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올초에 개봉했던 영화 체인질링(Changeling)이 생각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해서 화제가 되었었는데 흥행성적은 뒤로 하고라도 지금까지 여전사 이미지였던 졸리의 연기 변신이 돋보였다는 평을 들었다.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아이, 하지만 다른 아이였다. 경찰은 실적을 위해 개인의 행복을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한다. 진짜 내 아이를 찾기위한 눈물겨운 모정에 가슴이 찡했던 한편, 불과 80여년 전 뉴욕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는 사실이 긴장감을 더했던 기억이 난다. 

 

 <스톨른 차일드> 이 책도 '뒤바뀐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요정을 모티브로한 '파에리'들이 등장하는데 7세 전후의 어린 아이의 키에 재빠른 동작, 몸을 마음대로 늘렸다가 줄일 수 있는 능력, 뛰어난 청력 등 재주가 많은 요정들이다. 열명 남짓한 이들은 야생의 생활에 적응해 살며 나름대로 리더도 있고, 서열과 규칙도 있다.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아이를 점찍어 관찰한 후, 가장 서열이 높은 아이와 바꿔치기 한다. 새로이 파에리가 된 아이는 거의 1세기쯤 지나서야 다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서열이 된다.

 

 드물게 부모가 알아차리는 경우 파에리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데 보통은 아이의 부모가 뒤바뀐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람처럼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 헨리 데이는 일곱 살 무렵에 파에리 애니데이와 뒤바뀐 삶을 살아간다. 삶에 있어서 좋고 나쁘다는 개념은 사람이나 요정 모두 마찬가지인가 보다. 인간의 삶의 동경해서 헨리 데이로 살아가게 된 파에리는 사람처럼 보이게 노력하는 것들이 힘들기도 하고 부모님을 비롯한 동생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니데이가 된 헨리 데이는 동굴에서 살면서 훔친 음식과 곤충을 먹으면서 살아가는데 점차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잃어간다.    

 

  그로부터 3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헨리 데이로 살아가던 애니데이는 헨리 데이의 인생을 훔치기 전 자신도 파에리에 의해 삶을 도둑맞았다는 것을 알게되고 자신이 누군인지 찾고자 한다. 애니데이로 살아가던 헨리 데이도 파에리의 규칙을 어겨가면서 잃어가는 기억을 글로 남긴다. 언젠가는 자신의 삶을 빼앗아 간 파에리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체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어른이 된 '뒤바뀐 나'라는 사실에 다시금 혼란스러워 하는데... 지금이라도 두 사람이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것이 맞을까! 정체성이란 본질적인 나로부터 오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나에게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참 어렵다. ^^;;

 

 신화란 자연현상을 통해 만들어진 것일수도 있고,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지어진 내용이기도 하다. 체인질링에 관해서도 고대에 못생긴 아이나 몸이 불편한 아이가 태어나면 그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파에리가 자신들의 진짜 아이와 뒤바꾼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이를 숲에 내다버리는데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런 문화를 전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과거에 인권에 대한 개념도 없고 노동력이 절실하던 시절 생겨난 이야기가 아닐가 생각해 본다. 책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맘이 들어 힘들기도 했지만, 신화가 주는 신비로움과 환상적인 분위기만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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