첫사랑, 도전, 열정, 낭만... 그 모든 것을 하나의 빛깔로 표현할 수 있다면 바로 '파랑'인 것이다.   

 

 <파랑이 진다> 이 책은 주인공 료헤이의 대학 4년간을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스포츠를 통한 도전 정신과 역경을 헤쳐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재수생이던 료헤이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성적이 되지 않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신설학교에 지원하는데, 바로 그날 미모의 여학생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다. 그리고 입학식날은 어떨결에 테니스부에 가입하게 되고 다양한 캐릭터이자 사연을 가진 친구들과 뭉쳐 테니스 대회 준비를 하고 마침내 결전을 치른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잔잔하고 서정적인듯한 서술과 스포츠의 다이나믹함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료헤이와 그의 친구들을 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소심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도 못한다. 료헤이를 좋아했던 유코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테니스 부원으로서는 다르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는 것이 제대로 느껴질 정도로 때론 우직하게, 때론 무모하게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특히, 테니스 코트를 직접 만들기까지 했던 가네코와 유전적인 병과 싸워가면서 운동을 했던 안자이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파랑이 진다> 라는 제목처럼 료헤이와 친구들의 대학생활이 끝나갈수록 파란 빛깔도 차츰 퇴색되는 느낌이 든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런 시간이지만 모두는 안다. 그 짧은 시간을 통해 우리 자신이 얼마나 많이 성숙해 졌는지. 그리고 이젠 사회에 나가 세상과 당당히 맞설 순간이 왔다는 것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파랑이란 젊음과 희망을 상징함과 동시에 우울과 신중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젊음의 파랑이 조금씩 옅어질수록 삶에 있어서는 안정을 얻는다는 의미일까? 오늘 하루 만큼 파랑을 잃은 독자로서는 그렇게라도 믿고 싶다.  "야들아, 재미나게 살거래이~ " 할머니의 그 말씀이 다시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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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기차 징검다리 동화 8
아사노 아쓰코 지음, 서혜영 옮김, 사토 마키코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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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을 돌보던 사쿠라코는 갑자기 깨져버린 꽃병때문에 엄마한테 혼이 납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자신도 어리둥절해 하는데, 엄마는 사쿠라코의 말을 믿어주시지 않고 야단만 치십니다. 억울한 생각에 집을 나온 사쿠라코는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가출 기차를 타게 됩니다. 가출 기차에 탄 친구들은 사쿠라코만이 아니었어요. 옆반의 게이스케와 황조롱이, 산갈치도 있네요. 특히 황조롱이와 산갈치는 사쿠라코처럼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어른들 때문에 상처받은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가운데 사쿠라코의 마음도 서서히 풀리게 됩니다.

 

 가출 기차는 현실과 동떨어진, 어린이들을 특별한 곳으로 안내하는 운송 수단입니다. 기차는 어린이들의 눈에만 보이며 가출한 어린이라면 누구나 공짜로 탈 수 있어요. 게다가 맛난 간식까지 제공한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차의 차장님은 아이들이 오래오래 기차에서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에요.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지 의문을 품게 되고 고민 끝에 정말로 가고 싶은 곳을 결정합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가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꼭 나쁜 어린이여서 그렇다기 보다는 잘못을 저지르고 혼날 것이 두려워서라든지 형제와 싸웠을 때, 혹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가족들한테 서운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그 순간에는 우선 집을 떠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기도 하고 나를 이해해줄지도 모를 '누군가'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가출 기차>는 현실과 판타지가 절묘하게 만나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 억눌렸던 감정을 분출시키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출 기차가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다는 설정이 참 단순하면서도 가슴 깊이 와닿았어요.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아이였던 때가 있었고, 어른들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과 불신과 서운함 같은 어린이의 마음으로 느꼈던 어른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면 그 모든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아이들을 어른과 똑같이 대하는 잘못을 범하지요. 그런 이중적인 마음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벽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알게되겠죠. 사쿠라코를 꾸중했던 엄마의 마음과 기차역에서 사쿠라코를 기다리던 엄마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중요한 것은 아이를 대할 때 엄마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 지금 이 순간 아이의 마음으로 생각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깊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홉 살 소녀가 겪은 생애 최초의 '가출 이야기',  한편으로는 신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 긴장하면서 읽었어요. 저도 어쩔 수 없는, 걱정이 많은 엄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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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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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에세 새롭게 출간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입니다. 학창시절 한 때,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고전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들어 생각해보니 막연하게 '읽은 것 같긴한데...' 라는 생각 밖에는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네요. 그런 이유로 언젠가는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세계문학 작품을 다시 읽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년 전부터 특정 출판사의 세계문학 작품을 틈틈이 모으고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문학동네를 비롯해서 여러 출판사의 세계문학 작품이 눈에 들어와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답니다. 

 

 그렇다면 고전의 힘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현실의 모순과 사회상을 작품 속에 반영하려는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고전 중에서 많은 작품들이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문제를 소설의 배경으로 삼고 있어요. 내용 면에서는 삶과 인생, 열정, 집착, 탐욕 그리고 사랑에 이르기까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을 그린다든지 본질적인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지요. 고전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통되게 가질 의문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흑과 백> 이 책은 사실상 설명이 필요없는 책이죠. 세계 문학 작품에 관심이 있는가 혹은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에 상관없이 '흑과 백 - 스탕달'은 너무나 잘 알려진 고전이니 말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 또한 읽은 것은 확실한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고전이어서 다시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뿌듯했던 시간이었어요. 그에 앞서 우선은 흑과 백이 조화를 이룬 새련된 표지가 맘에 들었어요. 고운 형태를 갖춘 장미 한 송이와 흩어져 버린 꽃잎이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네요.

 

 

 

 소설의 배경은 나폴레옹 시대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폴레옹의 몰락이후 왕정이 복고되던 시기라고 할 수 있지요. 주인공 쥘리앵은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으며 사람들의 호감을 끄는 청년입니다. 다만 자신을 밀어줄 집안도 뒷 배경도 없이 야심만 가득한 젊은이 였어요. 가정교사로 있던 가정의 안주인과 열애를 하고 상류사회로 진출하기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기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수많은 소설 속 비운의 주인공들처럼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 뿐이란 변명외에는 달리 생각나는 말이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사회적인 계층과 계급은 존재해 왔었고 지금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사회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신분이 상승할 수 있는 그런 사회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조선 시대 같은 경우 반상의 제도가 너무나 엄격하여 노비나 서얼은 면천이나 벼슬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전무하다시피 했고, 평민의 경우도 양반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지요. 자신의 신분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론상으론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 오늘날의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요. 어쩜 쥘리앵의 모습은 오늘날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소설의 제목인 적과 흑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해서는 통설적으로 군복의 붉은색과 승복의 검은색이라는 주장이 있다. 쥘리앵이 열망했던 두 개의 직업, 즉 군인과 사제를 뜻한다고 볼 수도 있고, 좀더 포괄적으로 당시 사회의 두 세력, 나폴레옹으로 대변되는 붉은 군복의 자유주의자와 성직자들로 대변되는 검은 승복의 복고주의자를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p.462(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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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2 - 네메시스의 팔 로마 서브 로사 2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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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시대를 빼놓고는 서양사를 논할 수 없을 만큼 로마의 영향력은 과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강력하다. 소설과 영화 혹은 신화와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로마를 접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로마에 관한 궁금증은 그칠 줄을 모른다. 저자는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로마 공화정을 배경으로 '지적 추리소설'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1편에서 키케로를 도와 존속살인 사건을 해결한 고르디아누스는 키케로의 소개를 받은 새로운 의뢰인을 만나게 된다. 뚜렷한 이유도 알지못한 채 호사스런 에스코트를 받으며 로마를 벗어난 고르디아누스는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이 로마 제일의 갑부 크라수스와 관련된 사건임을 추리해 낸다. 크라수스는 자신의 별장을 돌보던 귀족이 살해되자 사건 당일 도망친 두 명의 노예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오래된 관례대로 100여명이나 되는 별장의 모든 노예들을 죽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크라수스는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양심과 도덕까지 내팽개칠 만큼 냉정한 인물이다. 로마 시내에서 화재가 일어 났을 때 조차 잿더미가 되기 직전의 저택을 헐값에 구입하려고 뛰어다닐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아무리 노예들이지만 100명의 목숨을 하찮게 여겨도 좋을 만큼 가치있는 것이 있긴 한 것인지. 망자의 유족조차도 크라수스의 잔인한 결정을 말리고 있지만 크라수스의 고집은 꺽일 줄 모른다. 노예들을 처형하는 대규모 행사를 통해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듬이 고르디아누스는 살인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추악함을 밝혀내기위해 혼신을 다한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 처럼 살인 사건에도 반드시 동기가 있고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말해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라고 해도 연관성만 찾을 수 있다면 최종적으로 조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된다. 그렇다고 심증만 가지고는 크라수스를 설득할 수가 없다. 고르디아누스에게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고르디아누스의 목숨 또한 위태로워지고, 겉으로는 고상한 척 하지만 탐욕과 야망으로 가득 찬 귀족들의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당시 로마는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숱한 전쟁을 치렀을 테고 축적된 부로 필요한 노예들을 얼마든지 살 수도 있었다. 이 책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스파르타쿠스 반란'을 배경으로 사치와 향락에 젖은 귀족과 노예들의 비참한 처지가 선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언젠가 로마의 멸망에 대해 타락한 정치인나, 부패한 귀족과 함께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 노예들에게 너무 의지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로마와 노예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노예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하늘 아래 평등해야 할 인간들을 계급으로 나누는 것도 부족해서 소유물로 취급했던 사실은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크나 큰 손실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

 

 잘 짜여진 구성탓인지 1편과 마찬가지로 정말 빨리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사건의 해결 만큼이나 고르디아누스의 개인사에도 관심이 간다. 우연한 기회에 아들로 삼게 된 벙어리 에코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도 궁금하고 자신의 노예인 베테스다를 사랑하게 되고 꼼짝 못하는 상황도 재미있다. 죽을 뻔한 위기를 몇 차례 겪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게 마련인 법. 이젠 그가 한 곳에 정착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가도 탐정으로서 이전보다 노련해진 모습이 기대되기도 한다.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는구나." 

나는 불현듯 두려움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가슴이 한껏 벅차올랐다.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구나. " (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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