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표지가 반짝인다. 뒤 돌아 서있는 소년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한번쯤 고민하기 마련이다. 이런 고민은 청소년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성장소설을 통해 유년의 기억, 청소년기를 떠올리기도 하고 미래를 고민해 보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또한 성장소설이 주는 풋풋함과 역경을 딛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은 스토리면에서도 매력적인 구성이 아닐 수 없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 하늘을 빨갛게 칠한 와타루에게 선생님이 묻는다. 저녁 노을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믿어주시지 않는다. 이번엔 계란을 탁구공처럼 그렸다가 혼이 난다. 아래쪽에서 보면 계란도 탁구공처럼 보이는데 와타루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답답할 뿐이다. 아버지 없이 태어난 아이라는 이유로, 또래 아이들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 가득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주인공의 일상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성장기의 소년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졌고, 가슴속에 채워지지 않는 구멍을 남겼다. 어느날 우연한 계기로 아버지의 존재를 추리하게 된 와타루는 자신이 크로마뇽의 자식이라고 믿게 된다. 그런 믿음은 지금껏 겪어왔던 모든 부당함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또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주었다. 그제서야 와타루는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한다. 그의 꿈은 멋진 창던지기 선수가 되어 크로마뇽의 후예로서 떳떳해 지는 것이다.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 <유랑가족 세이타로> 이후 오랜만에 만난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요란스럽지 않고 서정적이어 좋다. 그러면서도 일본소설 특유의 조금은 엉뚱하고 기발한 전개라서 심심하지 않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기본적으로는 우정과 사랑을,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야 할 여러 문제점들을 짚어 보기도 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빙하기를 겪게 마련이다. 하지만 빙하기를 이겨내는 자만이 새싹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