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에비
J .P. 포마레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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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외딴곳에서 낯선 이방인인 남녀가 숨어 들어오듯이 정착한다.

당연하게도 주변인들은 그 남녀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남자는 여자아이의 본명이 아닌 에비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자신을 그녀의 삼촌이라 말한다.

게다가 그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밤마다 그녀의 방문을 잠그고 그녀가 매일 약을 먹도록 감시할 뿐 만 아니라 에비가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며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건 에비라 불리는 소녀의 상태다.

어딘지 불안한 눈빛과 말투 그리고 제대로 기억할 수 없는 모습은 누가 봐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듯 보이는 데 에비는 짐이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 기억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가 봐도 이 두 사람의 행보는 수상하기 그지없다.

마치 무슨 죄를 짓고 쫓기듯 숨은 사람들 마냥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고 위치를 추적당할 염려 때문에 전화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에비로 하여금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범죄자의 모습을 하지만 짐은 이 모든 속박과 간섭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 될 뿐 어떤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는다.

이렇게 두 사람의 날카로운 대립으로 책의 중반까지 넘어가면서 분명 두 사람이 어떤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드러내지만 무엇 하나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흘러가고 있다.

이런 방식의 전개는 뒤의 엄청난 반전을 위한 복선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모호한 말들과 행동은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게 느껴질 뿐 아니라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게 한다.

기억이 온전치 못한 소녀가 드문드문 기억해내는 그날 밤 사건의 진실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자 발단인 건 분명하고 누군가가 그들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 사진을 찍어 될 만큼 큰 화제성 있는 사건임은 분명한데 모든 것을 모호하게 둔 채 그저 짐이 에비에게 가하는 압력과 통제만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어 중간이 전부터 흡인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보호하기 위해 감시하고 감금한다는 남자도 자신의 기억조차 분명하지 않으면서도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소녀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뻔히 보이는 모습에는 분명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과연 두 사람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를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드러내는 것이 심리 스릴러의 묘미라면 큰 사건 없이 그저 두 사람의 서로에게 정반대되는 말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찾아내야 하는 과정이 장황하게 흘러가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유추해 볼 만한 단서에는 친절하지 않다는 게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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