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 내인생의책 그림책 6
낸시 틸먼 지음, 이상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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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를 통틀어 최고의 순간은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이셨던 박정선 선생님을 만난 순간이었다. 소심덩어리에 존재감없는 학교생활을 하던 내가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책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글을 쓴다는 것의 기쁨을 처음 알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통틀어서는 교내 신문반에 뽑혔을 때였고, 대학 시절엔 졸업 직전에 지금의 직장에 입사하게 된 것이 최고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겪었던 최고의 순간을 모두 합친다 해도, 심지어 내 남자와 함께 결혼 행진곡에 맞춰 스텝을 밟을 때 조차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생애 최고의 날은, 그 날은 바로 내 아이가 태어난 날이다. 
 

네가 태어난 그날 밤,
달은 깜짝 놀라며 웃었어.
별들은 살그머니 들여다봤고
밤바람은 이렇게 속삭였지.
"이렇게 어여쁜 아기는 처음 봐!"

정말이지, 지금껏 이 세상 어디에도
너 같이 어여쁜 아이는 없었단다. 

 



 정말로 곰이 춤을 춘다. 덩실덩실~~ 한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은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생물학적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 그 이상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던 날, 세상은 오로지 한 생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부모와 가족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의 아이를 축복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렇게 어여쁜 아기는 처음 봐!" 라는 표현처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너무나 공감가는 내용이다.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듯이 아이가 지금의 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털처럼 많은 시간과 수많은 밤이 지나 아빠가 되어서야만 가능하리라 생각하니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처음엔 초등 1학년인 아이에게 좀 쉬운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진지하게 읽어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혼자서 한 번 읽고 나더니 한 번 더 읽어달라고 한다. 아이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거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엄마의 입을 통해서 자신이 태어난 날이 어떠했는지 더듬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유아기때 읽은 책들 중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의 책이 몇 권 있었는데 '네가'라는 부분에 아이의 이름을 넣어서 읽어주면, 내 표정만 보고는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책을 읽고 나면 아이가 태어나던 때의 상황을 설명해주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야기 해달라고 조른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겨울에 눈을 구경하기가 참 힘든 곳이다. 물론 흩뿌리는 정도야 어려울 것도 없겠지만 지난 7,8년 동안 눈싸움을 할 수 있을 만큼 쌓였던 때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 집으로 오던 날 아침에 함박눈이 어찌나 탐스럽게 쌓였던지. 전날까지 세차게 불던 바람도 잦아들었고 온 세상이 아늑하고 포근해서 기분이 이상할 정도였다. 양가의 할머니들도 신기해 하시면서 끊임없이 덕담을 해주셨음은 물론이다. 아이는 지금도 눈이 내리거나 책, 영화를 보다가도 눈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심지어 스키장 갔을 때 조차도 자신이 태어난 날을 떠올린다. 
 



 
 문득 저자인 낸시 틸먼이 사는 곳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 진다. 솔직히 책 속에 장면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한 장면이 많은데 말이다. 어쩌면 현실과 환상이 적절하게 섞인 장면들 때문에 더욱 경이롭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보살핌을 받고 사랑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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