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원숭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순한 교통사고로만 보이던 사건에서 의외의 물건이 발견되면서 시작하는 네 번째 원숭이는 모처럼 만에 재밌게 읽은 스릴러였다.

죽은 피해자가 들고 있던 리본으로 묶은 하얀 상자에는 형사들이 짐작했던 바로 그것이 들어있었고 이로써 죽은 피해자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몇 년 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 살인마 4MK 임을 알 수 있었다.

수년 동안 여자들을 납치해 처음엔 한쪽 귀 그다음은 눈 그리고 혀를 보낸 후 마지막엔 악행을 저지르지 말라는 글과 함께 시체를 공공장소에 버리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명 네 마리 원숭이 킬러

전담반이 오랫동안 그를 뒤쫓으며 범인의 흔적을 쫓았지만 단 하나의 단서조차 남기지 않았던 4MK가 이렇게 쉽게 허무할 정도의 죽음을 맞았다니 믿을 수가 없어하지만 죽은 그의 손에 들린 상자 안에는 누군가의 한쪽 귀가 들어있었다.

피할 수 없는 증거 앞에서 흥분한 것도 잠시... 그렇다면 이 귀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하는 의문을 쫓아가다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엄청난 부자인 아서 텔벗에게 닿게 된다.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숨겨왔던 혼외자인 딸 에머리의 존재가 드러나며 그녀가 납치된 정황도 포착하지만 이제까지의 4MK 사건처럼 이번에도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죽은 자의 행적을 쫓아 아직은 살아있을 그녀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녀를 숨긴 범인은 샘 포터를 비롯한 전담반이 수년 동안 뒤를 쫓으면서도 그에 대한 정보조차 얻지 못할 정도로 완전범죄에 가까운 범행을 저질러 왔던 인물이라 쉽지 않다.

그는 죽어서조차 자신이 원하지 않는 흔적을 노출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자면 그가 보이고자 하는 단서만 얻을 수 있을 뿐이었고 결국 전담반은 그의 의도대로 그가 남긴 단서를 쫓는다.

이로써 죽은 자로부터 단서를 찾아 살아있는 여자를 구출하는 작전이 펼쳐지는데 그 대결이 치밀하고도 치열하다.

더군다나 시점을 살인마를 쫓는 포터 형사와 그가 찾아야 할 대상이자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어 와 사방이 어둠 속에 잠긴 곳에서 하루하루를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고 버텨야 하는 에머리의 시점으로 나눠서 서로 다른 절박함을 표현해 긴장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포터 형사와 그 팀이 가진 의문처럼 죽은 자가 정말 그 사람이 맞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그가 이제껏 저질러 온 악행이나 치밀한 계획을 보면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허망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가 역시 이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한 켤레 몇천 달러나 하는 발에 맞지 않는 비싼 구두를 신고 정장은 싸구려에 시대에 뒤처진듯한 중절모 거기에다 그는 마치 스스로 차에 뛰어들어 자살한 듯한 형상이었다.

그는 왜 느닷없이 자살을 감행했을까 하는 의문은 그의 신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고 이로써 그가 4MK 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잠재운다.

이제 텔벗의 딸인 에머리를 어서 찾아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텔벗은 뭔가를 숨기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제까지 4MK가 목표로 삼아왔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 죗값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가족을 납치해 엄청난 고통과 공포를 안겨주고 더불어 평생 잊지 못할 죄책감을 심어주고자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은 텔벗의 죄를 고발하고 있지만 그의 죄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주변을 둘러싼 정치인과 힘 있는 사람들의 비호가 만만치 않다.

여기에 텔벗에게는 딸인 에머리의 죽음을 바라는듯한 정황이 있어 더욱 그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이제 살인마의 흔적보다 텔벗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이에 걸맞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히 죄를 짓고서도 벌을 받지 않는 사람을 응징하는 것처럼 보였던 살인마의 범죄는 그가 남긴 흔적을 쫓아가면서 하나씩 커다란 그림으로 완성하게 되고 그 그림은 생각했던 것처럼 충격적이고 파괴적이다.

스릴과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곳곳에 던져놓은 작은 단서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 세심함과 치밀함이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자의 사랑법 스토리콜렉터 81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이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벌어진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의 시체가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자세히 봐야 죽은 사람이라 걸 알 수 있도록 방부처리를 한 시체에는 목을 조른 흔적 외엔 별다른 외상이 없어 사망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녀들이 왜 선택된 건지도 알 수 없어 용의자를 특정 짓기도 힘든 상황이다.

여느 살인자와 확연히 다른 횡보를 보이는 이 연쇄살인사건을 돕기 위해 FBI 요원 테이텀과 범죄 심리학자인 조이 벤틀리가 투입되면서 몇몇의 단서를 통해 알게 된 것들로 범죄자의 심리와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다.

두 사람이 파악하기에 범인은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실수 없이 범행을 실행할 능력이 있는 사이코패스형으로 이제까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 형 연쇄살인범들과 조금 다른 횡보를 보이고 있다.

그에게서는 시신을 보란듯이 버림으로써 누군가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자랑하는 것도 경찰에게 도발함으로써 만족감을 얻는 유형도 아닐뿐 더라 살인 자체를 즐기는 쾌락형 살인마도 아니었지만 이조차도 짐작일 뿐 그걸 증명할 수 없을 정도로 남겨진 증거도 실수도 거의 없다.

시체를 정성스레 방부처리를 하고 옷을 입혀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는 이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모인 두 사람 중 특히 범죄 심리학자인 조이는 조금 특이한 경력이 있다.

그녀가 10대의 어린 시절 아무도 몰랐던 이웃집 남자의 정체 즉 그가 온 마을을 떠들썩하게 하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범이란 걸 간파해낸 경험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아 범인 검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조용한 마을에서 벌어진 잔인한 강간살인사건은 모두를 패닉에 빠지게 했고 지역 경찰로서는 누구보다 빠른 범인의 검거가 절실했던 상황이지만 어린 소녀 조이의 증언과 그녀가 발견한 사실로 추론한 진실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처음의 의견을 수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될지라도...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를 비롯해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아 뻔히 보면서도 억울한 희생을 막지 못했던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분명하지 않은 사실이나 예측은 누구에게도 말하려 하지 않고 혼자서만 고민하도록 하는 성향으로 굳어버리고 그런 그녀의 성향은 당연하게도 테이텀과 마찰을 빚을뿐 아니라 수사에 혼선을 빚게 되기도 하는데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오류를 지적하기만 할 뿐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범인 검거는 요원해진다.

게다가 범인이라 짐작되는 사람의 횡보와 범죄현장의 묘사는 최소화하고 있어 범인의 심리상태는 알 수 있어도 독자로 하여금 누가 범인인지 추론해내기란 거의 힘들도록 해놨다.

그럼에도 조이의 근간을 흔들고 범죄 심리학자로서의 재능을 깨닫게 한 1997년의 살인사건들을 현재의 사건 사이사이 교차로 편집해놓아 그 당시의 사건에서 왜 조이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조이라는 캐릭터의 개성을 보여주고 또 현재 사건과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자연스럽게 비교하도록 해놓고는 독자의 상상력을 부추기고 있다.

죽은 여자에게서만 사랑을 느끼는 범인의 이상심리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 그리고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이는 사건에서 하나씩 단서를 쫓아가 마침내 범인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져 있었고 마지막까지 느닷없는 한방을 숨겨둬 긴장감을 준 책이었다.

얼른 뒤편을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벰버 로드
루 버니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생긴 멋쟁이 남자와 젊은 여자 그리고 2명의 여자아이를 싣고 로스엔젤리스로 향해가는 차

마치 단란한 한 가족의 여유로운 여행처럼 보이지만 여유로운 여행도 아닐뿐더러 이들은 가족도 아닌 그저 길을 가다 만난 남남의 관계다.

남자의 이름은 프랭크 기드리 마피아 조직인 카를로스의 밑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던 그가 도망자 신세가 된 이유가 이 책의 큰 줄거리이다.

1963년 11월 22일 미국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인 존 F 케네디 대통령 총격 암살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영리하고 눈치 빠른 기드리는 자신이 그 사건에 한 발 담겨있었음을 깨닫고 그걸 깨닫자마자 살기 위해 조직으로부터 달아난다.

그리고 그런 그를 뒤쫓는 조직의 또 다른 해결사이자 프로 암살자 바로네

그는 자신이 쫓는 기드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는 듯 그와의 간격을 좁혀들어가면서 긴장감을 높인다.

다른 사람이라면 예사로 넘겼을 것들 하나하나에서 단서를 찾고 그 단서 중 옳은 것을 골라 거침없는 행보를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존 코너의 뒤를 쫓아오던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겉보기엔 보통의 키에 보통의 체격을 한 평범해 보이는 남자지만 대상자를 관찰하고 그 사람의 행동 패턴을 익혀 다음 행동을 예측함으로써 실패의 확률을 줄이고 임무는 반드시 성공해내는 전문 킬러다.

보통의 추격자라면 기드리의 트릭에 속아 넘어갔을 수 있지만 바로네는 다르다.

그는 거침없는 행보로 도망자 기드리와의 거리 격차를 줄여나가고 기드리 역시 혼자 다니면 쉽게 눈에 띈다는 점을 간파하고 같이 다닐 대상자를 찾는다.

그런 기드리 앞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모두가 서로를 아는 숨 막히는 환경에서 늘 술에 취해 가장의 노릇을 못하는 남편과 두 딸을 키우던 샬롯은 자신이 계속 고향에서 안주하며 살면 두 딸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밑바닥의 삶을 살아갈 거라는 걸 깨달으면서 남편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모가 있는 로스엔젤리스로 향하는 도중 차가 고장 나고 혼자서 사업차 로스엔젤리스로 간다는 기드리의 차에 동승하게 된다.

이렇게 우연히 동승하게 기드리와 샬롯 그리고 어린 두 딸은 마치 한 가족인 것 마냥 여기저기를 관람하며 로스엔젤리스로 향하는데 그들의 뒤를 쫓으며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바로네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한다.

마피아의 수족 노릇을 하면서 자신이 손해를 보는 일 따윈 하지 않으며 적당히 인생을 즐기고 살던 남자 기드리와 영리하고 예민하며 그 시대의 다른 여자들과 달리 새로운 삶을 꿈꾸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 여자 샬롯은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 역시 다르지만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독자로 하여금 두 사람을 응원하게 한다.

기드리가 꼭 추적자를 따돌릴 수 있기를 샬롯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작가의 전작도 그렇지만 작가의 책은 묘하게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는 걸 일깨우는 것처럼... 그래서일까 늘 여자에게 둘러싸여 있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왔던 기드리의 모습에서도 온 사방이 어릴 적부터 알던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 철저히 버려진듯한 모습의 샬롯에게서도 혼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스토리도 흥미롭고 가독성도 좋으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도 없는... 오래간만에 읽은 수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죄 : 교화장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행동은 교화가 가능한가?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을 한곳에 모아 수용하는 일명 교도소의 목적은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화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교도소에 수감하는 걸로 교화에 성공한 곳이 없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할까

이런 의문을 가졌던 심리학자들 중 한 사람인 스키너는 인간이나 동물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건에 따라 행동을 선택하므로 어떤 행동을 강화하고 싶으면 강화를 일으키는 보상을 하면 통해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이론에 따라 동물 훈련을 위한 상자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스키너 상자

그가 심리학자로는 뛰어났을지 몰라도 그가 행한 실험은 악명 높았던 듯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이론을 이용해 인간 교화를 목적으로 한 실험이 행해지게 된다.

이 책은 자신이 믿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마저 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한 사람들이 벌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학원생으로 잔인한 범죄 사건을 수사했던 팡무가 이번에는 경찰이 되어 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잔인하면서도 뚜렷한 범죄의 목적이 보이지 않는 사건들은 팡무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은 흔히 보는 사건과 그 양상이 달랐다.

우선 팡무의 눈에는 연이어 벌어진 살인사건이 피해자를 비롯해 범죄 수법이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굳이 시체를 살인 현장에 옮겨 공들여 꾸몄다는 점과 그게 마치 무슨 의식을 치른 듯이 보인다는 점에서 서로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지만 서로의 사건에서 어떤 점도 공통된 게 없다.

이런 와중에 그의 설득으로 살인 현장에서 인질극까지 벌였던 청년 뤄자하이가 탈옥하는 사건까지 벌어지고 그의 탈옥 과정에 의심을 품은 팡무로 인해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가 이 탈옥과 연관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그를 도와준 걸까? 이런 의문을 파고들어간 덕분이기도하다.

피해자들이 평소 누구에게 해를 끼치거나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점도 사건을 해결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 이렇게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건 속에서 드디어 하나의 단서가 나오고 팡무의 프로파일링이 맞았음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사람을 마치 동물처럼 자극과 보상을 통해 통제할 수 있고 교화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새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된 사람들

사람은 성향과 기질 그리고 처한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음을 그리고 피해자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걸 간과한 채 오로지 실험의 목적을 위해 도구로 다뤄진 사람들이 겪은 처절한 고통은 염두에 두지 않은 비정한 이 실험의 결과는 당연히 성공할 수 없음을 자신이 옳다는 신념에 매몰된 그 사람들만 몰랐던 것 같다.

사건 전체의 그림을 하나로 엮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뛰어난 범죄 심리학자이자 프로파일링에서도 탁월한 팡무가 끊임없이 경찰로서의 자질을 의심하며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앞으로 법이 해결할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일 때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건지를 궁금하게 하는 부분이다.

다음편이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연예인들의 개인 sns계정 보안이 뚫어 개인 소장용 사진이나 지인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등이 모든 이들에게 공개되는 사건은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일인데 그걸 볼 때마다 늘 생각하곤 했다.

개인 sns를 하지 않으면 안 되나?

나 같은 경우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고 이런 개인의 사생활을 누구와 공유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 늘 뭔가를 하던 뭔가를 먹던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이런 곳에 올리는 걸 당연시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사실인데 주변을 보면 어디에서나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이 흔한 광경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러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놓지 못하는 이유인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자신이 그들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본인이 밝히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몰래 사진을 찍거나 그들의 개인 계정까지 해킹하는 건 본인들은 관심이고 사랑이라 말하고 싶은지 몰라도 그건 애정을 빙자한 폭력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 에릭 숀이 그런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자신이 올린 트윗에 순식간에 읽지도 못할 속도로 댓글이 달리고 어딜가든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대는....그야말로 사생활이라곤 없는 처지다.

하지만 정작 에릭은 10대 소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이긴하지만 몇 달 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한 연예인이 그를 좋아하는 광팬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고 난 후 팬들의 사랑이 두렵고 무섭다.

더 답답한 것은 자신의 이런 불안함과 두려움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케어를 해줘야 할 소속사와 매니저까지도 이런 그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뿐 아니라 오히려 소녀팬들이 관심을 더 끌 수 있도록 자신의 트윗에 올리는 댓글이나 사진도 관리하려 한다.

자신이 원한 건 이런 게 아닌데... 그는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하고 싶었을 뿐 할 수만 있다면 소속사와 계약을 맺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매니저와 소속사 몰래 새로운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그곳에다 자신이 아닌척하고 에릭 숀을 싫어하는 척하다 한 소녀팬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테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6개월간 자신의 방을 벗어날 수 없는 심한 광장공포증에 걸린 소녀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에릭의 공연 중계를 보고 에릭의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랬던 테사가 우연히 올린 팬픽을 본 에릭의 열혈팬이자 수많은 팔로우를 거느린 사람이 맞팔을 신청하고 그녀가 쓴 글을 퍼나르면서 순식간에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해 에릭과 소속사의 눈에 띈다.

그녀 역시 소속사가 만들어낸 섹시한 이미지만 보고 좋아하는 거라 여긴 에릭은 그녀에게 시비조로 말을 걸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예상하지 못한 글들이었고 그렇게 몇 번의 글이 오가면서 서로 팔로우하고 개인적인 디엠으로 서로의 생각을 묻기 시작한다.

이제껏 자신이 연예인으로서 느꼈던 불안과 공포를 한눈에 알아본 그녀와 깊이 공감하게 되었지만 테사는 그를 에릭 숀이 아닌 그가 만든 가상의 인물 테일러로 안다는 게 문제이기는 하나 그녀와 나누는 대화는 숨 쉴 곳 하나 없던 그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비록 글이긴 하지만 밤새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며 십 대의 청춘들답게 금방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당연하게 서로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데 이 책이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여러 가지 난관을 뚫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맺는 걸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지만 이 책은 시작부터 경찰이 두 사람을 따로 심문하면서 시작했던 만큼 두 사람의 만남에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일에 휘말려서 조서를 꾸민 걸까 궁금해하면서 읽다 보면 두 사람이 각자 가지고 있는 문제와 고민부터 시작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에 빠지는 모습까지를 볼 수 있는데 십 대들이 주인공인 만큼 글자체도 감각적이고 단순 명쾌해 막힘없이 읽혔다.

게다가 우리도 익히 그 악명을 들은바 있는 일명 사생팬들이 하는 행태와 그런 것에 노출된 연예인들의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되었지만 여느 스릴러와 달리 범죄사실이나 범죄자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에 더 초점을 맞춰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을 뿐 아니라 요즘 트렌드에 맞는 소재라는 점도 점수를 줄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