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터 라이어
태넌 존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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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뭔가 느껴지는 거짓말의 향연

그렇다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거고 무슨 거짓말을 어떻게 한다는 걸까

반전이 흔한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비슷하듯이 나 역시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시작부터 거짓말이 나온다.

어랏~이러면 예상을 빗나가는 건데... 등장인물 속에서 누가 거짓말로 진실을 교묘하게 숨기는 건지 찾아보겠다는 마음을 단박에 허물어 버린다.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서 오래전 떠나버린 동생을 찾아온 여자

하지만 그녀를 맞은 건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었고 이에 당황한 그녀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동생의 시신은 내버려 둔 채...

그리고 그런 여자에게 마치 운명처럼 한 여자가 다가온다. 게다가 그녀는 죽은 동생의 외모와 상당히 닮아있다

여기서 첫 번째 거짓말이 등장한다.

누구나 예상했듯이 유산을 타내기 위해 그녀에게 자신의 동생인 로빈인 것처럼 해주면 원래 동생 몫으로 받을 유산을 넘겨주겠다는 후한 제안을 하는 그녀 레슬리

그리고 변변치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던 여자 메리는 그 제안을 수락해 둘의 동맹이 맺어진다.

이제 두 사람은 같은 편이자 한배를 탄 사이가 되었지만 돈을 위해 뭉친 팀치고 둘 사이에는 뭔가 미묘한 긴장감과 더불어 신경전이 펼쳐지는 데 어쩌면 돈 때문에 엮인 사이라 서로를 믿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메리의 시선에서 보면 레슬리에겐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었고 그녀는 몰래 레슬리의 뒤를 밟아 그녀가 자신에게 한 거짓말 중 하나를 캐낸다.

여기서 두 번째 거짓말이 등장했다.

집 때문에 돈이 필요했다는 레슬리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아낸 메리의 행동에도 묘한 구석이 있다.

처음 제안받은 대로 자신이 로빈인척하고만 있으면 자신 앞으로 큰돈이 떨어지는 데 그녀는 도대체 뭘 더 원해 레슬리의 주변을 캐고 다니면서 불안하게 하는 걸까

메리가 원하는 건 뭘지 그리고 돈이 절실한 것 같지 않은 레슬리는 무엇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급하게 그 돈이 필요한 건지... 평소의 그녀를 보면 절대로 법 같은 건 어기지 않을 모범생처럼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기에 더더욱 그녀의 태도는 수상하다.

생기고 멋진 남편, 그를 닮아 이쁜 아들, 그리고 멋진 정원이 있는 집에다 안정된 커리어까지... 속된 말로 보면 다 갖춘 것처럼 보이는 그녀지만 그녀가 어린 아들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 이상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남편 역시 직장 동료이자 싱글 맘인 여자와 너무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온갖 흔한 설정이 떠오른다.

남편이 알고 보면 바람을 피우고 있는 중이거나 아니면 레슬리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중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더 나가서 사실은 메리가 남편과 아는 사이 혹은 둘이 짜고 레슬리에게 음모를 꾸민 것이라든가...

그런 점에서 보면 메리의 행동은 일부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서슴없이 일탈하는 행동을 하고 집요하게 레슬리의 뒤를 캐는 행동은 솔직히 거부감이 들게 한다.

왜 그녀는 처음 약속대로 맡은 일만 하지 않고 이러는 걸까? 그녀의 행동에 뭔가 의도가 있는 걸까?

더군다나 돈에 연연하지 않는 듯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

처음 모습 즉 남자에게 가진 돈을 다 뺏기고 무력하게 바라보던 메리의 모습은 사라지고 점점 더 대범하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매력을 마음껏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처음엔 레슬리가 모든 상황의 주도권을 쥔 듯 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는 건 메리임이 분명해진다.

한 팀이면서 서로를 경계하고 뭔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묘한 의심만 쌓여가게 할 뿐 결정적인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세 사람의 시선으로 서서히 밝혀지는 그들 사이의 비밀과 거짓말은 예상대로 엄청난 반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긴장감과 내면의 심리묘사가 괜찮았다.

특히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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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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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의자가 자신의 사건을 맡아주기를 원하며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는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장르소설에선 흔하지 않은 서간체로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이렇다 할 살인사건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느 스릴러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소설 전편에 흐르는 긴장감과 주인공이자 아이들 돌보미였던 로완이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을 표현한 것만으로도 그 저택을 휩싸고 있는 기기괴괴함이 느껴질 정도로 심리적 묘사나 분위기의 묘사가 탁월했다.

주인공인 로완이 아이들 돌보미로 취직된 곳 헤더브레 저택은 저택이라는 이름이 걸맞은 오래되고 제법 웅장한 맛이 있는 집이었지만 르네상스적인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부부의 직업과 성향에 맞게 최첨단으로 무장한 집이었다.

그런 겉과 안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은 부부와 이 가족의 모습과 닮아있다.

겉으로 봤을 때의 부부의 모습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건축가이자 부와 명예 모두를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모습이지만 늘 시간에 쫓겨 아이들에게 제대로 애정을 보여줄 수 없어 집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뭘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많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왜 아이돌보미들이 그렇게 자주 그만두는지... 왜 아이들 중 한 명은 완벽한 자연에 둘러싸인 집에서 창백한 얼굴에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하지만 그 집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 그 부부만이 아니었다.

새로 들어온 로완 역시 겉으로 보이는 저택의 아름다운 겉모습과 고급 진 내장재와 최첨단 기술로 휘감은 그 집에 매료되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렸고 누군가가 그 순간의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들어오면서 한순간에 로완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로완의 불행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전에 혼자 아이들과 집안에 남겨진 것부터 조명을 키고 현관문을 여닫는 사소한 것까지 최첨단이라는 이름 아래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남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집안 곳곳을 들여다보고 감시할 수 있는 카메라의 존재는 사생활 침해를 넘어서 로완에게 또 하나의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샤워를 하기 위해 자신의 욕실에서 30분 이상을 허둥 되는 모습은 최첨단이란 허울좋은 명목이 어떤 사람들에겐 얼마나 행동을 제약하는 구속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자신의 방 위를 걷는 듯한 발자국 소리에 잠을 깨고 잠든 사이 자신의 방안 온도가 달라져있을 뿐 아니라 한밤중에 누군가가 현관 벨을 울려대면서 몇 날 며칠 제대로 잠을 잘 수 없게 한다면...

무시할 수 있고 사소해 보이는 이런 것에서 로완이 잠을 자지 못하며 괴로워하고 발자국 소리를 두려워하는 모습은 처음에 심지가 곧아 보이고 자신이 줄곧 주장한 대로 유령을 믿지 않는다고 스스로 주장했던 모습과 차이가 있어 괴리감이 느껴졌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가 그렇게 날카롭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음이 밝혀지고 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는 세 아이, 적대감을 보이는 다른 고용인, 슬픈 비극이 있는 저택의 사연 그리고 각자가 숨기고 있는 비밀까지...

로완의 말처럼 단순한 사건이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변질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언제나 그렇듯이 유령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별다른 사건이 없음에도 술술 잘 읽히고 그녀 로완이 점점 변해가는 모습부터 납득할 수 있는 반전까지 저택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반은 먹고 들어간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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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키퍼 - 돌아간 여자들은 반드시 죽는다
제시카 무어 지음, 김효정 옮김 / 리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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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처럼 하는 말 중에 여자가 죽었으면 범인은 남편이거나 애인 혹은 헤어진 애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자들을 상대로 하는 강력 범죄가 많을 뿐 아니라 상당수의 범인이 전혀 모르는 낯선 타인이 아니라 한때는 서로 사랑한다고 밀어를 속삭이거나 장래를 약속한 애인 혹은 같이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룬 남편이라는 사실이 슬프지만 이런 속설을 증명해 주고 있다.

오래전부터 자신보다 약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은 줄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왔는데 오랜 폭력의 끝은 둘 중 누군가가 죽거나 죽을 만큼 큰 상처를 입어 외부의 개입이 이뤄졌을 때야 비로소 멈춰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폭력 피해자는 여자인데 자신이 피해자이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맞고 산다는 걸 수치스럽게 여겨 숨기거나 현실기피를 하는 등 스스로를 기만하면서 오랜 세월 폭력에 길들어지다 아이에게까지 폭력이 대물림되는 사례가 많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왜 맞고 살까 혹은 왜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인데 당연하게도 보통의 사람은 폭력에 길들여진다는 게 어떤 의미이고 왜 도움받기가 쉽지 않은 지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 더 키퍼는 평범한 여성이 어떻게 폭력에 길들여져 스스로는 아무런 결정을 할 수도 없는 상태까지 이르게 되는지 그 과정을 세심하게 그려 보이고 있다.

여성쉼터에서 일하던 젊은 여자가 강물에 빠져 죽은 사건이 벌어졌다.

그녀의 몸에는 이렇다 할 상처도 반항한 흔적도 없는 상태였고 그녀가 죽은 곳이 자살하는 곳으로 나름 유명한 곳이었을 뿐 아니라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이유 등 모든 것이 그녀의 자살을 암시하고 있지만 윗선에선 유서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의 죽음을 조사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녀의 수사를 맡은 휘트워스 역시 그녀의 자살임을 확신하지만 어딘지 찜찜한 구석이 있어 그녀가 죽기 전 근무했던 쉼터를 찾아갔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적의로 가득한 시선 혹은 그와 말 한마디 섞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여자들뿐이어서 생각처럼 그녀들을 조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애인은 그 시각 다른 곳에 있었다는 확실한 알리바이까지 있는 상황

그런 이유로 사건을 자살로 종결지으려는 상황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녀의 이름 케이티가 진짜 이름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어디에도 그녀 케이티 스트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렇다면 그녀 케이티는 어디에서 왔고 왜 이런 죽음을 택해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책은 현재 그녀의 죽음을 조사하는 경찰 휘트워스의 현재 시점과 과거 케이티가 한 남자 제이미를 만나면서 어떻게 변해갔는지... 암에 걸린 엄마를 간병하면서도 간간이 친구들과 만나 자유롭게 생활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던 여자가 외모부터 점차 변해가다 제이미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점차 모두로부터 고립되어가는 과정을 케이티의 시점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사자인 케이티는 그가 보여주는 애정에 눈이 멀어 조금씩 조금씩 그녀 스스로가 변화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데 어느새 그녀 주변에는 그 외엔 아무도 없어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모든 결정을 그가 내리는 게 당연해지는 모습에서 가스라이팅이란 게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을 피폐해지고 무기력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현재 시점은 경찰이자 권력자인 남성 즉 휘트워스의 시점에서 그리고 과거 시점은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을 대신해 케이티의 관점을 통해 폭력을 바라보는 남녀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케이티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그날 밤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지만 어쩌면 그녀는 그 죽음 이전에 이미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한 채 그저 숨만 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다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반전까지...

시원하고 짜릿한 결말 혹은 뭔가 터질듯한 긴장감이나 긴박감은 아니지만 평범했던 케이티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왜 사회에서 폭력의 희생자인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줘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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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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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유골과 함께 거의 죽기 직전 발견된 소녀 테사는 자신의 이름보다 그녀가 발견된 곳에서 마치 카펫처럼 깔려있던 꽃 블랙 아이드 수잔 때문에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 불린다.

혼자서만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로 여전히 괴로워하는 그녀에게 십수 년이 흐른 지금 더한 괴로움이 주어진다.

당시 범인으로 잡혀 사형 선고를 받았던 남자의 사형 집행 일을 얼마 안 남겨두고 그가 진짜 진범이 맞는가 자신의 증언으로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오래전부터다.

범인인 테렐이 잡혀 사형 선고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후부터 누군가가 그녀가 사는 곳에다 그녀를 상징하는 블랙 아이드 수잔을 심어놓았기 때문인데 장난처럼 여겼던 이런 짓이 몇 번이나 반복되면서 그녀는 진짜 범인은 어딘가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지만 누구에게도 그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비밀스러운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

테사의 아주 오랜 친구이자 가장 친했던 친구 리디아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어릴 적부터 사건 이후 모두가 그녀를 멀리할 때조차도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편이 되어주었던 친구는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삶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행방에 의문이 들게 하고 그녀의 생사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듯한 테사의 말들을 비롯해 심지어는 늘 자신이 구출된 구덩이에서 죽어있던 소녀들의 말을 듣기도 하는 테사의 모습에서 리디아라는 아이가 실존 인물일까 아니면 그녀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만든 또 하나의 자아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게도 했다.

모든 것이 이렇게 모호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유일한 생존자인 그녀가 범인의 얼굴을 모르는 것부터 사건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된 기억도 없을 뿐 아니라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과정은 싹둑 잘라 버리고 그저 그 지옥 같은 구덩이에서 살아남은 이후로 그녀가 겪는 혼란과 불안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뚜렷한 느낌이 아닌 뭔가 안개가 낀 것처럼 명확하지 않다.

마치 테사의 기억처럼...

그래서 어떤 게 사실인지 아니면 그녀가 빚어 낸 환상이 만든 기억인지조차 분명하지않다.

이후 그녀가 테렐의 무죄방면을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하면서 새삼 중요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리디아...그녀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않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상했고 이제는 모든 핵심 키가 리디아 그녀를 가리키고 있다.

어느 날 문득 테사의 삶에서 사라져버린 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

어디에서도 그 가족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는 데 누군가 테사가 머물렀던 곳마다 심었던 블랙 아이드 수잔 근처의 땅속에서 하나둘씩 발견되는 리디아의 흔적들은 테사의 기억만큼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리디아가 어디론가 떠난 게 아니라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과 함께...

이제는 분명해진 테렐의 무죄방면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런 테사의 행동을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들부터 언론의 관심까지 모든 것이 그녀에게 짐이 되지만 더 이상 죄도 없는 테렐이 단지 그의 무죄를 뒤집을 증거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사형이 집행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었던 테사에게 누군가가 절대적인 증거를 보내오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뚜렷한 범죄현장이나 범행 장면을 보여주지도 그렇다고 범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만한 단서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아 않는 데다 심리 스릴러답게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주지 않아 다소 밋밋하다 느껴지지만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기 위한 수순이라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잔인한 범죄의 증거인 소녀들의 시신과 유골을 한데 섞어놓은 곳에다 꽃을 화려하게 깔아놓은 범인의 심리는 뭘까?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그 부조리함이 더 선득하게 느껴져 왜 살아남은 희생자인 테사를 사람들이 이름이 아닌 블랙 아이드 수잔으로 기억하는지 이해가 갔고 그래서 더더욱 섬뜩한 이름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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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고 싶다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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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내 가족이 사라진다면? 생각만 해도 두려울 것 같은데 그 실종자가 내 아이라면...?

솔직히 이런 가정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21세기를 사는 요즘에도 여전히 실종아동을 찾는 전단은 붙고 실종된 아이를 찾아 애타게 전국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실종된 사람이 성인이라고 그 애타는 마음이 다를소냐마는 자기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위기 상황에 재빨리 대처하는 데 있어서도 아이들은 성인보다 취약하기에 더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아이를 잃고 돌아오리라는 희망만을 의지한 채 살아오길 십수 년... 어느새 가족은 해체되고 모든 삶의 의지가 꺾여 시들어가던 때 누군가가 아이를 찾아 줄 수 있다고 접근해 온다면 나는 과연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그리고 범인까지 잡아주고 사적인 복수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면...? 찾고 싶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딸아이가 실종된 지 16년이 지나 모든 삶의 의욕도 잃어버린 남자 정상훈에게 어느 날 고 팀장이라는 남자가 접근해 딸아이를 찾아주겠다고 한다.

게다가 그가 제시하는 증거와 보여주는 능력은 이제껏 자신들 곁에서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속살거리며 돈만 빼앗아갔던 사기꾼들과 다르다.

이제는 경찰도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시점에 누군들 그 손을 뿌리칠 수 있을까?

이렇게 딸을 잃은 지 16년이나 지난 시점에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고 다시 한번 딸아이를 찾기 위해 정체 모를

고 탐정과 손을 잡고 용의자를 찾아 추적해가는 정상훈의 이야기가 소설의 가장 중심이 되고 그 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방법으로 실종자 가족 주변을 맴도는 것으로 판단되는 고 탐정을 추적해 실적을 쌓아 승진하고자 하는 부산경찰청 미제 사건 수사팀장 진희의 이야기가 곁가지로 펼쳐지고 있는 찾고 싶다는 아이를 잃은 실종자 가족이 겪는 정신적 피페함 즉, 내 아이가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공포에다 기약 없는 긴 기다림으로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는 모습을 정상훈을 비롯한 실종자 가족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을 찾는 고 탐정 즉 청년 고남준 역시 어린 나이에 어느 한순간 엄마를 잃어버린 실종자 가족이라는 데서 그가 많은 범죄자 중 유독 실종자와 연관된 사건에 뛰어든 이유를 알 수 있고 경찰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낼 수 있는 데는 그가 가진 특출한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한번 본 사람들은 모두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릴 때의 사고로 가지게 된 남주

그런 이유로 그가 해결할 수 있는 사건 역시 모든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용의자의 몽타주나 사진이 있는 경우라고 특정 짓고 있다.

그의 능력에 반신반의하던 실종자 가족들도 그런 능력으로 자식을 찾았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고 탐정을 마지막 희망처럼 여기게 되지만 그런 그들의 입장보다 조금 더 객관적이고 제3자의 냉철한 시선을 한 형사 진희의 눈에는 특별한 능력 운운하며 실종자 가족을 속여서 돈을 빼앗는 사기꾼과 다를 바 없다 여겨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

그래서 고 탐정과 정상훈이 딸아이의 행방을 쫓아 용의자를 추적해가는 동안 그들의 뒤를 쫓아 남준의 범죄사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부산경찰청 미제 사건 수사팀장 박진희 또한 한 발 한 발 포위망을 좁혀온다.

이야기는 그들이 어떻게 용의자를 추적해서 실종자를 찾는지 그 과정을 그리는 것과 함께 아이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행위도 예사로 일삼는 고남준의 방법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위해를 가했던 범인에게 복수를 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들에게 가했던 폭력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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