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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버니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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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멋쟁이 남자와 젊은 여자 그리고 2명의 여자아이를 싣고 로스엔젤리스로 향해가는 차

마치 단란한 한 가족의 여유로운 여행처럼 보이지만 여유로운 여행도 아닐뿐더러 이들은 가족도 아닌 그저 길을 가다 만난 남남의 관계다.

남자의 이름은 프랭크 기드리 마피아 조직인 카를로스의 밑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던 그가 도망자 신세가 된 이유가 이 책의 큰 줄거리이다.

1963년 11월 22일 미국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인 존 F 케네디 대통령 총격 암살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영리하고 눈치 빠른 기드리는 자신이 그 사건에 한 발 담겨있었음을 깨닫고 그걸 깨닫자마자 살기 위해 조직으로부터 달아난다.

그리고 그런 그를 뒤쫓는 조직의 또 다른 해결사이자 프로 암살자 바로네

그는 자신이 쫓는 기드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는 듯 그와의 간격을 좁혀들어가면서 긴장감을 높인다.

다른 사람이라면 예사로 넘겼을 것들 하나하나에서 단서를 찾고 그 단서 중 옳은 것을 골라 거침없는 행보를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존 코너의 뒤를 쫓아오던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겉보기엔 보통의 키에 보통의 체격을 한 평범해 보이는 남자지만 대상자를 관찰하고 그 사람의 행동 패턴을 익혀 다음 행동을 예측함으로써 실패의 확률을 줄이고 임무는 반드시 성공해내는 전문 킬러다.

보통의 추격자라면 기드리의 트릭에 속아 넘어갔을 수 있지만 바로네는 다르다.

그는 거침없는 행보로 도망자 기드리와의 거리 격차를 줄여나가고 기드리 역시 혼자 다니면 쉽게 눈에 띈다는 점을 간파하고 같이 다닐 대상자를 찾는다.

그런 기드리 앞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모두가 서로를 아는 숨 막히는 환경에서 늘 술에 취해 가장의 노릇을 못하는 남편과 두 딸을 키우던 샬롯은 자신이 계속 고향에서 안주하며 살면 두 딸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밑바닥의 삶을 살아갈 거라는 걸 깨달으면서 남편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모가 있는 로스엔젤리스로 향하는 도중 차가 고장 나고 혼자서 사업차 로스엔젤리스로 간다는 기드리의 차에 동승하게 된다.

이렇게 우연히 동승하게 기드리와 샬롯 그리고 어린 두 딸은 마치 한 가족인 것 마냥 여기저기를 관람하며 로스엔젤리스로 향하는데 그들의 뒤를 쫓으며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바로네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한다.

마피아의 수족 노릇을 하면서 자신이 손해를 보는 일 따윈 하지 않으며 적당히 인생을 즐기고 살던 남자 기드리와 영리하고 예민하며 그 시대의 다른 여자들과 달리 새로운 삶을 꿈꾸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 여자 샬롯은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 역시 다르지만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독자로 하여금 두 사람을 응원하게 한다.

기드리가 꼭 추적자를 따돌릴 수 있기를 샬롯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작가의 전작도 그렇지만 작가의 책은 묘하게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는 걸 일깨우는 것처럼... 그래서일까 늘 여자에게 둘러싸여 있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왔던 기드리의 모습에서도 온 사방이 어릴 적부터 알던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 철저히 버려진듯한 모습의 샬롯에게서도 혼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스토리도 흥미롭고 가독성도 좋으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도 없는... 오래간만에 읽은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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