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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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가 스치듯 지나치는 사람들 중에서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봐도 스타일이 멋진 여자가 있다. 화려하거나 과감한 의상때문이 아니라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흔히들 말하는 카리스마라고 할지 포스가 느껴지는 경우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하면 움츠림없이 정말 당당하다는 점인데 걸음걸이부터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도 표지의 저자에게서 자신감과 당당함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소설 쓰느라 고생했던 나를 위로해주려고", 여행의 이유를 묻는 잡지사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하면서 떠났다는데... 소설을 출간한 직후 신간 홍보와 인터뷰를 뒤로하고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작가의 자유로움때문에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어 낼 때에는 지금까지 보고 겪고 느꼈던 것들이 작품 속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여행을 통해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이 경험했던 범위만큼 표현의 경계가 넓어지고 자유로와 진다. 부푼 기대감으로 실행에 옮겼던 여행이 초반부터 예상치 못했던 어긋남으로 꼬인다 할지라도 여행이 끝나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거리로 남게되고 추억이 된다. 또한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주는 당혹스러움을 통해 여행의 지혜를 얻게 되기도 한다.       

 

 "예술을 알면, 문학을 좋아하면 인생이 복잡해진다. 좋게 말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보통 사람들은 밖에 보이는 것만 보고 이렇다 저렇다 미추를 논하는데, 예술가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사람들이거든. 자신이 남다른 생을 살아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p.120" 

 

 예술 작품이나 문학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평소 궁금해했던 질문에 답을 얻는 경우보다 오히려 생각이 참 많아지고 수많은 의문을 품게 하는 경우도 많다. 삶과 인생에 대한 질문,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때론 사회적인 문제점, 불편한 진실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때문에 인생이 풍요로와지면서 동시에 복잡해진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이 갔다. ^^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여행이 아니라 '문화 예술 기행' 이라고 하면 딱일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명화를 감상하고,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기차에서 유명 여배우를 만나 인연을 맺은 사연을 읽으면서 정말 억세게 운 좋은 여인이라는 생각도 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주저함이 없는 그녀,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그녀의 당당함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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