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
백선경 지음 / 든해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이야기의 시작은 다소 파격적인 의상을 입은 한 여자로부터 시작한다.

비가 그친 날 목욕가운 위에 바바리코트만 걸친 한 여자는 복장에 어울리지 않게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여자를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고 그중에서도 한 남자가 그녀를 따라 산책로가 아닌 조금 으슥한 곳으로 쫓아갔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남자 앞에서 코트를 열어젖히고 남자를 유혹하며 공허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이름은 화영

이 책을 끌고 가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다.

화영이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어릴 적에 양부로부터 당한 성폭력의 후유증 때문으로 보이며 그런 그녀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의붓 오빠 기정이 있다.

또 다른 인물은 책의 제목처럼 카페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콜린이다.

그녀는 어려운 형편에 제대로 배움을 받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만 올바른 직업을 갖기 힘들었다.

큰 덩치 탓에 남자들처럼 몸을 쓰는 일을 하다 우연히 누군가의 도움으로 김치를 만들어 팔수 있게 카페를 개설했고 그 카페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처음의 의도와 달리 카페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경제적인 목적으로 카페의 성질이 변화되고 이에 발맞춰 카페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는데 살면서 공동구매 한번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구가 진행되고 그 과정의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들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유명 카페에서 진행한 공동구매에서 제품이 소개한 것과 달라 문제가 되었거나 카페 매니저 및 스텝들이 제품 판매에 전혀 관여를 안 한다는 설명과 달리 제품을 판매한 업체로부터 소개비로 많은 커미션을 받았다든지 하는 건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콜린 역시 그저 배곯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던 초반의 마음과 달리 어느새 커져버린 카페에서의 자신의 위상에 취해 누구라도 자신의 카페에 흠집을 내는 것을 용서치 않는다. 카페가 곧 자신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래서 클레임을 거는 회원 누구에게라도 은밀한 작업을 통해 축출하거나 거짓말쟁이 혹은 블랙 컨슈머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등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콜린 뿐만 아니라 카페 스텝 역시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판매수당의 달콤한 맛에 취해 자신들의 이익에 해가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폭언과 거짓말을 일삼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마치 힘없는 한 사람을 두고 무리 지어 떼로 덤비는 하이에나를 담은 모습이다.

이렇게 거리에서 남자를 향해 벗은 몸을 열어 보이는 일명 바바리 걸 화영과 콜린의 이야기는 전혀 교차점이 없는 듯 중반까지 흘러간다.

그러다 이 두 사람의 교차점이 보이고 비밀이 드러나면서부터 이야기도 혼돈스럽게 변하고 어린 시절 당한 일에 의한 충격으로 이상 증세를 보이는 화영의 정신 상태처럼 뒤죽박죽 섞여서 헷갈린다.

이렇게 이야기가 섞인 데에는 기정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탓도 있다.

양부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니면 화영과 기정의 착란에 의한 거짓인지 모든 것이 불분명하게 흘러가다 급하게 마무리 지어 시원한 반전이나 통쾌한 복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은 마무리는 허탈함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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