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로냐프 강 1부 1 - 로젠다로의 하늘, 한국환상문학걸작선
이상균 지음 / 제우미디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첫 느낌은 '오래간만에  주눅들게 하는 책을 만났구나~' 하는 것이었다.   만만치 않은 책의 두깨가  그러했고,  독자를 위해 마련했다는 <일러두기>에서 주요 등장인물과  신화구조도, 권력구조도, 귀족과 기사단에 대한 설명을 보는 순간  머리가  살짜기 아파오기 시작했다.  표지를 덮었다가 다시 넘기는데 이상균 작가의  나이가 눈에 들어왔다.  허걱 ^^;   내 나이와  같다.    글을 쓰는데는  작가의 타고난 상상력과  글재주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경륜또한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나였기에  99년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이토록  방대한 양의  판타지를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동갑내기 작가에 대한  반가움보다는  또 다른 압박이었다.  

 단어사전까지 포함해서 총 575페이지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한참동안  낯설은  이름, 직위, 지명 등 으로 인해  앞부분을 뒤적거려 가면서 읽었다.   1/5 지점을 넘어서자  본격적으로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탄력이 붙기 시작하자  정말이지  걷잡을 수 없었다.  판타지 소설이란  이런것이구나 하는,  손에 잡히는 어떤 매력이  철철 넘치는 책이다.

 # 전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모든 것은 새롭게 명명된다.   기사들의 무기는 하야덴,  화폐 단위는 더프, 기사들끼리의 1:1  결투는 렉카아드 등 새로운  단어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오죽하면 맨 뒷편 부록에 단어사전까지 있겠는가?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다.   곳곳에 주석이 나오고  이것또한  책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할 무렵에는  어느정도 머리속에  익숙해 진다.   몰입하기 까지 시간이 좀  필요할뿐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한  수고로움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단어들이  낯익을 때쯤엔  어느새  이나바뉴 왕국의 한가운데 서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 판타지보다는  로멘틱 소설에 가깝다.

판타지를 경험해 볼  기회가 많이 없어서 인지  판타지하면 젤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헤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정도가  전부이다.    내게 있어  판타지란  마법이 난무해야 하고,  그림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상하게 생긴 괴물이나  적어도  드래곤 정도는  나와주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아주 가벼운 수준의 마법만이 나오고,  대체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엮어가는  스토리이다.   귀족 기사와  천민 출신 여인의  사랑이  주요  구도이고,  삼국의 전쟁이 배경이 되며, 기사들의 활약상(전술, 전쟁 장면, 결투 등에서 작가의 뛰어난 묘사가 돋보인다)  이  조화롭게 엮어져  있다.

소녀들의 환상을 실현해 주는   카발리에로  제도

생각만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     '백마탄 왕자님' 을 그리며  행복에 젖었던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기사들은  지켜야할 세가지의  의무이자 명예가 있다.   세번째는  자신의 명예, 이것은 기사간의 1:1  결투로 결정지어 지기도 한다.  두번째는  왕과 왕국을 지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첫번째 명예는  '카발리에로' 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   오직 한명, 귀부인의  카발리에로가 되면  그 여인의 명예를 지켜주고,  존중하며  평생  충성해야만  한다.   심지어  전쟁중일때조차   귀부인의  신변에 위협이  닥치면  전장을 이탈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허용될 만큼  '기사도'의  핵심이다.

 퀴트린과 아아젠의  만남, 우연히 함께 여행하게 되면서 사랑이 무르익는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진  단락과  치열한 전쟁 장면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면서  사랑과 전쟁이 더욱 강렬하게 대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뒷부분에 <설정집>  또한 얼마나 상세한지.  ^^  세 왕국의  신화, 역사,정치,사회,문화,기사 제도등  책속에 중간중간 언급된  내용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함으로써  왜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되고,   전쟁을 일으킨 나라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가가 이 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인지...   그것이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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