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거짓말 요다 픽션 Yoda Fiction 2
정해연 지음 / 요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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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강력사건이 벌어져 제대로 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한 채 또다시 사건 현장으로 가게 된 미령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건물에서 낯익은 인물의 시신을 만나게 된다.

인근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시신에는 손톱이 모두 뽑혀 있었고 누군가와 몸싸움이 있었던 걸로 추정되는 바 CCTV를 확인해보기로 하지만 그 화면에서 의외의 인물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다.

게다가 범죄 현장 곳곳에 찍힌 지문을 확인한 결과 오래전 집을 나온 후 왕래가 없어 생사조차 몰랐던... 미령에게는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아빠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흡수할 새도 없이 그 아빠가 피 묻은 칼을 들고 뒤를 쫓는 대상이 자신의 딸아이라는 걸 알고 정신없이 자신의 집으로 향하고 마침내 딸에게 해를 가하려던 아빠를 현장에서 검거한다.

시신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손톱을 제거하면서도 사건 현장에 수많은 지문과 족적을 지우지 않은 점이라던가 왜 그 아이를 죽였는지 이유가 분명치 않은 점 등 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미령의 집까지 쫓아가 혜리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다 사건 현장에서 검거된 용의자의 혐의가 너무나 분명해 사건은 쉽게 일단락되는듯했다.

외진 곳에서 늦은 밤 현장에 있었던 세 사람... 그중 한 명은 살해당했다면 용의자는 둘 중 하나가 분명하기에 이 책에선 누가 범인인지가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너무나 혐의가 분명히 드러나지만 죽은 아이와 접점이 없는 나이 든 남자와 일견 겁먹은 피해자의 모습을 하고 사건 현장에서 달아났지만 죽은 아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소녀라면 정황증거를 빼고 보면 노인보다 여자아이가 더 혐의가 적다고 말할 수 없을듯하지만 경찰은 정황증거를 들어 더 이상 수사할 의지도 없이 노인을 범인으로 결론짓는다.

하지만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던 미령은 충격과 당황에서 벗어나면서 사건의 진실을 한눈에 파악하고 이때부터 형사로서의 미령이 아닌 엄마로서의 미령으로 임하면서 불리한 증거는 모두 은폐하거나 없애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건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아빠의 범행으로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처음부터 사건 현장에 의문을 가졌던 은호는 그런 미령의 노력을 하나하나 깨면서 사건의 실체에 점점 접근해온다.

경찰서 내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온 두 사람의 대결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나 다름없었지만 조금만 조사하다 보면 죽은 아이와 혜리의 접점은 찾을 수 있었고 두 아이가 서로 아는 사이였을 뿐 아니라 단둘이 연락하고 만나던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나가지 않은 채 컴퓨터 게임만 하고 엄마와의 대화도 거부하고 있었던 혜리가 죽은 그 아이와만 만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어쩌면 너무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딸아이만큼은 자신처럼 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는 딸의 방황으로 이어지고 그런 딸을 지키고자 했던 미령의 노력은 오히려 혜리로 하여금 자신의 안으로 움츠러들게 만들고 대화마저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 어린 자식이 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었을 때 부모로서 그런 자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식의 앞날을 생각해서 없었던 일처럼 묻고 진실을 외면한 채 쉬쉬해야 할까?

아니면 상처를 만처하에 드러내놓고 사람들의 관심과 험한 말을 이겨낼 수 있을거라 믿고 지켜봐야하는걸까?

이 부분에 대해선 사실 나조차도 어떤 입장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딸 혜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직업조차 버린 채 전력으로 대항했던 미령의 심정이 이해도 가고 그런 엄마를 보면서 현실을 피하고 움츠러들며 모두를 거부하는 혜리의 모습도 이해가 갔다.

아마도 작가 역시 살인사건의 해결보다 이런 문제를 드러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서 먼저 원인을 찾는 건지... 사람들의 무신경한 그런 말과 시선이 피해자와 그 가족을 두 번 울리는 거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건지...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살인사건과 연결해 사건의 인과관계를 쫓아가는 과정을 통해 하나둘씩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두 번째 거짓말

범인을 찾는 재미는 적지만 가독성도 좋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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