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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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란 다소 특이한 제목으로 시리즈를 선보인 타우누스 시리즈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를 내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했고 그 마케팅은 성공해서 연달아 시리즈가 속속 출간되더니 드디어 시리즈의 9번째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피아는 재혼을 했고 아내를 사랑하던 가정적인 남자 보덴슈타인은 이혼의 아픔을 겪는 등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변화가 있었다.

30대였던 피아가 이제 곧 쉰을 바라보는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라는 것과 이 책에서 어머니의 날을 전후한 살인사건을 다룬다는 게 소설의 재미와 달리 묘하게 서글픔을 느끼게 했다.

처음 그 집을 갔을 때는 그저 단순히 고독사한 시신을 발견한 줄 알았지만 시신의 얼굴에서 핏자국을 발견한 피아는 어쩌면 타의에 의한 죽음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죽은 노인의 집에 자주 들락거리던 소녀의 말을 통해 노인이 키우던 개의 존재를 알게 되고 넓은 집 뒤 견사에서 아사 직전의 개가 물어뜯은 듯한 뼈가 사람의 뼈라는 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다른 모습을 띄기 시작한다.

콘크리트로 바른 견사 구덩이에서 3명의 사체가 발견, 그 사체가 오래전 사라진 여자들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80대 노인이 오랫동안 숨겨온 살인 행각이 만 천하에 드러난다.

이 모든 사건은 이렇듯 우연과 우연이 겹쳐 마치 거짓말처럼 단숨에 드러나는데 마치 시신들이 자신들에게로 그들을 이끈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일단 비록 80대의 노인이지만 비교적 정정했던 테오 라이펜라트가 평소 그의 집을 들락거리던 양자와 손자, 거기다 일하던 가정부가 하필 휴가 중이거나 멀리 있어 들여다보지 못했을 때 죽어 경찰이 개입하게 했다는 것

그리고 늘 주인 곁에 있던 개를 누군가가 하필 평소 쓰지 않아 잡풀이 무성했던 견사에 가둬 목마름과 굶주림에 지친 개가 얼핏 세어 나온 시신의 냄새를 맡고 그 밑을 파도록 했는지... 이렇게 우연이 아니었다면 예전 수도원의 터였던 넓은 이 집에서 땅속에 묻혀있던 시신을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고 그 덕분에 수십 년간 완전범죄로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을 드러나게 했다는 걸 보면 어쩌면 사실은 시신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자신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 말하는 모양새다.

집 전체를 다시 수사하다 역시 오래전 자살한 걸로 알려진 이 집안의 안주인이었던 리타 라이펜라트의 시신을 오래된 우물에서 발견하지만 이전의 시신들이 랩에 둘러싸인 채 익사한 상태였다면 그녀는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사건들이 각각 다른 사람에 의한 살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하지만 니콜라 엥엘 반장은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를 바라 더 이상의 조사 없이 죽은 테오에게 모든 혐의를 쒸우는 편한 방법을 택하고자 한다.

테오가 80대의 노인이라는 점을 빼면 그만큼 범죄에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의 평이 안 좋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그의 손에서 양육된 양자와 손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 역시 그를 괴팍하고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상질 나쁜 늙은이로 묘사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집에서 혼자 살고 있고 그가 키우던 개의 견사 밑에서 시신이 발견된 상황이라 더욱 혐의를 벗기 어려운 상태이니 엥엘 반장의 뜻을 따라도 무방한 상황이지만 약간의 의혹도 용납할 수 없는 피아는 엥엘과 대립하면서 모든 걸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한다.

피아를 비롯해 수사팀은 무엇보다 시랍화가 되어 썩지 않는 상태가 되어 발견된 시신들의 정체를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여 그들이 30여 년 전 갑자기 사라진 여성들임을 알아내고 그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범죄 수법도 밝혀내지만 그 세 명의 여자뿐만이 아닌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해된 여자들이 더 있었음을 그리고 그 수가 최소 5명은 된다는 게 밝혀지면서 연쇄살인으로 수사를 전환하고 과연 80대의 노인이 수년 전 젊은 여자를 상대로 이런 범죄를 실행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이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오래전 수도원이었던 이 집은 그 뒤 자연스럽게 부모의 손에서 자랄 수 없었던 아이들을 받아들여 보육원으로 운영되었고 이제 다 커 성인이 된 그들의 입을 통해 보육과정에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체벌이 이 집의 안주인이었던 리타에 의해 은밀하게 행해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리타가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이스박스나 우물에 가둬두거나 랩으로 온몸을 감싸게 한 후 물에 던져 넣는 방법이었다는 걸 밝혀내면서 드디어 사건과 그 집에서 자란 아이들과의 연관관계가 드러난다.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범인이 왜 이런 잔인하면서도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인을 행하는지 그리고 그런 범인이 피해 대상자를 어떤 방식으로 선택했는지가 밝혀지지만 작가의 작품들 대부분이 그렇듯 몇몇의 용의자 중 과연 누가 진짜 범인인지를 알아내는 건 책의 결말 부분까지 가도 좀체 알아 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피해자들의 나이며 외모, 직업 등 모든 것에서 공통점이 없는 상황에서 왜 그녀들이 범죄의 타깃이 되었는지는 범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정보지만 워낙 오래전에 벌어진 사건들인데다 드러난 정보 이면에 숨겨둔 그 사람의 내밀한 비밀까지 알아내어야 가능한 일인데 이제 곧 올해의 어머니날을 앞두고 있어 시간이 촉박하기만 한다.

모두가 각자 비밀을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만 숨기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깊은 상처를 곁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나누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그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진실이 드러나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때까지 밝히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살인자는 원하는 바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언제나 그렇듯 믿었던 사람의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을 발견한 후 느꼈을 충격과 슬픔은 배신당한 사람의 몫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사건들은 좀 더 빨리 드러나거나 혹은 이렇게 많은 피해자를 낳지 않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가 그 아이들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한 번쯤 귀담아들었다면... 혹은 누군가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당연한 듯 드러나는 사람을 제외하고 눈을 크게 뜨고 반전으로 뒤통수를 맞지 않으리라 결심하며 용의자를 하나씩 제외해나갔지만 범인일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또다시 비켜갔다 ㅠㅠ

어느새 50을 바라보는 나이의 피아와 새로운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보덴슈타인 콤비의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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