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분 1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19분, 그 짧은 순간 동안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 평화롭던 마을은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고통으로 아수장이 되었고, 살아남은 이들도 평생동안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야만 할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소년이 처음으로 유치원 버스에 타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년은 또래 친구들보다 체격이 작다는 이유로, 활동적인 것 보다는 사색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단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해야만 했고 그날의 일은 소년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이어진다.

 

 "독특한 것과 괴상한 것, 다시 말해 토머스처럼 잘 적용하며 크는 아이와 피터처럼 불안정하게 크는 아이를 만드는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일 뿐이다. 모든 10대가 그런 팽팽한 밧줄의 양 끝에 서서 자신을 잘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균형이 끼울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어른들은 알 수 있을까? (1권- p.235)"

 

 소년은 말한다. "제가 몇 명이나 해치웠나요? 걔들이 먼저 시작했어요." 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찌나 섬짓하던지. 세상에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 보다 더한 아픔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과감하게 가해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처음엔 소년의 당돌함에 어이가 없었지만 소년의 행동이 '그것을 멈추게 하기위한' 것이었음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점차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누가 누군가를 아무리 괴롭힌다고 하여도 10대들의 장난일 뿐이라는 생각과 도를 넘어선 교내 폭력이 소년에게 미친 영향을 균형있게 판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분> 이 책은 <쌍둥이별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의 원작>의 작가 조디 피콜트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전작이 장기기증에 관한 것이라면 이번엔 청소년 범죄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 사회도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가 이미 심각한 수준인지라 단순히 소설 속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보다 현실적으로 와닿았던것 같다. 특히 학교 폭력의 경우 피해자였던 학생이 다시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는데 소설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여서 더욱 안타까웠다.  

 

 이 책이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또 한가지 이유는 소년의 가정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정상적인 범주안에 드는 가정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가 세상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원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됨과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렵기만 하다. 1권 표지에서 홀로 등을 보인 체 서있는 소년의 모습과 손을 맞잡은 2권 표지가 무척이나 의미 깊게 다가온다. 어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 더'의 사랑과 관심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 죽으면 그 마음까지 함께 가지고 가는 걸까? 그래서 남은 사람은 몸 안에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구멍을 간직한 채 여생을 살아야 하는 걸까? (1권 - p.176)" / "기억해주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 한 그것은 여전히 존재하는 거야. (2권- p.2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바타 - Avat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하 모든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온 것임>
 

아바타 관객이 천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이지 대작은 대작인가 보다. ^^
뭐가 그리 바쁜지 솔직히 영화 보러갈 시간도 없고, 가끔씩 가더라도 실망이든 좋은 감정이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이번에 아바타의 경우는 꼭 리뷰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뭐랄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지는 감동을 조금이나마 붙들어 두고 싶은 이유에서 말이다. 
 
 지난주 목요일은 울 아들의 여덟번째 생일이었다. 생일 선물로 쌍안경을 안겨주고는 주위에서 강추하는 '아바타'를 보기위해 극장엘 갔다. 아바타를 제대로 볼려면 3D를 보라고, 그리고 이왕이면 IMAX 영화관에서 보라고 하더라만 CGV에 들어가서 예매할려고 하니 완전 매진매진매진...  난리도 아니더라. 그날을 위해 우리 부부 둘 다 휴가를 냈고 무려 2주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서 조조로 가게된 것이었다. 
 
 대구CGV IMAX관의 경우 D, E열이 중앙이 명당이래서 어렵사리 E열 중앙쯤에 자리를 예매했다. 다른 영화 예고편 나오고 광고 나올때만 해도 화면이 너무 가까운 것 같아 우울하더니만 막상 영화가 시작하고 3D 전용 안경을 통해서 관람하니 소문대로 명당이 맞구나 싶어 어찌나 흐뭇하던지. ^^ 작년 연말에 상영중단 사태가 생기는 등 화질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화질도 선명하고, 우려했던 어지럼증 전혀없이 2시간 40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져들어서 봤다.
 
 내용을 상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대략 언론에 공개된 범위안에서 말하자면 이렇다. 때는 멀지 않은 미래다. 사람들은 지구의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과 협상하기를 바라지만 진전이 없다. 나비족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떠날 생각이 전혀없을 뿐더러 지구인들에게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의 자원을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무력으로 나비족을 몰아내고자 용병들을 모집하여 나비족을 침략한다.   
  


 
  
 주인공 제이크는 죽은 형을 대신해서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는데 나비족과 똑같이 생긴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의 일원이 되는데 성공한다. 그는 판도라 행성과 나비족에 대해 알면 알수록 깊이 공감하고 그들에게 동화된다. 특히 자신을 구해준 추장의 딸 네이티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나비족에 대한 정보 수집'이라는 본연의 임무와 나비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두 가지 생각으로 인해 갈등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으면 적으로 간주하고 빼앗으면 된다?"  
아바타의 전쟁 장면이 리틀 빅혼 전투를 재현했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것 같다. 자연과 교감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나비족에 비해 무조건 빼앗으려고만 하는 지구인들이 원망스러웠다. ㅠ.ㅠ <늑대와 춤을>에서 캐빈 코스트너가 맡았던 역할처럼 혹은 서부 개척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인 키트 카슨처럼 나비족을 사랑하지만 결국은 침략자들을 나비족에게로 인도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제이크의 안타까운 운명이 마음아팠다. 
  


 
네이티리, 영화 속 캐릭터 중에서 가장 맘에 든다. 솔직히 그녀가 맨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인상이 무척 강해서 이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비족 나비족 추장의 딸로서 부족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용기와 여전사로의 이미지, 제이크에 대한 사랑... 하여간 영화에 정신없이 빠져든 어느 순간 그녀가 정말 이쁘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온다. ^^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소리치며 우는 모습까지도 정말 이쁘다.  


  


 
  
 나비족의 전사가 되기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 이크란과의 비행이다. 이크란은 고대 생명체중에서 하늘을 하는 익룡과 닮은 새다. 평생 한 명의 전사만 태운며 교감하는데 영화의 장면중에서도 굉장히 극적으로 묘사된다. 거의 목숨걸고 해내야만 하는 성인식인 것이다.   
  
 
 


 

  '에일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 특히 반가웠고 헬기 조정했던 여군도 기억에 남는다. 악역인 대령의 경우도 제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영화가 더 빛난던 것이리라. 무엇보다 어리버리했던 제이크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외적으로, 내적으로 점차 강해짐에따라 포스도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 이 영화에 너무 빠져 버린 것인지 제이크의 깃털 장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 까지도 멋지더라. ^^;; 
 
 이처럼 누가 뭐라해도 아바타의 강점은 볼거리다. 감독과 그래픽팀이 '반짝이는 것'에 대해 애착이 있는지 초록빛 숲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생명체들을 보고 있으려니 황홀하다는 표현말고는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 나비족과 그들의 보금자리, 영혼의 나무, 공중에 떠 있는 산, 힘차게 날아가는 이크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상상해 내고 또 시각화 했는지 인간의 상상력과 과학기술이 조합이 정말 환상이다!! 
 
 영화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영화였다. 스토리가 뻔하고 단순하다며 아쉬워하는 분들 많더라만은 개인적으로는 머릿 속이 복잡할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자연보호나 인간의 열정, 의지 그런 것부터 생명의 신비와 우주의 심오함까지... 원래 단순한 것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법이다. 나에게 가장 와닿는 굵직한 메세지 하나만 가슴에 새기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도저도 싫은 사람은 그냥 화면에만 집중해도 최소한 비용대비, 시간대비 절대 아깝지 않은 영화다.
 
 아직도 못 보신분들 있다면 꼭 보시기를~  다운 받지 말고 꼭! 극장에서, 이왕이면 3D로 강추합니다.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바이, 사교육>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굿바이 사교육~ 이라는 제목만 봐도 일단은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엄마들의 필독서라고 하니 완전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한 것이 말이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면서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사교육에 대한 다른 책들처럼 '무조건' 보내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식으로 혹은 사교육 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하려는 책이면 어쩌나 괜시리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솔직히 우리 나라의 사교육 시장은 고삐 풀린 망아지나 마찬가지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 내 돈 들여 교육시키겠다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사교육비가 가계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함으로써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예로부터 자녀에 대한 교육이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투자라고 여겼던 사고 방식 때문인지 개인의 여가를 위해 혹은 노후를 위한 저축보다도 우선해서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 가정의 현실인 것이다. 

 

 언젠가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가계지출의 10%를 넘어섰다고 하던데 이는 유럽이나 선진국의 3~9배에 해당되는 수치라고 한다. 우리 집만 해도 통계 수치와 비슷한 수준인데 지출 내역에 있어서 주택구입 비용 다음으로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는 통계일 뿐인지 주위에는 아낌없이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정도 정말 많다.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서 혹은 부모로서 해줄 것은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조기 유학 보내는 비용과 비교했을 때 보다는 저렴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더 많이 지출하는 사람들을 손꼽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부모가 팍팍 밀어주니 걱정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을까? 이미 답을 알고 있듯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또 다른 문제다. 생각해보면 사교육비 만큼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지출이 있을까 싶다. 돈을 들여 물건을 샀으면 좋다, 나쁘다 결론이 나야 하는데 사교육비는 한 순간 효과를 보는 것 같다가도 한계가 온다고들 한다. 공부란 결국은 스스로가 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 학원 문화는 '떠먹이는 교육' 이라는 것이다. 묻지마 사교육, 대한민국 학원 시장이야 말로 세계 최강이다. ㅠ.ㅠ

  

 학부모가 되어 보니 그렇더라. 개인적으로 사교육 문제만 나오면 열성적인 엄마들 탓하는 시선이 싫다. 나 자신이 그런 엄마들 축에 속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해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가 지금의 부를 누리는 것은 전후에 허리띠를 졸라가며 자식들 뒷바라지했던 우리의 어머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만 조율이 필요한 시점을 놓치고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엄청난 금액을 사교육비에 쏟아 부어 고졸자의 80% 이상이 대학을 가지만 결국은 88만원 세대가 되고 마는 현실을 과연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것일까! 

 

 교육 정책은 100년을 내다보고 수립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제발 확고하여 흔들리지 않은,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어도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교육정책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학교마다 대학 진학율을 높이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만 대학에 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학등록금 때문에 말들이 많더라만은 예전에는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해도 충분하던 공무원이나 금융 서비스 관련 일들을 요즘은 학사, 석사까지 받은 사람들이 피터지게 경쟁해서 들어간다. 이거 완전 사회적인 낭비 아닌가! 구직자란에 나이, 학력 제한 없에고 기능직으로도 먹고 사는데 지장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면 너무 과한 욕심일까? ^^;; 

 

 <굿바이 사교육> 이 책은 우리 교육을 걱정하고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소신과 의지에 의해 출간된 책이다. 각 쳅터는 1교시에서 7교시 까지의 특강으로 진행되며 각 수업마다 강연자가 다르다. 이들 중에는 교육 평론가, 교수 등 전문가도 있고 사교육없이 성공적으로 영어 교육을 시킨 어머니와 학원 관계자의 강연도 있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지만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 본다는 것, 그래서 더욱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교육문제는 가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다만 자녀를 양육하는 1차적인 책임과 의무가 부모에게 있는 만큼 부모의 선택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사교육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기 감축 협상' 만큼이나 어렵다는... ㅠ.ㅜ 부담을 느끼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굳게 마음 먹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교육에 대한 소신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 또한 강연자들과 같은 마음이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봤던 내용입니다. 영국의 어느 박물관에는 공중에 매달려 있는 의자가 있다고 해요. 장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한 남자가 자신의 의자에 앉아있던 장인을 죽인 후 사형을 당하면서 누구라도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은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남겼다고 하지요. 많은 젊은이들이 호기심이나 앉았다가 죽기도 했고 미신이라며 큰 소리 치며 앉았던 이들도 죽음을 맞았다고 합니다. 
 

 처음 TV를 봤을 때만 해도 마법사가 등장하는 시대도 아닌데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에 저주를 건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라며 믿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희생된 사람이 300여명이나 되고 공중에 매달려있는 의자까지 보여주니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투탕카멘의 저주'는 어떤가요? 유물을 발굴했던 사람들의 잇단 죽음으로 주목받았던 파라오입니다. 최근에는 그들의 죽음이 저주와는 상관없는 우연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가 숨쉬고 있는 21세기에도 미스테리한 일들은 수도없이 많다보니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확신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악마의 바이올린> 이 책에는 파가니니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악마의 바이올린이자 저주받은 바이올린이라는 설정으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파가니니는 19세기 초, 신기에 가까운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인 작곡가이자 연주가 입니다. 사람들은 파가니니의 놀라운 연주 실력이 악마와의 거래로 얻은 것이라 수군거렸는데 그의 특이한 외모 - 날카로운 눈매와 매부리코, 비정상적으로 긴 손가락 때문에 그런 소문이 더욱 커졌다고들 합니다. 파가니니가 잘 생긴 외모였다면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까요? 어쩌면 '악마와의 거래'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기교가 넘치는 연주를 했던 까닭이겠지요.  

 

 사건은 천재 바이올린 연주가 아네 라라사발이 공연도중 살해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 페르도모 경위는 음악에 대해 별 관심없이 살아온 인물이지만 아들을 위해 연주회장을 찾았다가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피해자가 유명인사이다 보니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라진 바이올린이 박물관에 보관해도 좋은 만큼의 가치를 지닌 악기라는 점도 주목을 끕니다. 더구나 그 바이올린이 많은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한 파가니니의 저주받은 바이올린이라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옛말에 "훌륭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사실 목수에겐 실력만큼이나 연장도 중요해요. 마찬가지로 연주가들은 악기를 통해서만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으니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에 대한 집착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초, 중반까지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것에 비해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했습니다만 냉철하고 현실성있는 인물들과 전설적인 바이올린을 둘러싼, 클래식과 추리소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신선하게 와닿았던 작품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작품인 <10번 교향곡>도 읽어보고 싶어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어제, 오늘에서야 잠시 수그러드는 것 같네요. 올 겨울은 '삼한사온' 이라는 겨울 날씨의 특징을 따르지 않고 제 멋대로 춥기만 한 것이 이상기온의 한 형태인가 싶어 괜시리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가을엔 어김없이 낙엽이 떨어졌고 여름 한철 그렇게 울어대던 매미도 모두 사라지는 등 추위에 맞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지요. 
 

 <외뿔> 이 책은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이외수님의 우화상자 입니다. 주인공은 짐승도 곤충도 아닌 물벌레 입니다. 호수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물벌레 말입니다. 최근에 읽었던 <사부님 싸부님>의 주인공이 올챙이였다면 이번에는 올챙이보다 더한 미물인 물벌레가 주인공인 것입니다.

 

 물벌레는 자신의 외모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평생 바닥을 기어다녀야 하고 다른 물고기들의 밥이 되어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을 '조물주의 폐기물' 이라고까지 합니다. 열등감은 자기 비하를 낳고 자기 비하는 스스로를 고독에 빠뜨립니다. 결과적으로 열등감에 휩싸인 물벌레는 엄청난 고독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삽화와 여백 그리고 힘을 실어주는 문구들이 많은 작품입니다. 특히 물벼룩을 비롯해서 호수 속의 다른 생명체들이 툭툭 던지는 말들을 그냥 웃고만 넘길 수는 없는 문장이며, 미물보다 나을 것이 없는 인간들의 모습에서는 잠시 낯이 붉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등장하여 자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확실히 웃기면서도 단호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그 사람의 외모가 어떠한지 어떤 학벌을 가지고 있는지, 집안이 어떤지 등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자는 미물인 물벌레를 통해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 즉 사랑을 잃지 않고 내면을 채워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밑줄 친 문장들

 

 "좀도둑은 만 개의 자물쇠가 있으면 만 개의 열쇠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큰 도둑은 한 개의 열쇠로도 만 개의 자물쇠를 열 수 있다. 깨달음이란 천지만물이 간직하고 있는 진리와 사랑의 알맹이를 한 개의 열쇠로 감쪽같이 도적질하는 일이다. (p.89)"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고, 세상와 절연하는 방법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세상과 조화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조화로움이 곧 아름다움이니까요. (p.165)"

 

 "천하만물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되면 천하만물을 사랑하는 눈도 가지게 되리니 그때는 천하만물이 어디로 가는지를 절로 깨닫게 되리라. (p.3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