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해 기억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섀넌 커크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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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대충 어떤 내용일 거라 짐작이 가지만 장담컨대 그 짐작을 뛰어넘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복수를 다짐하면서 기억하라고 다짐하듯 말하는 주인공은 16세의 아직 어린 소녀... 여기서부터 여느 복수극과는 조금 다르다.

얼핏 생각하면 그녀가 단순히 화가 나고 분해서 하는 소리인가 싶지만 이 소녀에 대해 안다면 그녀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녀 리사는 변호사 엄마와 건축가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란 상류층 아가씨지만 평범하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재판 성공률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완벽한 포식자의 습성을 지닌 엄마에게서 어릴 절부터 남들과 다른 현실적인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법을 배운 것도 그렇지만 본래의 성격조차 감정 변화가 크지 않은 그녀의 이런 남다른 면모가 모두에게 확연히 드러난 건 아직 어릴 때 그녀가 있는 교실에 총기를 들고 남자가 나타났을 때이다.

아이들은 물론 선생까지 모두를 불안과 공포에 떨게 만들었지만 오로지 그녀 리사만 전혀 떨지도 않고 총격범의 심리상태를 관찰하고 침착하게 판단해 단번에 제압하는 모습은 리사가 어떤 유형의 아가씨인지를 설명해준다.

그런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한 상태에서 등굣길에 누군가에게 납치당하는 일이 생겼고 갇힌 상태에서 파악한 바로는 그들이 노린 건 바로 뱃속의 아기

리사는 납치된 순간부터 납치범이 저지른 실수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을 기억하기 시작하고 반드시 그들을 처단하리라 결심하면서 탈출을 계획한다.

눈에 보이는 사소한 것 이를테면 자신이 갇힌 곳의 크기부터 납치범이 식사를 가져올 때의 시간 그리고 그의 보폭과 그림자 등을 이용해 그의 신장을 파악하는 것까지 그야말로 자신의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해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피해자의 모습과는 다를 뿐 아니라 책을 읽어가면서 독자 역시 아무것도 없이 갇힌 그곳에서의 탈출을 그녀만큼 믿게 될 만큼 그녀에게서는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일견 감정이라곤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소시오패스를 닮은 듯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10대 소녀를 만나는 순간 깨질 뿐 아니라 그녀가 마치 피도 눈물도 없는 듯한 느낌에서 그녀 역시 사람이고 아직 어린 소녀라는 걸 자각하게 해준다.

처음 본 그 소녀에게서 동질감과 더불어 그녀를 향한 보호본능을 강하게 자각하는 리사는 이제 납치당한 위험에 빠진 소녀에서 자신과 아기 그리고 그녀가 지켜야 할 사람을 반드시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전사로 거듭나는데 그 과정에서 마치 훈련받은 특수 요원 같았던 리사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고 그녀가 휠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껴지게 한다.

납치되어 갇힌 첫날부터 마치 일기를 쓰듯 써 내려간 그녀의 기록은 이제 그녀의 복수가 왜 정당한지 그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리사의 엄마도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였고 그녀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FBI 요원들의 활약도 그리고 그가 가진 상처도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이 책은 리사라는 캐릭터의 일인극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오로지 리사에 의한 리사를 위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피해자는 여성 그리고 그런 여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가해자는 남성이라는 대결구도를 제대로 깨부순 작품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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