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원숭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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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교통사고로만 보이던 사건에서 의외의 물건이 발견되면서 시작하는 네 번째 원숭이는 모처럼 만에 재밌게 읽은 스릴러였다.

죽은 피해자가 들고 있던 리본으로 묶은 하얀 상자에는 형사들이 짐작했던 바로 그것이 들어있었고 이로써 죽은 피해자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몇 년 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 살인마 4MK 임을 알 수 있었다.

수년 동안 여자들을 납치해 처음엔 한쪽 귀 그다음은 눈 그리고 혀를 보낸 후 마지막엔 악행을 저지르지 말라는 글과 함께 시체를 공공장소에 버리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명 네 마리 원숭이 킬러

전담반이 오랫동안 그를 뒤쫓으며 범인의 흔적을 쫓았지만 단 하나의 단서조차 남기지 않았던 4MK가 이렇게 쉽게 허무할 정도의 죽음을 맞았다니 믿을 수가 없어하지만 죽은 그의 손에 들린 상자 안에는 누군가의 한쪽 귀가 들어있었다.

피할 수 없는 증거 앞에서 흥분한 것도 잠시... 그렇다면 이 귀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하는 의문을 쫓아가다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엄청난 부자인 아서 텔벗에게 닿게 된다.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숨겨왔던 혼외자인 딸 에머리의 존재가 드러나며 그녀가 납치된 정황도 포착하지만 이제까지의 4MK 사건처럼 이번에도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죽은 자의 행적을 쫓아 아직은 살아있을 그녀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녀를 숨긴 범인은 샘 포터를 비롯한 전담반이 수년 동안 뒤를 쫓으면서도 그에 대한 정보조차 얻지 못할 정도로 완전범죄에 가까운 범행을 저질러 왔던 인물이라 쉽지 않다.

그는 죽어서조차 자신이 원하지 않는 흔적을 노출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자면 그가 보이고자 하는 단서만 얻을 수 있을 뿐이었고 결국 전담반은 그의 의도대로 그가 남긴 단서를 쫓는다.

이로써 죽은 자로부터 단서를 찾아 살아있는 여자를 구출하는 작전이 펼쳐지는데 그 대결이 치밀하고도 치열하다.

더군다나 시점을 살인마를 쫓는 포터 형사와 그가 찾아야 할 대상이자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어 와 사방이 어둠 속에 잠긴 곳에서 하루하루를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고 버텨야 하는 에머리의 시점으로 나눠서 서로 다른 절박함을 표현해 긴장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포터 형사와 그 팀이 가진 의문처럼 죽은 자가 정말 그 사람이 맞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그가 이제껏 저질러 온 악행이나 치밀한 계획을 보면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허망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가 역시 이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한 켤레 몇천 달러나 하는 발에 맞지 않는 비싼 구두를 신고 정장은 싸구려에 시대에 뒤처진듯한 중절모 거기에다 그는 마치 스스로 차에 뛰어들어 자살한 듯한 형상이었다.

그는 왜 느닷없이 자살을 감행했을까 하는 의문은 그의 신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고 이로써 그가 4MK 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잠재운다.

이제 텔벗의 딸인 에머리를 어서 찾아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텔벗은 뭔가를 숨기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제까지 4MK가 목표로 삼아왔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 죗값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가족을 납치해 엄청난 고통과 공포를 안겨주고 더불어 평생 잊지 못할 죄책감을 심어주고자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은 텔벗의 죄를 고발하고 있지만 그의 죄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주변을 둘러싼 정치인과 힘 있는 사람들의 비호가 만만치 않다.

여기에 텔벗에게는 딸인 에머리의 죽음을 바라는듯한 정황이 있어 더욱 그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이제 살인마의 흔적보다 텔벗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이에 걸맞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히 죄를 짓고서도 벌을 받지 않는 사람을 응징하는 것처럼 보였던 살인마의 범죄는 그가 남긴 흔적을 쫓아가면서 하나씩 커다란 그림으로 완성하게 되고 그 그림은 생각했던 것처럼 충격적이고 파괴적이다.

스릴과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곳곳에 던져놓은 작은 단서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 세심함과 치밀함이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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