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쉬즈 곤
카밀라 그레베 지음, 김지선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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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처럼 모든 것은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 발생했다.

그녀의 이름은 한네, 그리고 프로 파일러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그런 한네가 눈 폭풍이 치던 밤 외진 곳에서 신발도 잃어버린 채 추위에 떠는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깊이 들어갈수록 마치 늪에 빠진듯한 양상을 보인다.

무엇보다 한네의 기억이 사라져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고 두 번째 문제는 그녀의 곁에서 늘 같이 다니며 수사하던 파트너이자 연인인 페테르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 그 추위에 낯설고 외진 곳에서 발견되었는지 그 발견 이전에 자신과 파트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네

사라진 페테르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라도 한네의 기억이 절실한데 알고 보니 한네는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고 있었을 뿐 아니라 본인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하고 모든 것을 그녀가 가지고 다니던 갈색 노트에 기록하고 있었음이 밝혀지지만 그 노트 역시 찾을 길이 없다.

그런 그녀를 도와 사건을 수사하는 사람은 말린인데 사실 말린은 이곳 오름 베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지만 마을의 모든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은 몇 안 되는 이곳이 싫어 다른 곳에서 경찰 생활을 하다 이번에 맡은 미제 사건 수사 때문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상황이다.

그녀와 한네가 맡은 미제 사건은 공교롭게도 19년 전 그녀가 그녀의 남자친구와 있다 우연히 발견한 백골화가 진행된 어린아이의 사건으로 당시에는 그 아이를 찾는 사람도 실종 신고도 없는 상태라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

그런 미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사고를 당한 한네와 실종 상태인 미테르

그들이 무슨 수사를 했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한네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와중에 어린아이 시신이 발견된 똑같은 장소 즉 돌무덤에서 총에 의해 피살된 여인의 시신이 발견되고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마을에 남은 사람이 백여 명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그들 중 누군가 살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하는 마을 사람들은 모든 의혹의 시선을 평소처럼 마을 한복판에 차지한 난민 수용소로 향한다.

여기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분노와 원망이 깔려 있는데 마을이 쇠락해가고 사람들이 떠나는 동안 도움의 손길조차 한 번 없었던 정부가 폐쇄된 건물에 자신들의 동의없이 난민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그들을 교육 시키고 먹이고 재우며 많은 복지혜택을 준다는 사실에 억울함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노와 모든 원망이 쌓여가는 이때 벌어진 살인사건은 일측 즉발의 상황을 불러오지만 이를 해결할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한네를 발견했으며 일기를 주은 제이크

제이크는 엄마를 암으로 잃고 직업도 없이 매일 술을 마시는 아버지를 둔 10대 소년이며 그가 진즉에 일기를 주은 사실을 경찰에게 알릴 수 없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네의 일기를 읽고 그들이 무슨 수사를 해왔는지 용의자는 누구인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앞으로 나설 수 없는 제이크로 인해 쉽게 풀릴 수도 있었던 페테르의 행방과 범인을 알지 못한 채 실마리 없이 하나하나 사건을 되짚어가는 모습은 답답할 만큼 느슨한 와중에 이 마을을 둘러싼 문제와 갈등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이 마을 출신인 말린과 다른 곳 출신인 안드레아스

경제주체로서의 힘을 잃고 갈수록 낙후되어가는 고향 그리고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말린의 시선에는 애증이 있다.

열심히 살았지만 더 이상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이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침몰되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왜 난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복지 혜택을 그것도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누리는지에 대해 부당하다 생각하는 말린과 이와 반대로 안드레아스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그들을 돕는 건 당연할 뿐 아니라 그들이 아닌 누구라도 이런 처지에 처할 수 있었음을 기억하라는 말로 그들의 입장을 변호한다.

세계 각국에서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요즘 가상의 작은 마을 오름 베리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들에게 가는 온갖 혜택에 대해 부당하다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 난민 수용소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 차가운 의혹의 시선들은 님비현상과 닮아있다.

자신이 사는 곳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너그러울 수도 인류애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사는 곳이라면 입장이 달라지는 사람들

십수 년에 걸친 살인사건의 진실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는 애프터 쉬즈 곤은 스피디한 스릴의 맛은 적지만 퍼즐 조각을 짜 맞추는 재미는 있었다.

화려한 살인도 제멋에 겨운 미치광이 살인마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나오는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 상황에 대한 묘사가 빛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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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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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의 시작은 한 통의 편지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은 마사야는 고심 끝에 그를 만나보기로 한다.

그 사람은 바로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유인 감금해 잔혹하게 고문한 후 살해하고 암매장한 희대의 연쇄살인마인

하이무라 야마토로 마사야는 그가 운영하던 제과점 로셸에 자주 빵을 사러 갔던 손님 그 이상은 아닌 관계이기에 그가 자신에게 왜 편지를 보낸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궁금증을 가지고 만난 그는 마사야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다 인정하지만 마지막 살인만큼은 자신이 저지른 죄가 아니니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 온다.

법대를 다니지만 어릴 적부터 우수한 아이라 소문났던 것에 비해 형편없는 학교를 다닌다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언젠가부터 자존감이 떨어지고 학교에서도 적응을 못해 겉돌고 있던 터라 그런 자신에게 마치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도와달라 부탁하는 하이무라의 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용기와 어릴 적의 긍지와 더불어 자신감이 살아나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런 이유와 더불어 그의 주장처럼 마지막 살인사건은 분명 그 이전의 살인사건이나 하이무라가 본인의 소행이라 인정한 사건의 형태와 차이가 있어 마사야는 그의 부탁을 승낙하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뛰어들어 그의 행적을 조사하면서부터 마사야에게는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언젠가부터 사람을 똑바로 볼 수도 없고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가 어느샌가 어릴 적의 자신의 모습처럼 누구와도 쉽게 얘기할 수도 마주 볼 수도 있게 된 것... 이 모든 변화는 하이무라와 면담을 하면서부터 나타났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사람을 보면서 하이무라가 느꼈던 전능감을 느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가 한 것처럼 자신 역시 사람을 죽이는 것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유혹을 느낀다.

하이무라에게는 이렇게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자신감을 고양시키는 재능이 있었다는 걸 점차 깨달아가던 그때 우연히 어릴 적의 하이무라 사진을 보고 충격에 빠지는 마사야

연쇄살인을 저질렀음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을 뿐 아니라 그를 좋아하던 사람 중에는 아직까지도 그의 죄를 믿지 않고 누명을 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의 소유자인 하야무라를 만나면서 내부에서부터 점점 변해가는 마사야의 심경의 변화를 그리고 있는 사형에 이르는 병은 우리가 흔히 연쇄살인마 하면 연상되는 사람 즉 폐쇄적이고 음울하며 소극적이거나 폭력성을 가진 사회부 적응 자라는 인식과 정반대 타입인 하야무라를 내세워 편견이나 선입관이 얼마나 우리의 눈과 판단을 쉽게 가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드러운 말투, 호감형인 외모, 여기에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나?

이렇게 친절한 이웃의 모습으로 다가와 조용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취하는 그들...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마의 모습을 하이무라라는 인물로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다 누구라도 동정할만한 불우했던 과거를 가진 그는 사람들 마음속에 은연중에 동정심을 끌어내고 있어 그와 조금이라도 깊은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끌려가는 것을 막기도 쉽지 않다.

그를 조금이라도 가깝게 느끼고 싶고 그와 닮고 싶어 하던 마사야 역시 예외는 아닌 상황

점차 범인의 시각으로 다른 사람을 보는 지경에 이르지만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는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자신이 어떤 위험에 노출된지도 모르는 마사야를 보면서 거미줄에 걸린 파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드럽게 다가와 날카로운 주먹을 날리고 거기에다 카운터펀치까지 제대로 먹여준... 가독성도 끝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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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 기억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섀넌 커크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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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대충 어떤 내용일 거라 짐작이 가지만 장담컨대 그 짐작을 뛰어넘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복수를 다짐하면서 기억하라고 다짐하듯 말하는 주인공은 16세의 아직 어린 소녀... 여기서부터 여느 복수극과는 조금 다르다.

얼핏 생각하면 그녀가 단순히 화가 나고 분해서 하는 소리인가 싶지만 이 소녀에 대해 안다면 그녀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녀 리사는 변호사 엄마와 건축가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란 상류층 아가씨지만 평범하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재판 성공률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완벽한 포식자의 습성을 지닌 엄마에게서 어릴 절부터 남들과 다른 현실적인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법을 배운 것도 그렇지만 본래의 성격조차 감정 변화가 크지 않은 그녀의 이런 남다른 면모가 모두에게 확연히 드러난 건 아직 어릴 때 그녀가 있는 교실에 총기를 들고 남자가 나타났을 때이다.

아이들은 물론 선생까지 모두를 불안과 공포에 떨게 만들었지만 오로지 그녀 리사만 전혀 떨지도 않고 총격범의 심리상태를 관찰하고 침착하게 판단해 단번에 제압하는 모습은 리사가 어떤 유형의 아가씨인지를 설명해준다.

그런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한 상태에서 등굣길에 누군가에게 납치당하는 일이 생겼고 갇힌 상태에서 파악한 바로는 그들이 노린 건 바로 뱃속의 아기

리사는 납치된 순간부터 납치범이 저지른 실수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을 기억하기 시작하고 반드시 그들을 처단하리라 결심하면서 탈출을 계획한다.

눈에 보이는 사소한 것 이를테면 자신이 갇힌 곳의 크기부터 납치범이 식사를 가져올 때의 시간 그리고 그의 보폭과 그림자 등을 이용해 그의 신장을 파악하는 것까지 그야말로 자신의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해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피해자의 모습과는 다를 뿐 아니라 책을 읽어가면서 독자 역시 아무것도 없이 갇힌 그곳에서의 탈출을 그녀만큼 믿게 될 만큼 그녀에게서는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일견 감정이라곤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소시오패스를 닮은 듯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10대 소녀를 만나는 순간 깨질 뿐 아니라 그녀가 마치 피도 눈물도 없는 듯한 느낌에서 그녀 역시 사람이고 아직 어린 소녀라는 걸 자각하게 해준다.

처음 본 그 소녀에게서 동질감과 더불어 그녀를 향한 보호본능을 강하게 자각하는 리사는 이제 납치당한 위험에 빠진 소녀에서 자신과 아기 그리고 그녀가 지켜야 할 사람을 반드시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전사로 거듭나는데 그 과정에서 마치 훈련받은 특수 요원 같았던 리사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고 그녀가 휠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껴지게 한다.

납치되어 갇힌 첫날부터 마치 일기를 쓰듯 써 내려간 그녀의 기록은 이제 그녀의 복수가 왜 정당한지 그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리사의 엄마도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였고 그녀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FBI 요원들의 활약도 그리고 그가 가진 상처도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이 책은 리사라는 캐릭터의 일인극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오로지 리사에 의한 리사를 위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피해자는 여성 그리고 그런 여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가해자는 남성이라는 대결구도를 제대로 깨부순 작품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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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
백선경 지음 / 든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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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다소 파격적인 의상을 입은 한 여자로부터 시작한다.

비가 그친 날 목욕가운 위에 바바리코트만 걸친 한 여자는 복장에 어울리지 않게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여자를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고 그중에서도 한 남자가 그녀를 따라 산책로가 아닌 조금 으슥한 곳으로 쫓아갔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남자 앞에서 코트를 열어젖히고 남자를 유혹하며 공허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이름은 화영

이 책을 끌고 가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다.

화영이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어릴 적에 양부로부터 당한 성폭력의 후유증 때문으로 보이며 그런 그녀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의붓 오빠 기정이 있다.

또 다른 인물은 책의 제목처럼 카페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콜린이다.

그녀는 어려운 형편에 제대로 배움을 받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만 올바른 직업을 갖기 힘들었다.

큰 덩치 탓에 남자들처럼 몸을 쓰는 일을 하다 우연히 누군가의 도움으로 김치를 만들어 팔수 있게 카페를 개설했고 그 카페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처음의 의도와 달리 카페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경제적인 목적으로 카페의 성질이 변화되고 이에 발맞춰 카페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는데 살면서 공동구매 한번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구가 진행되고 그 과정의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들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유명 카페에서 진행한 공동구매에서 제품이 소개한 것과 달라 문제가 되었거나 카페 매니저 및 스텝들이 제품 판매에 전혀 관여를 안 한다는 설명과 달리 제품을 판매한 업체로부터 소개비로 많은 커미션을 받았다든지 하는 건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콜린 역시 그저 배곯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던 초반의 마음과 달리 어느새 커져버린 카페에서의 자신의 위상에 취해 누구라도 자신의 카페에 흠집을 내는 것을 용서치 않는다. 카페가 곧 자신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래서 클레임을 거는 회원 누구에게라도 은밀한 작업을 통해 축출하거나 거짓말쟁이 혹은 블랙 컨슈머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등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콜린 뿐만 아니라 카페 스텝 역시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판매수당의 달콤한 맛에 취해 자신들의 이익에 해가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폭언과 거짓말을 일삼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마치 힘없는 한 사람을 두고 무리 지어 떼로 덤비는 하이에나를 담은 모습이다.

이렇게 거리에서 남자를 향해 벗은 몸을 열어 보이는 일명 바바리 걸 화영과 콜린의 이야기는 전혀 교차점이 없는 듯 중반까지 흘러간다.

그러다 이 두 사람의 교차점이 보이고 비밀이 드러나면서부터 이야기도 혼돈스럽게 변하고 어린 시절 당한 일에 의한 충격으로 이상 증세를 보이는 화영의 정신 상태처럼 뒤죽박죽 섞여서 헷갈린다.

이렇게 이야기가 섞인 데에는 기정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탓도 있다.

양부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니면 화영과 기정의 착란에 의한 거짓인지 모든 것이 불분명하게 흘러가다 급하게 마무리 지어 시원한 반전이나 통쾌한 복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은 마무리는 허탈함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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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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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란 다소 특이한 제목으로 시리즈를 선보인 타우누스 시리즈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를 내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했고 그 마케팅은 성공해서 연달아 시리즈가 속속 출간되더니 드디어 시리즈의 9번째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피아는 재혼을 했고 아내를 사랑하던 가정적인 남자 보덴슈타인은 이혼의 아픔을 겪는 등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변화가 있었다.

30대였던 피아가 이제 곧 쉰을 바라보는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라는 것과 이 책에서 어머니의 날을 전후한 살인사건을 다룬다는 게 소설의 재미와 달리 묘하게 서글픔을 느끼게 했다.

처음 그 집을 갔을 때는 그저 단순히 고독사한 시신을 발견한 줄 알았지만 시신의 얼굴에서 핏자국을 발견한 피아는 어쩌면 타의에 의한 죽음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죽은 노인의 집에 자주 들락거리던 소녀의 말을 통해 노인이 키우던 개의 존재를 알게 되고 넓은 집 뒤 견사에서 아사 직전의 개가 물어뜯은 듯한 뼈가 사람의 뼈라는 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다른 모습을 띄기 시작한다.

콘크리트로 바른 견사 구덩이에서 3명의 사체가 발견, 그 사체가 오래전 사라진 여자들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80대 노인이 오랫동안 숨겨온 살인 행각이 만 천하에 드러난다.

이 모든 사건은 이렇듯 우연과 우연이 겹쳐 마치 거짓말처럼 단숨에 드러나는데 마치 시신들이 자신들에게로 그들을 이끈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일단 비록 80대의 노인이지만 비교적 정정했던 테오 라이펜라트가 평소 그의 집을 들락거리던 양자와 손자, 거기다 일하던 가정부가 하필 휴가 중이거나 멀리 있어 들여다보지 못했을 때 죽어 경찰이 개입하게 했다는 것

그리고 늘 주인 곁에 있던 개를 누군가가 하필 평소 쓰지 않아 잡풀이 무성했던 견사에 가둬 목마름과 굶주림에 지친 개가 얼핏 세어 나온 시신의 냄새를 맡고 그 밑을 파도록 했는지... 이렇게 우연이 아니었다면 예전 수도원의 터였던 넓은 이 집에서 땅속에 묻혀있던 시신을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고 그 덕분에 수십 년간 완전범죄로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을 드러나게 했다는 걸 보면 어쩌면 사실은 시신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자신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 말하는 모양새다.

집 전체를 다시 수사하다 역시 오래전 자살한 걸로 알려진 이 집안의 안주인이었던 리타 라이펜라트의 시신을 오래된 우물에서 발견하지만 이전의 시신들이 랩에 둘러싸인 채 익사한 상태였다면 그녀는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사건들이 각각 다른 사람에 의한 살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하지만 니콜라 엥엘 반장은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를 바라 더 이상의 조사 없이 죽은 테오에게 모든 혐의를 쒸우는 편한 방법을 택하고자 한다.

테오가 80대의 노인이라는 점을 빼면 그만큼 범죄에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의 평이 안 좋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그의 손에서 양육된 양자와 손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 역시 그를 괴팍하고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상질 나쁜 늙은이로 묘사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집에서 혼자 살고 있고 그가 키우던 개의 견사 밑에서 시신이 발견된 상황이라 더욱 혐의를 벗기 어려운 상태이니 엥엘 반장의 뜻을 따라도 무방한 상황이지만 약간의 의혹도 용납할 수 없는 피아는 엥엘과 대립하면서 모든 걸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한다.

피아를 비롯해 수사팀은 무엇보다 시랍화가 되어 썩지 않는 상태가 되어 발견된 시신들의 정체를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여 그들이 30여 년 전 갑자기 사라진 여성들임을 알아내고 그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범죄 수법도 밝혀내지만 그 세 명의 여자뿐만이 아닌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해된 여자들이 더 있었음을 그리고 그 수가 최소 5명은 된다는 게 밝혀지면서 연쇄살인으로 수사를 전환하고 과연 80대의 노인이 수년 전 젊은 여자를 상대로 이런 범죄를 실행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이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오래전 수도원이었던 이 집은 그 뒤 자연스럽게 부모의 손에서 자랄 수 없었던 아이들을 받아들여 보육원으로 운영되었고 이제 다 커 성인이 된 그들의 입을 통해 보육과정에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체벌이 이 집의 안주인이었던 리타에 의해 은밀하게 행해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리타가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이스박스나 우물에 가둬두거나 랩으로 온몸을 감싸게 한 후 물에 던져 넣는 방법이었다는 걸 밝혀내면서 드디어 사건과 그 집에서 자란 아이들과의 연관관계가 드러난다.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범인이 왜 이런 잔인하면서도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인을 행하는지 그리고 그런 범인이 피해 대상자를 어떤 방식으로 선택했는지가 밝혀지지만 작가의 작품들 대부분이 그렇듯 몇몇의 용의자 중 과연 누가 진짜 범인인지를 알아내는 건 책의 결말 부분까지 가도 좀체 알아 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피해자들의 나이며 외모, 직업 등 모든 것에서 공통점이 없는 상황에서 왜 그녀들이 범죄의 타깃이 되었는지는 범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정보지만 워낙 오래전에 벌어진 사건들인데다 드러난 정보 이면에 숨겨둔 그 사람의 내밀한 비밀까지 알아내어야 가능한 일인데 이제 곧 올해의 어머니날을 앞두고 있어 시간이 촉박하기만 한다.

모두가 각자 비밀을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만 숨기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깊은 상처를 곁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나누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그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진실이 드러나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때까지 밝히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살인자는 원하는 바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언제나 그렇듯 믿었던 사람의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을 발견한 후 느꼈을 충격과 슬픔은 배신당한 사람의 몫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사건들은 좀 더 빨리 드러나거나 혹은 이렇게 많은 피해자를 낳지 않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가 그 아이들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한 번쯤 귀담아들었다면... 혹은 누군가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당연한 듯 드러나는 사람을 제외하고 눈을 크게 뜨고 반전으로 뒤통수를 맞지 않으리라 결심하며 용의자를 하나씩 제외해나갔지만 범인일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또다시 비켜갔다 ㅠㅠ

어느새 50을 바라보는 나이의 피아와 새로운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보덴슈타인 콤비의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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